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다이어트, 지금부터 시작!
다이어트는 꽤나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고 1 때, 20대 중반, 그리고 결혼 직전(40살) 이렇게 세 번의 다이어트를 시도했는데 첫 두 번은 성공, 마지막은 실패했다. 세 번 다 칼로리 제한을 통해 체중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앞선 두 번의 시도가 성공한 것은 젊고 어려서인 것도 있고 옆에서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있었던 것이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웨딩촬영과 결혼식을 앞두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몸무게는 '늘지 않는 것에 감사하라'라며 요지부동이었다. 혼자 시골 원룸에 살면서 제대로 챙겨 먹지도, 운동을 하지도 못했다. 가끔은 동료 교사들과 밤에 치킨을 뜯기도 했기에 웨딩촬영을 앞두고도 체중조절은 쉽지 않았다.
새로 시작한 다이어트의 첫 3일은 오로지 단백질 셰이크만 먹게 되어있다. 3번이 아니라 4번이라 좀 걱정이 줄긴 하지만 3일간 거의 굶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기 전, 열심히 먹어뒀다. 7월 1일 월요일 시작을 앞두고 토(6/29) 점심은 닭강정, 저녁은 갈비탕, 일(6/30) 저녁엔 칼국수를 시켜 먹었다. 남부럽지 않을 배민 생활 한동안 멈추어야 한다는 생각에 잔뜩 시켰다. 몸에는 나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먹었다.
첫날(7/1)은 전날 먹어둔 것들이 많아서인지 전혀 어지럽지도 괴롭지도 않았다. 다이어트하면서 장활동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어 유산균도 열심히 먹어줬더니 배도 아프지 않고 괜찮았다. 남편은 일을 하고 있어서 조금 지친 기색이었다. 보통 야식 먹고 놀다가 11시 반은 돼야 졸려하는 남편이 8시 반에 스스륵 잠이 들어 있었다. 이제까지 나랑 놀아주려고 야식을 먹을 걸까라는 생각을 하며 나도 9시쯤 잠이 들었다.
둘째 날(7/2)은 셰이크만 먹어서인지 몸에 힘이 없는 느낌이었다. 배고픔이 자주 느껴져서 물을 아주 많이 먹었다. 1.5리터 이상 마신 것 같다. 운동을 따로 하면 더 좋겠지만 처리할 일들이 있어서 따로 하진 않았고 대신 어제부터 아침 일찍 5시나 6시부터 일어나 계속 움직였다. 서류 작업을 해봤는데 능률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최근에 이렇게 일찍 일어난 적도 없고 이른 아침 시간을 누려본 것도 오랜만이라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평소엔 2~3일씩 걸릴 법한 일들이 이른 시간 딱 3시간 만에 끝나는 걸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3일째(7/3)가 되자 밖에 나가고 싶어졌다. 첫 3일 동안 셰이크만 4끼씩 먹다가 너무 몸이 힘들면 점심을 밥으로 먹어도 된다고 했고, 운동도 하고 싶어서 말이다. 집 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샐러드 하나에 따뜻한 물 한 잔을 부탁해서 카페에 올라갔다. 셰이크만 먹느라 진도가 안 나가서 막혔던 글을 다시 꺼내서 쓰다가 에너지가 달려서 드디어 샐러드 상자를 열었다.
이상했다. 일단 내가 알던 맛이 아니었다. 나쁘다는 게 아니다. 아주 새로운 맛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양이 많은 느낌이 들었다. 평소엔 순삭 할 수 있을 정도로 양이 되게 적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 와중에 죄책감이 살며시 올라왔다. 규칙을 어긴 것 같은? 셰이크만 먹다가 음식이란 걸 입에 넣어서일까?
또한 마시기만 하다가 '제대로 씹는 행위'를 시작하면서 치아 사이에서 무언가 저작되는 상태가 매우 생경했다. 먹는 걸 좋아하다 보니 대충 씹고 빨리 먹는 습관이 있었는데 오늘따라 뭔가를 이렇게 적게 씹고 넘겨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어 매우 어색하기도 했다.
그런데 심각하게 맛까지 있어서 아껴먹고 싶었다. 천천히 하나하나 맛을 음미하면서. 야채, 방울토마토, 삶은 계란, 닭가슴살 큐브까지 모든 것이 낯설고 150% 더 맛있는 느낌이라 신기했다. 식탐 가득 흡입하던 식도락이 미슐랭 별 개수를 따지며 분자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미식가가 되어버린 것 같은... 3일 사이에 체질과 정체성이 탈바꿈해 버린 그런 이상한 변화가 싫지 않았다.
평소보다 2배 이상의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게 먹는 행위를 끝내자 몸 안의 에너지가 새로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깔끔하게 물을 몇 모금 들이킨 후, 끝내지 못한 글을 수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셰이크로 간식과 저녁을 해결했고
그렇게 첫 3일이 끝났다.
7월 4일 아침, 몸무게를 측정했다.
나는 1.65kg, 남편은 1.4kg
체중이 줄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