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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May 05. 2021

츤데레 남자와 어린 화가

신글방 3기 8일 차 모방하기

나는 곧 그 남자를 더 알게 되었다. 어린 화가의 동네에는 언제나 몇몇 총각들이 오가고 했는데, 총각들은 화가에게 부담을 주지도, 귀찮게 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아침마다 동네에 들어와 놀다가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런데 그 남자는 어디서 왔는지 모를 곳에서 와 어느 날부터 화가의 집 건너편에 집을 짓기 시작했고, 어린 화가는 다른 총각들과 전혀 다른 그 남자의 행동을 주의 깊게 감시했다. 새로운 종류의 괴물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돌아다니길 멈추더니 단장을 시작했다. 새로 지은 자그마한  안에 들어가 꽃봉오리  같은 커튼을 치고 며칠 동안 나오지 않는 것을 지켜본 어린 화가는 분명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리라  짐작했지만, 남자는 줄곧  안에 숨어 나오지 않았다. 남자는 세심하게 옷을 골랐다. 천천히 옷을 입으며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구겨진 신문처럼 온통 꼬깃꼬깃한 모습으로 나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남자는 자신의 잘생김이 한껏 빛나는 가운데에서만 등장하고 싶었다. ! 그렇다! 남자는 내숭쟁이에 츤데레였다. 남자의 몸단장은 며칠 하고도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더니 마침내 어느  아침,  해가 지는 시간에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그토록 신경 써서 준비했으면서도 하품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 이제 막 깨어나서... 이해해 줘. 아직 머리가 엉망이라 미용실에 가야 할 것 같아."

어린 화가는 찬탄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아! 당신은 너무나 멋지군요!"

"그래? 하긴 내가 좀 잘 생겼다 이야기를 듣긴 하지."

남자가 거들먹거리며 대답했다.

어린 화가는 그 남자가 그다지 겸손한 편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지만, 그래도 그는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남자가 다시 말했다.

"아침인데 밥 없어?"

당황한 어린 화가는 따뜻한 죽이 든 냄비를 가져와 남자에게 한 그릇 퍼주었다.


이렇게 남자는 많이 예민한 허영심으로 곧바로 어린 화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어느 날인가는 자신의 얼굴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어린 화가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지금 살이 이렇게 쪘지만 살 다 빼면 여자들이 달려들지도 몰라!"

"이 동네에는 여자들이 없어요. 그리고 당신 얼굴은 살을 뺀다고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데요."

어린 화가가 반박했다.

"내가 지금은 이렇게 살이 쪘지만 옛날에는 잘생겼다고 여자들이 많이 따랐어!"

"아, 그래요?"

"여자들이 날 보러 오면 안 되니까 병풍을 준비해!"

'여자가 질색이라니... 남자로서는 운이 없군. 퍽이나 까다로운 남자네.' 어린 화가는 생각했다.

"저녁엔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줘! 이 동네는 왜 이렇게 추워! 내가 살던 동네에서 여자들은..."

하지만 남자는 거기서 말을 멈추었다. 워낙에 여자를 싫어해서 여자들에 대해 알 리가 없었다. 그토록 순진한 거짓말을 하려다 들통이 난 게 부끄러워진 남자는 두세 번 기침을 하며 어린 화가에게 잘못을 돌리려고 했다.

"병풍 어딨어?"

"찾으러 가려는데 당신이 말을 했잖아요! 욕조에 물 받으라고!"

그러자 그는 어린 화가가 가책을 느끼게 하려고 억지로 더욱 기침을 했다.

8
나는 곧 그 꽃을 더 알게 되었다. 어린 왕자가 사는 별에는 언제나 단순한 홑겹의 꽃들이 피고는 했는데, 그런 꽃들은 자리를 차지하지도, 누군가를 귀찮게 하지도 않았다. 그 꽃들은 어느 날 아침 풀밭에 피었다가 그날 저녁이면 지곤 했다. 그런데 그 꽃은 어디서 왔는지 모를 씨앗에서 어느 날 싹이 텄고, 어린 왕자는 다른 싹들과 전혀 다른 그 싹을 아주 주의 깊게 감시했다. 새로운 종류의 바오바브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나무는 곧 자라기를 멈추더니 꽃을 피울 준비를 시작했다. 커다란 꽃봉오리가 생겨나는 것을 지켜본 어린 왕자는 분명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리라 짐작했지만, 꽃은 줄곧 초록색 방 안에 숨어 아름다운 모습을 준비했다. 꽃은 세심하게 색깔을 골랐다. 천천히 옷을 입으며 한 장 한 장 꽃잎을 매만졌다. 개양귀비처럼 온통 꼬깃꼬깃한 모습으로 나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꽃은 자신의 아름다움이 한껏 빛나는 가운데에서만 등장하고 싶었다. 아! 그렇다. 꽃은 애교 덩어리였다. 꽃의 몸단장은 며칠 하고도 또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더니 마침내 어느 날 아침, 딱 해가 뜨는 시간에 꽃이 모습을 드러냈다.
꽃은 그토록 신경 써서 준비했으면서도 하품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 이제 막 깨어나서.... 이해해 주세요. 아직 머리가 엉망이라...."
어린 왕자는 찬탄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아! 당신은 너무나 아름답군요!"
"그렇죠? 게다가 저는 태양과 같은 시간에 태어났어요!"
꽃이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린 왕자는 그 꽃이 그다지 겸손한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그래도 그녀는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꽃이 다시 말했다.
"이제 아침 먹을 시간 같은데, 저도 좀 생각해 주시겠어요?"
당황한 어린 왕자는 시원한 물이 든 물뿌리개를 가져와 꽃에게 물을 주었다.
이렇게 꽃은 조금 예민한 허영심으로 곧바로 어린 왕자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어느 날인가는 자신의 가시 네 개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어린 왕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호랑이들이 발톱을 세우고 올지도 몰라요!"
"내 행성에 호랑이는 없어요. 그리고 호랑이는 풀을 먹지 않아요."
어린 왕자가 반박했다.
"저는 풀이 아니에요."
"미안해요...."
"저는 호랑이는 하나도 안 무섭지만 바람은 질색이에요. 혹시 병풍 있어요?"
'바람이 질색이라니.... 식물로서는 운이 없군. 퍽이나 까다로운 꽃이네.'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저녁이면 저에게 유리 덮개를 씌워 주세요. 당신 별은 너무 추워요. 자리를 잘못 잡았어요. 제가 떠나온 곳은..."
하지만 그녀는 거기서 말을 멈추었다. 씨앗의 형태로 왔으니 다른 세상에 대해 알 리가 없었다. 그토록 순진한 거짓말을 하려다 들통이 난 게 부끄러워진 꽃은 두세 번 기침을 하며 어린 왕자에게 잘못을 돌리려고 했다.
"병풍은?"
"찾으러 가려는데 당신이 말을 했잖아요!"
그러자 그녀는 어린 왕자가 가책을 느끼게 하려고 억지로 더욱 기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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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좋아하는 작가 선정하기 : 생텍쥐페리

2. 작품 : 어린 왕자 에피소드 8

3. 방법 : 작가의 문체, 구조, 흐름 분석하면서 작가 스타일 따라 하며 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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