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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Aug 30. 2024

배고파서 행복해!

같은 것을 경험하면서 정반대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니!





8일 차



드디어 2주 차가 시작되었다. 이번 주에는 점심과 저녁을 한식 위주로 밥을 먹고 아침과 간식을 셰이크로 먹도록 되어 있다. 밥이다! 아싸!


일단 쌀을 앉혔다. 밥 안 한 지 딱 일주일 째인데 오랜만에 하려니 그것 역시 생경하다. 습관을 따라 쌀 2컵, 찹쌀현미 1컵을 자동적으로 씻고 있는데 그것도 너무 꿈같았다. 뭔가 되게 오랜만에 (거의 몇 백년 만에...) 하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확실히 오늘 느낀 건 위의 감각이 깨어났다는 것이다. 밥을 적게 먹어도 몸이 영 피곤해진다. 이런 기분이 너무 몇십 년 만이라서 생경하다 못해 이상하다. 이런 감각을 내가 가지고 있었나 싶은 거다. 암튼 이게 진짜 이상한 게 다이어트하기 전에는 맛난 걸 보면 ‘왜 참아야 하지?’라는 생각으로 먹어댔는데 그땐 위의 크기가 얼마나 크고 작은지 별로 체감하지 못했었다.


조금씩 조금씩 야금야금 먹어댔던 야식 덕분에 이번 건강검진에서 ‘위가 늙었다’라는 의사의 소견에 기분이 퍽 상했다. 마흔살까지는 야식을 거의 먹지 않았는데 결혼 이후로 먹어대서 5년 간 위가 확 상했나보다.


그랬던 위인데! 셰이크만 4끼를 먹는 사흘을 거치고 나니 ‘나는 새로 태어났어요!’라며 아주 팍 쪼그라든 것인가? 평소만큼 며칠 먹어봤는데 소화가 빨리 안 되고 위에 피가 쏠리면서 급피곤 해지는 증상이 너무 심각해서 주걱으로 밥을 풀 때면 맘껏 퍼 담지를 못하게 되었다.


점심-저녁 사이 간식으로 셰이크를 한 잔 더 해야 하니 점심때 그만큼 적게 먹어야 하고, 셰이크를 마셨기에 저녁에는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아 적게 먹게 되고.


며칠 먹어보면서 딱 괜찮다 느껴지는 양은 예전의 1/3에서 1/2 정도인 것 같다. 확실히 밥양은 반보다 더 줄었다. 그 이상을 먹으려고 해도 식사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져서 배가 이미 다 차버려 넣을 수가 없다.


밥이 줄어드니 먹는 국의 양도 그에 비례해서 줄어들었다. 예를 들어보면 남편이 지인에게서 얻어온 추어탕이 있다고 하자. 추어탕 한 통은 원래 우리 부부가 평소 먹던 국의 양의 1.5배 정도라서 좀더 먹고 싶다면 그냥 한 끼에 다 먹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이어트 시작 후 이 추어탕, 왜 이리도 줄지가 않는 건지… 아무래도 세 끼에 걸쳐 먹어야 할 것 같다.


예전엔 잠들 때쯤 배가 고프면 그렇게도 기분이 안 좋았다. 뭐라도 위에 넣고 자야 할 것 같고, 집에 먹을 게 없으면 짜증 났었다. 그런데 요새는 잠들 때쯤 배가 고프면 그렇게도 기분이 좋다. 내일 아침에 얼굴이 안 붓고 개운할 것 같아서 행복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다!


굶는 걸 자랑하는 시대라는데 정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확실히 알 것 같다. 잠자리에 누워 배고픔을 살짝 느끼는 것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니!


희한한 세상이다.


다음 날 아침,

나 -2.75kg, 남편 -1.5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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