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중에는 시험을 치지 말자 ㅠ
오늘(7/7 일)은 JLPT N2시험이 있는 날이다. 평소 같으면 초콜릿이나 달달한 커피를 사서 갔을 텐데 다이어트 중이라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시험장 입구에서는 응원차원에서 300ml 정도 되는 생수를 한 병씩 나눠주고 계셨다. 그것만 들고 시험 보러 들어갔다.
어제와 그제 점심을 다이어트 전처럼 먹어봤다. 너무 배가 불러서 점심-저녁 사이 간식으로 먹어야 할 단백질 셰이크를 먹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밤이 되어도 배가 꺼지지 않아 퍽 힘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점심으로 미역국 1/3그릇, 밥 1/2 공기, 상추 1 공기, 진미 1/3 접시를 놓고 천천히 먹었다. 배가 편했다. 3일 간 셰이크로만 먹으면서 위가 많이 줄어든 모양이다. 건강검진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위가 노화되었다’라고 하시며 너무 많이 쓰면 그렇게 된다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먹는 양이 줄어 위가 일을 적게 하기 시작한 듯 하다.
시험 시간이 딱 간식 먹을 때를 지나기에 셰이크를 가지고 갈까 했지만 너무 번거로울 것 같았다. 셰이커+두유 1팩+단백질 셰이크 1포를 가져가서 타 먹고나서 그걸 씻어야… 하는데… 처음 가는 시험장에 택시까지 타고 가면서 셰이크까지 챙기는 건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지는 것 같아 귀찮았다. 그래서 관뒀다.
JLPT N2는 총 두 교시로 진행되는데 첫 교시에 언어지식, 어휘, 문법, 독해를 보고 두 번째 교시에 청해를 본다. 워낙 일본 애니와 드라마 덕후여서 청해는 자신이 있었기에 별로 공부를 안 했다. 집에서 모의고사를 풀어보니 1교시 과목들 점수가 간당간당해서 며칠간 그 내용만 공부해서 갔다.
1교시까지는 점심 먹은 걸로 잘 버틴 것 같다. 이틀 전부터 벼락치기하던 내용까지 시험지에서 아주 잘 보여 평소보다 기분 좋게 문제를 풀었다. 그런데!!
에너지를 몰아서 써버린 걸까, 자신 있던 2교시 청해시간에 충격적인 일을 경험했다. 이런... 들리지 않는다! 약간 어렵게 나온 것 같기도 하고 내 귀가 들은 걸 뇌까지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뭔 소리인지 알듯 말듯....ㅜ
하… 다이어트를 하면서 시험을 보는 것이 이리도 힘든 것이었다니! 잘 먹고 푹 자면서 시험 보던 때가 아득하다. 초콜릿이나 사탕은 안 먹더라도 두유라도 한 팩 가져올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머리는 안 돌아가고 정신은 멍하고 귀는 집을 나갔고... 평소에 거의 틀리지 않던 청해를 이번 시험에서는 좀 많이 틀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ㅠ
집에 오니 5시가 넘었다. 너무나 허기졌다. 남편과 얼른 셰이크를 타먹고 씻고 쉬었다. 일이 많았던 남편은 그걸로 모자랐는지 자꾸 다른 걸 먹고 싶어 했다. 그렇지만 오늘까지 1주 차이므로 과일은 섭취 금지니까 당근을 먹겠냐고 했더니 오케이 해서 썰어놓은 당근을 냉장고에서 꺼내왔다. 우리는 당근 조각을 오독오독 씹었다. 남편은 '당근이 원래 이런 맛인가' 하며 맛나게 먹어주었다.
하지만 당근을 너무 많이 먹을까 봐 통을 치웠더니 이번에는 오이 노래를 부른다. 오이껍질을 소금에 씻고 상한 부분과 뾰족한 부분을 필러로 제거한 후 반으로 부러뜨려 가져다주었다. 둘이 오이를 먹으며 오이가 이렇게 배부른 음식이었냐고 신기해했다. 당근과 오이로 배를 채우니 몸과 마음이 안식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3.0kg, 남편은 -2.45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