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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Mar 06. 2021

클럽하우스에서 발견한 나

클린이의 클하 탐험기

클럽하우스 14일 차.

소위 클하라고 줄여 부르는 앱은 음성 기반 SNS다. 많은 사용자들에 의해 독특한 시스템으로 구축 중인 클럽하우스를 탐험한 내용 및 발견한 나의 모습을 적어보고자 한다.



클럽하우스를 탐험하다!


'지금, 여기', '동시 접속'인 사람들끼리만 말하고 듣는 활동을 할 수 있다.

follow 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질수록 추천되어 보이는 방의 수가 증가한다.

맞팔하는 사람이 어떤 방에 있는지 보여주는 부분(메신저 같은)도 있었다.

접속한 채 화면을 계속 주시하고 있으면, follow 하는 사람이 새로운 방을 열 것이라는 스케줄을 알려준다. 또한 나를 스피커나 리스너로 자기 방에 초대하는 사람들의 인스턴트 메시지도 받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 메시지는 저장이 되지는 않는다.)

지속적인 모임을 위해 카카오톡 오픈 채팅, 개별 의견 제시를 위해 인스타그램 DM을 상호보완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약 2주 정도 굉장히 많은 방을 들어가 보았다. 초창기에 클하가 뜨겁다고 소문난 이유가 세계적인 유명인사들, 저명한 학자들, 즉 직접 만나는 게 쉽지 않은 분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영어로 된 방에도 들어가 보았다. 우연찮게 우주인으로 유명한 이소연 씨를 보았다. 일본에 계신 분들은 어떤 식으로 방을 운영하시는지 궁금해서 일본어 방제가 있는 방에도 가보았다. 브런치에서 알게 된 작가님들이 계신 방에도 들어갔다. 글로만 알던 분들의 목소리를 듣는 건 색다른 기분이었다. 문화 예술 관련 방에서는 방송인 노홍철 씨와 래퍼 치타 씨를 본 적도 있다. 많은 방에서 내가 모르는 수천수만의 팔로워를 가진 분들을 팔로우하자 시야가 확대되었다. 세상은 너무 넓고 사람도 무지 많았다. 사고가 확장되고 간접경험이 쌓이는 좋은 시간이었다.


클럽하우스를 2주 정도 체험하면서 무작정 이런저런 버튼을 누르는 나를 발견했다. 누군가 적어놓은 클하 사용방법을 따르기보다는 직접 이것저것 알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대단한 인물을 보아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들이 말하는 것이 크게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서였을 수도 있고, 말하는 주제가 나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그보다는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을까? 만약 방을 운영한다면 어떤 주제로 하게 될까? 등' 스피커 또는 모더레이터로서의 나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는데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이었다.

 


최애 방이 음악방이라닛!?

가장 좋아하는 방은 '스벅 매장 음악방'이고, 이용 시간 중 이 방에서 머무는 시간이 가장 길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들으려고' 모인 클럽하우스에서 나는 왜 음악방에 머무르는가?


첫 번째 이유는 조용하기 때문이다. 클럽하우스를 사용하는 시간에는 글을 쓰거나 다른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낮게 울리는 재즈 선율이 집중에 도움이 되었다.

두 번째 이유는 아무 말 없이 자기 작업에 몰두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다.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음악을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느낄 수 있다.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되어 주었다.

세 번째 이유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클럽하우스는 스피커에게 발언권을 주는 권한을 가진 모더레이터, 말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스피커, 그리고 이야기를 듣는 리스너로 구성된 수직적 구조를 갖는다. 그래서 맘에 맞는 방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이 방에서는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모더레이터는 음악을 내보내고, 다른 사람들은 수평하게 듣는 일만 한다. 어떤 면에서는 이 방이 가장 수직적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최애 모더레이터의 특징! 온화함과 경청!


그럼에도 최애 모더레이터를 꼽으라면 세 사람 정도 들 수 있다. A님은 클럽하우스에서 처음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준 분이다. 존중 가능한 반말 방을 운영할 수 있다는 독특한 운영 방침이 좋아 시간이 날 때마다 따라다녔다. B님은 목소리 톤에 반했다. 주제가 독특해서 들어갔던 방에서 차분한 목소리, 경청하는 태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호기심을 보이는 모습, 겸손한 자세로 대화를 이끌어 가는 그분으로 인해 클하 이용 중 처음으로 편안함을 느꼈다. C님은 진행을 깔끔하게 잘했다. 토론방이었는데, 발언권을 주고 경청하고 심지어 노트까지 하며 모인 사람들과 대화하는 모습이 매우 훌륭했다. 또한 방의 규칙에 따라 질서 정연하게 운영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세 사람의 모더레이터의 특징을 분석해본 결과,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사실은 매우 온화한 태도로 말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경청에 뛰어나 한 번이라도 그 모더레이터들을 만나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다면 다시 또 그들에게 찾아가게 되는 거다. 제대로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기쁜 일이 없는데, 클하에서 그런 모더레이터들을 만나면 신이 났다. 그렇지 않으면 말을 하기 싫었다. 다른 말로 듣는 것도 싫었다. 아무 때나 끼어드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이미 형성된 친목 모임에 끼워달라고 리스너로 기다리는 것도 기분이 상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리스너로 입장한 사람들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주고 언제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 배려하는 모더레이터들을 만났을 때에만 방에 머무르기도 된 것 같다.





클럽하우스 2주간의 모험 시기는 무척 자극이 되었다. 넓은 세상에 풍덩 뛰어들어 헤엄치며 아무 섬에나 들어가 놀아보는 것 같은 경험이었다. 그러나 일단 개인적인 클럽하우스 활동을 당분간 정지하려고 결정했다. 왜냐하면 스피커나 모더레이터로 활동하기에 나의 전문 분야가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퍼스널 브랜딩에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하여 스피커로써의 자질을 키우는 일,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을 열고 운영할 수 있는 기술이 내게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클럽하우스를 다시 이용하게 될지 아닐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클럽하우스가 iOS 운영체제에서 폐쇄적 운영 기간을 거쳐 안드로이드에도 오픈하게 되었을 때, 지금보다 폭발적 반응을 보일 것은 분명하다. 그때 내가 클하에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면 다시 활동하게 될 것이고, 아니라면 이미 다른 방식으로 브랜딩을 하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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