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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Aug 10. 2023

중앙회화대전 은상!

축하해, 동생!

이틀 전, 60호짜리 캔버스를 직접 들고 KTX를 탔다.




몇 주 전, 동생이 회화대전에 입선했다며 연락을 했다. 800명이 넘게 출품했는데 그 중 300명이 입선으로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300명 중 전시를 할 경우에만 수상권한이 생기는 거라고 하길래 전시해보자고 응원해줬다. 근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출품한 그림을 보내는 것! 미술품만 특별히 취급하는 특수차량이 있긴 하지만 캔버스 하나를 보내기에는 비용이 부담스럽고, 택배로 보내려니 지정된 크기를 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동생의 작품은 60호짜리 캔버스에 아크릴화로 그린 거라 아주 무겁지는 않지만 얇고 부피가 큰 느낌의 덩어리인 것이다.


그래서 제안했다.

"그냥 우리가 들고 올라가자."

"진짜? 언니가 운전해주려고?"

"아니, KTX."

"뭐? 기차에 이걸 들고 타자고?"

"응."


우리가 옮기기로 결정한 바로 그 60호짜리 캔버스는 가로 97cm X 세로 97cm이다. 딱 한 점만 가져가는 거라서 미리 준비해둔 케이스에 넣어 택시>기차>택시로 옮기기로 했다. 서울 나들이도 하는 겸. KTX에 탑승한 후, 자리에 앉아 어떻게 데리고 갈지 논의했다.


1. 발 위에 올리기

2. 무릎 위에 올리기

3. 테이블 위에 올리기



정말 기가 막히게도 그림은 두 사람 좌석에 딱 맞는 크기였다. 그래서 잡아주지 않으면 통로로 포장이 조금 튀어나오는 거다. 발 위에 올렸더니 창가쪽 바닥이 튀어나와 있고, 무릎이나 테이블 위에 올리니 다른 승객들의 시선을 막아 민폐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창가쪽 튀어나온 부분과 통로쪽 좌석 발 얹는 부분에 올리기로 했다. 사람들 이동이 많은 역마다 동생이 조금 들었다놨다 하면서.


근데 희한하게도 사람들이 대구에서 서울에 가는 내내 객실을 왔다갔다 해서 동생은 계속 그림을 올렸다 내렸다 해야했다. 관찰해보니 우리가 탄 9호와 앞에 있는 8호 사이에 자판기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림을 관리하던 동생의 깡마른 손가락과 팔엔 이미 번아웃이 올 지경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드디어 서울에 도착했다!

위 사진은 동생이 서울역에서 화장실에 다녀오는 나를 기다리는 걸 찍은 것이다. (동생의 키는 171cm 정도이다!) 캔버스가 절대 작지 않았음을 실감할 수 있다.



다시 택시를 타고 한국미술관으로 향했다. 2층에 도착해서 포장을 벗긴 뒤, 작품 반입 확인서를 끊고 전시를 위해 동생의 그림을 놓아두고 사진을 한 컷 찍었다.

동생은 작품을 두고 발길을 쉬이 떼지 못했다. 뭔가 생각하는 것 같아 나중에 물어보니 두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렇게 고생하면서 가져온 그림의 크기가 생각보다 크지 않고 평균 사이즈여서 조금 놀랐고, 작품을 놓고 가려니 아쉬웠다고.


미술관 건물을 나서며 동생은 손목이 아프다며 힘들어했다. 무겁지는 않았지만 기차에서 계속 붙잡고 있느라 무리가 되었던 것 같다. 팔둑과 손목을 열심히 꾹꾹 눌러주었더니 조금 나아졌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파스가 필요할 것 같다며 서울역 약국에서 하나 구입했다. 파스를 붙여줬더니 후끈거린다며 씨익 웃고 나서 동생은 바로 기절했다. 전날 늦게 자기도 했고 작품을 옮길 걱정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쳤나보다. 도착할 때까지 두 시간 넘게 정신을 잃고 자는 걸 보니 안쓰러웠다. 다음 번엔 체력을 길러서 직접 운전해서 가지고 올라가거나 퀵을 이용해보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오늘! 발표날이다!

동생은 은상을 탔다며 연락해왔다!

이번 대회는 중앙일보에서 주최하는 것으로 이름이 '중앙회화대전'이라고 한다. 많은 작품들 중에서 은상을 타다니!!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사실 동생은 그림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어릴 때부터 예술 분야에 탁월한 소질을 보였지만 집안 사정이나 부모님의 교육관과 잘 맞지 않아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렇기에 큰 대회에서 상을 탈 기회도 별로 없었다. 혼자 38년 넘게 그림을 그려온 성과를 이제서야 드러낼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나 기쁘다.


현재 동생은 단순히 예술가로서가 아닌, '하나님의 붓'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이번 그림도 그렇다. 제목은 <아드릐나라 2>이고 성경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아들의 나라'를 주제로 그린 것이다. 그림을 보면 명암과 무채색으로 칠해진 구간이 있고 총천연색으로 된 부분이 있다. 동생의 설명을 읽어보자.

빛의 나라 주인은 흑암의 나라 백성들을 어둠에서 건지려고 독생자의 목숨을 내놓았다. 죄 사함을 받은 이들은 빛의 아들의 나라로 옮겨져서 자신의 색(정체성)을 회복한다. 표범은 교만, 복어는 허풍, 원숭이는 질투, 앵무새는 이간질, 양귀비는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by 요고코드


그렇기에 이번 대회 수상은 단순히 개인적 명예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의 백성으로서 복음을 전달할 기회를 얻은 것이기도 해서 더욱 뜻깊다. 미대 진학을 하지 못했고, 입시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그려왔던 비주류 인생이라 동생은 굉장히 암울했던 시간을 오래 보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림을 그려왔다.

 

사실 동생은 우울증을 겪었던 나를 위해 집에서 호스피스역할을 해주었다. 내가 지금 살아있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이다. 동생이 없었으면 이 글을 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릴 땐 동생이 나보다 키가 크거나 이쁜 것, 그림을 잘 그리고 달리기를 잘하는 게 질투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마치 나의 일인 것 마냥 기쁘다. 이번 대회는 그림수송이라는 특별 임무를 함께 수행했기에 더욱 남의 일 같지가 않다. 하하하


사랑하는 동생, 요고코드 작가님아!

언니 눈엔 <아드릐나라 2>가 대상감이다!

그동안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려온 것 정말 대견하다!

언니는 동생이 무척이나 자랑스럽고

이번 수상 너무나 감격스럽구나!

정말정말 축하한다!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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