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기관이 하나둘씩 깨어나고 있다!
지난주 위의 감각이 되살아났는데 이번 주에는 간의 마비도 풀린 것 같다. 감기와 냉방병의 복합증상이 느껴져서 약을 두 알 먹었다. 하루 종일 매우 습했는데도 에어컨은 켜고 싶지 않고 추적추적 비가 오는데 앞 뒤 베란다, 주방 창문 다 열어놓고 땀을 뻘뻘 흘리며 멍하게 앉아 있었다. 온습도계를 보니 온도가 28도, 습도가 73%가 넘어가는데도 이상하게 괜찮은 것 같았다.
그런데 약 먹은 지 한 시간 반 정도 지났을 때인가?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씻고 에어컨을 틀었는데 확실히 덜 힘들었다. 머리를 다 말리고서 소파에 잠시 누워있고 싶어졌다. 그런데 잠이 오기 시작한다.
불을 훤하게 켜놨는데도 정신이 오락가락하면서 꿈나라로 가고 있다. 이왕 자는 거 안방에서 자볼까 하면서 매트 위에 몸을 뉘었다. 깨어보니 1시간 넘게 푹 잠들었다. 이상했다. 나는 원래 혼자 안방에서 낮잠을 못 자는데 말이다! 윗집에서 소음이 들려온다. 밥을 하시는지 깍깍깍 도마소리도 나고 누군가 이야기하는 소리도 시끄럽다. 잠이 슬슬 깬다.
일어나서 거실에 나와 다시 소파에 드러누웠다. 정신이 잘 안 든다. 내가 먹고 있는 감기몸살약은 1알이면 주부의 몸살이 개운해지고, 좀 많이 안 좋을 땐 최대 복용양인 2알을 먹으면 된다. 그리고 심각하게 졸린 증상이 없는 편이다. 점심때 남편이 몸 걱정하면서 약 챙겨 먹으라길래 두 알을 먹었더니 간이 매우 피곤했던 모양이다. 아흑…
위도 간도 이번 다이어트를 통해 다시 깨어난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지인들에게 했더니 '대체 그동안 얼마나 먹어댄 거'냐며 깜짝 놀란다. 하하
남편은 요새 밖에서 점심회식이 많은데 그때마다 단음료들의 유혹이 심하다고 한다. 하지만 꿋꿋이 버티어 냈다고 해서 멋지다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집에는 유혹이 될만한 것들이 별로 남아있지 않은데 직장 사무실에도 과자가 잔뜩 있고, 회식 가는 곳마다 나오는 음료수를 볼 때 얼마나 먹고 싶을지 상상이 된다. 그래도 시작한 이상, 도루묵이 되지 않기 위해 꾹 참는 남편, 너무 멋지다!
또 하나 재미있는 현상은 하루가 느리게 간다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나는 따로 운동을 할 상황이 못되어(부부가 냉방병을 돌아가면서 앓고 있어서) 아침에 최대한 일찍 일어나기로 했다. 평소엔 9시쯤 기상했는데 셰이크를 마시면서는 밤 8시 반만 되면 졸리기 때문에 새벽 4시만 되면 눈이 뿅 떠진다. 그러니까 평소에 없던 시간 4~5시간이 더 생기는 것이다.
꽤나 길기도 하고 능률이 높아서 지난주의 어떤 아침에는 딱 고만큼의 시간 안에 논문 연구계획서 한 편을 완성하고 그에 따른 첨부서류로 작성해서 심의신청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날에는 장학금 관련 다양한 추천서양식을 다운로드하고 3분에게 추천서를 의뢰하여 장학금을 신청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은 2편의 카드뉴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
평소에 누워있던 시간에 깨어있으니 꽤 기분이 좋다. 잃어버린 걸 찾은 것 같기도 하고, 새로운 걸 얻은 것 같기도 해서. 먹고 활동하는 전체적인 패턴이 달라지니 몸의 전체적인 컨디션이 좋아지는 것 같다. 시간도 체력도 얻을 수 있어 무척 뿌듯하다.
다음 날 아침,
나는 -2.85kg, 남편은 -1.55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