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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Oct 11. 2023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밖에 나가 일하고 싶기도 하고

집에 그냥 있고 싶기도 해서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모르겠는 그럴 날이 있다.

바로 오늘처럼.



가을이 되면서 상당히 무기력하다. 축 쳐지고 기운도 별로 없고 일찍 일어나고 싶지도 않고 일은 벌여놓고 수습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 나의 변화에 황당하다. 여름이 너무 더웠기에 새 계절에 적응하는 것이 더욱 피곤한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렇게도 적응에 오랜 시간이 걸리다니. 거의 2주 이상 피곤하고 멍한 채로 지내다 보니 이렇게 겨울을 맞이할까 문득 겁이 나기도 한다.


8월 말, 출판신고와 함께 출판사를 시작했다. 업무는 거의 없지만 출판사 업무를 하는 느낌을 살리려고 수요일마다는 집을 나서서 외부활동을 해왔다. 오늘도 수요일이다. 하지만 나가지 못했다. 나가서 일을 하고 싶은지 집에 있고 싶은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어서다.


특별히 원하는 것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고 요즘 즐겨보고 있던 드라마를 OTT에서 재생했다. 업무 일정을 포기하니 프리해져서 TV를 보면서 새치 관리도 하고 피부도 좀 들여다보고 평소에 못 챙기던 걸 하는 내가 발견되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건 정말 하고 싶어 하는 걸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일은 나를 돌보고 쉬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어.'

'나를 돌보는 일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왔던 건가.'


여러 가지 일로 바빴고 지쳤다. 그래서 글을 쓰는 걸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글을 쓰고 말을 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안에 있는 것을 조금씩 꺼낸다. 하지만 그것조차 하기 힘든 몇 주간을 보내면서 무거운 바위에 꽁꽁 묶인 채 깊은 바다에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나 보다.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 그 느낌이 무엇을 말하는지 오늘은 꼭 알고 싶었고

그게 뭔지 어렴풋이 깨닫자 

피곤함도 무기력함도 걱정할 대상이 아니라

내 몸과 맘의 메시지였을 뿐임이 명확해져서 글이 쓰고 싶어졌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거나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느낌은

'지금 나를 돌보고 싶다'라는 말과 동의어라는 걸 기록해두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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