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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Apr 27. 2021

직장을 뒤흔든 김 과장님께

신글방 3기 2일 차 동사/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

1. 낯선 동사 찾기

- 가닿다 : 가서 닿다. 도착하다. 일정한 수준에 이르거나 올라서다.

- 갈붙이다 : 남을 헐뜯어 사이가 벌어지게 하다.

- 까물치다 : '까무러치다'의 준말

- 꼲다 : 잘잘못을 따져서 평가하다.

- 나붙다 : 밖으로 드러나게 붙다.


2.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


김 과장님, 안녕하세요. 2005년부터 3년간 함께 근무했던 나오미입니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발령 난 지 얼마 안 되어 어리바리한 제게 먼저 다가와 인사해주시던 과장님의 첫인상 지금도 기억납니다. 첨엔 되게 친절하신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해가 바뀌고 다른 직원들이 새 팀에 모이기 시작하자 과장님의 만행이 비 오는 날 연탄가스처럼 스멀스멀 새어 나오기 시작했지요. 당신으로 인해 이간질당하고 서로를 싫어했던 A 대리와 B 대리가 한 팀에서 만나게 된 거죠. 서먹하게 대화를 하다가 당신이 두 사람을 이간질한 것이 밝혀졌고, 직장이 발칵 뒤집혔을 때, 이미 전체 직원의 2/3 정도가 갈붙임 당한 상태였죠.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직원들도 대로하여 까물치던 그때를 잊기는 힘들 겁니다. 당신이 자기 업적만을 나붙이고 다녀서 부장님과 팀장님은 오히려 그때도 당신편을 드시더군요. 일 열심히 하는 김 과장 힘들게 하지 말라고, 당신의 일을 아뢰었던 차장님에게 면박을 주셨다지요. 항상 팀의 일은 뒷전으로 하고 사이트 프로젝트를 몰래 진행하여, 원하던 승진의 자리에 가닿기 위해 노력했던 당신. 그로 인해 당신이 해야 했던 일들을 억지로 맡아서 했던 차장님은 물론, 당신이 훔쳐버린 기회들로 인해 많은 직원이 상처 받고 아파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편지를 쓰는 것은 당신을 꼲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간질에 능하고, 자기 이득을 위해 남을 속이길 좋아하며, 직장 물건을 집에 가져가서 개인적으로 사용하면서 감사 준비를 위해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는 저에게 답답하다며 비꼬던 당신. 그 당시에는 정말 이해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한없이 가엾게 느껴집니다. 대체 얼마나 아프면 다른 사람을 그렇게 괴롭힐 수 있는 건지, 얼마나 스스로가 가치 없다 여겨지면 그렇게 승진에 목숨을 걸수 있는 건지요.


김 과장님, 지금 당신이 원하던 자리에 앉게 되셨을지, 그래서 행복하실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스스로에게 떳떳한 사람은 아닐 것 같아 걱정해 봅니다. 당신은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가지고 있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놀라운 일들을 해내는 사람입니다. 또한 부드러운 말씨로 사람들을 대할 줄 아는 친절함을 갖추고 있습니다. 당신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해주고 아껴주길 바라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남을 짓밟고 올라가는 행위는 다소 즐거울 수 있으나, 그 정상에서 외롭다면 행복한 삶을 잘 살고 있다고 할 수 없을 테니까요.


김 과장님, 당신이 했던 모든 일을 용서합니다. 저와 K 대리에게 왔던 어학연수 기회를 뺏으려 했던 일도 잊겠습니다. 당신이 직장 산행에서 빠지면서 팀의 나머지 직원들을 곤란하게 한 일도 용납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간질해서 직장 전체를 혼란스럽게 했던 일도 흘려보내겠습니다. 그러니! 김 과장님도 과거의 아픔과 괴로움을 이제는 놓아주시길 바랍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는 가짜 행복감이 아닌 진짜 만족감을 느끼며 살게 되시길 축복합니다.


김 과장님, 늘 건강하시고, 주변 사람들과 화목하게 잘 지내시길 기원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21년 4월 27일 화

먼 곳에서 당신을 그려봅니다. 나오미.




(Pixabay로부터 입수된 mohamed_hassan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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