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 말아야 할 것과 먹어도 되는 것을 구분하기!
드디어 밥을 먹어도 되는 날이다!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다이어트 시작 직전부터 먹고 싶었던 ‘물회’를 먹으러 갔다. 남편이랑 물회를 처음으로 먹어본 그 집에 가서 스페셜 물회를 시켰다. 매운탕에, 각종 해산물과 회가 잔뜩 들어있는, 새콤달콤한 육수가 따로 나오는!! 반찬도 엄청 고급진 그 메뉴를!!
실컷 먹었는데 양이 안 줄어서 남편에게 물회를 덜어주고 남은 조개류를 꼬들꼬들 천천히 씹으며 시간을 즐겼다. 점심 한 끼를 밥으로 먹었음에도 몸무게가 늘지 않고 오히려 초큼 줄어서 신기했다.
한식 위주로 양질의 음식을 먹으라고 해서 국, 밥, 반찬, 야채 등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기다리던 그날이다. 냉장고에 맛난 미역국이 있어서 꺼내서 끓이고, 상추와 오이를 잘라 샐러드볼에 담았다. 김치, 진미채도 꺼내놨다. 아주 많지 않지만 꽤나 푸짐해 보이는 상이었다.
평소 같으면 8분에 다 먹을 양인데… 다 먹고 나니 17분이 지나있었다! 신세계였다! 내가 이렇게나 느리게 먹을 수 있다고? 게다가 평소 먹던 양의 8할 밖에 준비하지 않았는데도 배가 차서 놀랐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몸이 나른해져 온다. 셰이크만 먹을 땐 느낄 수 없었던 이상한 기분, 아니 솔직히 최근에 별로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다. 위가 일을 많이 해야 해서 혈류를 다 가져가버린 그 피곤함이다! 그냥 식곤증 이런 느낌이 아니라 정말로 위가 부담스러워하는 느낌!
이 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조금씩 몸에 안 좋은 음식을 먹지 싫어진다거나 식사량이 줄어드는 일이 생긴다는데! 아무래도 그런 일이 생길 것 같다. 피곤하고 졸려서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되니 기분이 나쁘다 ㅠ 나는 원래 밥만 주면 뭐든 하는 사람이었는데 이제 아무래도 그렇게 살지 못하게 될 것 같아 아쉽지만! ㅋㅋㅋㅋㅋ
근데 진짜로 배가 안 꺼진다. 간식으로 먹어야 할 셰이크만 먹고 저녁은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플 것 같다.
헉… 남편이 오면 셰이크로 간식을 주고 저녁을 차리려고 했는데! 남편이 “저녁 주려고?”라고 해서 깜짝 놀라였다! 그렇다! 이번 주에는 점심만 밥을 먹는 거다!!!
헉…. 나 왜 이러지?
그동안 너무 고기를 못 먹었다며 돈냉 노래를 부르는 남편을 위해 집 근처의 센츠쿠라는 곳에 갔다. 냉모밀과 돈카츠를 같이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늘 갈 때마다 사람이 많았다. 오늘은 일찍 출발할 여유가 생겨서 얼른 갔는데도.. 이미 테이블이 반 이상 차 있고 대기시간이 길었다. 그렇지만 항상 앉을 수는 있고 기다리면 맛난 음식이 나오기 때문에 가끔 찾게 되는 곳이다. 물회를 먹을 때부터 느낀 거지만 확실히… 먹는 속도가 느려졌다. 음식 하나하나가 너무 신기하게 처음 먹는 맛난 것이라는 느낌과 씹는 일의 생경함으로 인해 천천히 먹게 된다. 배가 천천히 부르는 속도에 맞춰 먹으니 아주 많이 먹지 않아도 포만감이 오래간다.
기분 좋게 식사하고 나오면서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들고 갈 음료를 사러 가자며 스타벅스에 갔다. 며칠 전부터 ‘프렌치 바나나 라테’라는 것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눈치 빠른 누군가는 나의 이상한 행동에 경계를 느껴주길!!) 주말이었고, 남편과 오랜만에 외식을 했고, 그러니 그냥 가기 아쉬워서 스타벅스에 들어가는 일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정말 몰랐다! 내가 프렌치 바나나 라테를 한 달 동안 절대 먹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악!!! 심지어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단체 손님 때문에 10분이나 기다렸어야 하는데도…. 그 대기하는 시간 동안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단지 기다리면서 오랜만에 남편과 놀러 온 스타벅스 공간 안에서 몰라보게 부종이 빠진 얼굴을 카메라 앱으로 찍어대고 있었을 뿐! 결국 그 사실을 알아챈 건… 드디어 음료가 나와서 그걸 찾으러 일어나 음료 받는 곳에서 내가 주문한 음료수가 ‘예쁜 연노란색’이라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다! 하하하하하하….. 으흐…….. 으헉…
"학… 나 이거 시키면 안 되는데!" 라며 음료를 들고 나오는데 남편이 "오늘은 먹어도 되는 날이어서 효주가 시키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며… 그거 다 마시면 며칠간 우리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것 같은데 하며워워 시켰다. 맛을 보니 정말 달달했다. 약 5~6일간 끊었을 뿐이지만 정말 달달했다. 하하하하하 아마 돌체라테랑 비슷하거나 조금 더 단 거 같은데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엄청난 양의 당이 혀에 그대로 전해졌다. 이미 들고 나와 버렸고 ㅋㅋㅋㅋ 이제 와서 모든 게 일어나 버렸기에 웃으면서 걷기는 하지만 들고 있는 음료를 계속 홀짝홀짝 마시려는 나를 남편은 만류했다. 결국 음료를 버리기로 결정. 빨대 1개 분량을 3번 정도 빨아먹고 보내줬다. 그냥 맛은 어떤지 기억날 정도만.
헉… 정말… 첫 3일은 단백질 셰이크만 먹으면 된다는 간단한 공식이었지만… 이후의 날들은 기억하기에 좀 많은 것들이 금지되고 있었음을 절실히 깨닫는 날이었다!!!
어디가 써서 붙여놔야 하나!!! 암튼 깜놀!
안 먹는 음식을 완전히 각성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시작하고 실천하고 마무리하는데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느낀 날이다!
다음 날, 다이어트 시작한 지 일주일 차 체중
나 -2.45kg, 남편 -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