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주 May 28. 2024

시선 고정, 서울 하늘!

아, 좀만 더 있고 싶다. 서울에!



매주 상경했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간다. 근데 오늘은 정말 집에 가기가 싫다. 아니, 서울에 조금만 더 있고 싶다. 이 아름다운 하늘을 더 즐기고 싶어서.


학창 시절, 국어 교과서에 있던 글이 떠오른다. 외국인들이 그렇게도 감탄한다는 서울의 하늘에 대한 내용. 당시엔 정말 공기가 좋은 곳에 살고 있었기에 공감이 되지 않았다. 내 안에 서울은 공기가 나빠 밖에 나갔다오면 코 안에서 매연이 흘러나온다는 잿빛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경기도로 이사 온 후 가끔 서울에 놀러 갈 때도 하필 황사가 몇 십 년 만에 최고라는, 시야가 2m도 확보가 안 되는 그런 날이었어서 그간 서울의 대기는 내게 큰 감흥을 불러오지 못했다.


바닷가에서 8분 거리에 위치한 곳에 산다. 바람이 엄청 분다. 창문이 탈탈 털리기도 하고 변덕스러운 기상 조건으로 비가 오다 해가 뜨다 난리다. 요새 서울 기후 꽤 괜찮다 느끼는 건 그래서일까? 은근 서늘하고 은근 따사롭다. 6월이 다 되어 가는 마당에 이런 표현 조금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하늘이 빈번히 얼굴을 바꾸는 곳에 사는 나에겐 그렇다.


그런데! 그 와중에! 오늘은 심지어 하늘이 맑고 예쁘기까지 하다. 우와! 이럴 수가. 살다 살다 이런 서울 날씨는 첨 본다. (서울에 직접 살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니 혹시 서울에 계신 분들은 너무 놀라지 마시길^^) 물론 다른 곳에서는 비슷하거나 더 예쁜 하늘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오늘의 서울 하늘은 기록에 남겨둘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날씨라는 것. 항상 맑고 공기가 쾌적한 곳에서는 대기의 상태가 그리 관심을 끌지 못하는 법이니까.



아주 새파랗고 맑은 푸른 물에 하얀색 구름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잠시 다른 일 하다 다시 바라보면 금세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들판을 뛰어다니는 어린아이 같은 하늘. 보고 있는 사람에게 상쾌함과 만족감을 주고 시선을 소심한 내 안에서 밝고 높은 하늘로 끌어올려주는 놀라운 능력이 있는 푸르름. 교정을 거닐면서 찍은 사진을 열어보니 다시 그때 기분이 살아난다. 눈이 부실지라도 고갤 들어 태양을 찾게 되는 너무 뜨겁지 않은 쾌청함.



아침부터 예뻤던 하늘은 학교를 돌아다니는 내내 예뻐서 어디서나 하늘을 향해 팔을 들고 사진으로 남기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서울역에 도착해서도 아름다운 하늘을 폰에 남기려는 사람들은 쉽게 볼 수 있었다. 나 외에도 오늘 하늘이 정말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신기하고 좋았다.



서울을 떠나기 직전, 플랫폼에서도 찰칵! 아직도 예쁜 하늘을 카메라에 담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느릿느릿 기차에 올랐다.


오늘이 가기 전 글로 남겨야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을까?

또 몇 사람이나 사진으로 고이 남겼을까?


그중 누군가와는 넘 예뻤지 떠들고 싶으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