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주 Sep 13. 2024

첫 단식과 2주 마무리

24시간 단식 해보니



10일 차



단식을 처음 시도했다. 원래는 8일째 되는 날 단식을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시험 치고 오느라 점심-저녁 간식으로 단백질 셰이크를 먹지 못했고, 저녁을 먹고 나서도 너무 굶주린 상태로 있는 나를 보면서 남편이 날짜를 좀 더 미루자고 했다. 잘 먹다가 기습적으로 굶어야 도움이 될 텐데 8일 차에 하면 몸이 속아줄 것 같지 않아서라고 말이다. 첨엔 그냥 밀어붙일까 했는데 일리가 있어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드디어 단식을 처음 해보는 날! 박용우 4주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있는 간헐적 단식은 36시간이 아니라 24시간 단식이다. 전날 저녁까지 먹었다면 다음 날 저녁 시간에 저녁을 먹고, 아침을 마지막끼로 했다면 다음 날 아침에 식사하는 거다. 단식하는 날은 하루에 1끼를 먹게 되는 셈이다.


단식을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한 일은 ‘단식의 날’이라고 빨갛게 쓴 글씨를 프린트한 것이다. 지난번 스타벅스에서 벌인 일(외식 후 아무 생각 없이 프렌치 바닐라 라테를 주문했다가 다 버리고 온 일 ㅠ)을 떠올리며 기억 도움장치를 마련하기로 한 거다. 그래서 단식의 날이 쓰인 6개의 종이를 집안 곳곳에 붙였다. 제일 먼저 냉장고 문, 그리고 현관, 안방문과 안방 TV 옆에 있는 거울, 서재방,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백질 셰이크 박스 위에 붙여놨다. 맘이 놓인다.


그런데 <내 몸 혁명> 책을 아직 사지 않아 다이어트의 정확한 내용을 알 수가 없어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다이어트에 돌입한 사람들이 포스팅한 블로그 내용을 샅샅이 뒤졌다. 주차별로 내용을 기록한 것이 있어서 읽어보니 단식하는 날도 물과 허브티는 맘껏 먹어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아침부터 허브티를 마시고 있다. 물만 먹으면 잘 먹히지도 않지만 배가 부르지도 않은 기분 나쁜 느낌이 드는데 이 차는 한 세 모금 정도 마시면 배고픔이 잊힌다. 예전에 어떤 사람들이 살 뺀다고 맨날 차만 마시면서 사는 걸 본 적 있는데 과연 이해가 되는 날이었다.


점심때 집에 돌아온 남편은 기습적으로 방문한 지인들을 떼어놓고 집에 왔다고 했다. 단식을 실천하기 위해. 하지만 남아 있는 직원들이 눈총을 보냈다고ㅜ


아침부터 마시고 있는 티를 한잔 타줬더니 맛이 괜찮다고 하더니 쓰러져서 잠들었다. 공유했던 자료에 ‘단식하는 날 근육을 태워주는 게 좋다’라는 내용을 읽고 자전거를 최고 단수에 놓고 세게 밟으면서 와서 에너지가 없다면서. 남편이 다시 일하러 간 뒤, 나도 오랜만에 운동이란 걸 해봤다. 집 안에서 파워워킹 20분, 폼롤러 마사지 20분 넘게 열심히 하고 났더니 몸이 좀 지치는 것 같았다.


단식도 함께 해주는 남편이 있어서

10일 차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참 감사하다.


단식 다음 날 11일차


아무래도 어제 너무 달렸나보다. 다 나은 줄 알았던 냉방병이 다시 고개를 쳐들어 코와 목 사이에 있는 어디쯤엔가 끈적한 것이 느껴진다. 코와 목이 막혀서일까. 귀가 먹먹하고 잘 들리지가 않는다.


무슨 이야기를 들어도 다 거슬리고 기분이 안 좋은 걸 깨달은 건 오전 11시.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렇게 기분 나쁠 만한 이야기들이 아닌 걸 알고 나서 한 일은 점심을 먹고 약을 먹은 것. 몸이 피곤하고 춥다는 걸 이제야 느끼다니.


결국 점심 먹고 나서 남편이랑 쉬다가 잠시 눈을 붙였는데… 1시 10분부터 4시까지 자버렸다 ㅠ 평소에 운동을 안 하다가 갑자기 많이 해서였던 것이 가장 큰 것 같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고 짜증나고 찡찡대고 싶었다. ㅋㅋ 점심을 좀 가볍게 먹었더니 너무 허기가 져서 견과류를 요거트에 비벼 먹었다. 그렇게 겨우 하루를 넘겼다.


이제까지 별로 당기지 않던 콜라, 치킨 이런 것들의 유혹에 되게 약해지는 것을 느꼈는데 그건 아무래도 몸이 축이 날 때마다 그런 것들로 마음을 달래왔던 습성 때문인 것 같다.



14일 차


컨디션이 쳐지면서 만사가 귀찮아 지는 것 같기도 하고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 같기도 하다. 12일 차와 13일 차엔 기록이 없는 걸 보니 확실히 그렇다.

아무래도 먹는 양이 줄어 몸에 전체적인 에너지가 너무 줄어든 것 같다.  남은 2주 간의 다이어트를 잘 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으려고 한다.

아무래도 <내 몸 혁명> 책을 사서 읽어봐야겠다.




다음 날 아침,

나는 -3.3kg, 남편은 -1.85k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