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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May 19. 2021

너무 익숙한 그의 숨겨진 절규

신글방 3기 17일 차 그림 보고 상상하기

멀리 노을이 흘러가고 있다.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떠나기 싫은 노란빛과 저녁의 하늘빛을 감싸며 붉게 흘러간다. 노을 아래로 산이 보인다. 완만해 보이는 두 봉우리는 바닷가 뒤쪽에 솟아있다. 항구엔 배가 2척 돛을 접은 채 정박해있고, 비교적 한산하여 여유롭다. 오른편 산 아래에 마을이 있다. 크고 작은 집들이 바닷가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배 갑판 위에 사람이 3명 보인다. 모자를 쓰고 정장을 입은 두 남자는 배 끝 쪽, 즉 모래 밭쪽에 있다. 더 뒤쪽의 사람은 노을을 바라보고 있고, 다른 사람은 난간을 짚고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들의 앞쪽 당신의 가장 가까운 곳에 한 사람이 서 있다. 머리카락이 없는 그는 해골 같은 창백한 얼굴에 양손을 올려 두 볼을 감싸고 있다. 너무 놀라 튀어나올 것 같은 눈과 비명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입을 보고 있으면 그의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푸른 니트를 입은 그는 휘청이고 있다. 궁핍한 얼굴의 그가 휘청이자, 뒤에 흘러가던 바다도, 저 멀리 보였던 노을도  휘청인다.


그는 대체 누구인가? 누가 그를 휘청이게 하고 바다와 노을을 출렁이게 하는가? 그는 방금 파산 소식을 전해 들었다. 지금 이 장면을 보고 있는 사람은 바로 그의 하인이다. 하인은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작은 배를 타고 급하게 주인에게 달려왔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멀리 사시는 삼촌의 도움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사람, 떠나온 항구의 주인, 그 지역의 변경백, 알브레히트였다. 20살밖에 되지 않았으나 머리가 다 빠져버린 건 몇 년 전부터 앓게 된 이름 모를 병 때문이다. 병을 고치기 위해 다른 나라로 떠나려던 찰나, 파산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사실 삼촌, 로즈월이란 작자는 조카의 작위와 영지를 가로채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것을 알지 못한 채 어린 시절부터 삼촌을 따르며 그가 하라는 대로 해 왔는데 이제 완전히 망해버린 것이다.


알브레히트가 걸린 이 해괴한 병조차도 사실은 삼촌의 계략에 의한 것이었다. 아직 그의 영지에는 주인을 사랑하고 따르는 시종들이 남아있었으나, 집사와 대부분의 하녀들은 삼촌 로즈월의 손아귀에 넘어간 것이다. 그들은 어리고 약한 조카를 죽이려는 로즈월의 계획에 동참하여 요리와 차에 미량의 독극물을 계속해서 첨가해왔다.


병이 시작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은 4년 전, 늙은 시종이 헐레벌떡 집무실로 달려왔다.

"알브레히트 주인님, 이반입니다."

"들어오게."

"주인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가? 앉아서 천천히 말해 보게."

 "제가 방금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좀 전에 로즈월 님께서 계시는 방 앞을 지나고 있었는데 그 안에서 시녀장 마가릿과 로즈월의 님께서 작은 목소리로 다투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들어보니 알브레히트 주인님을 해치려는 이야기 같았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삼촌이 왜 나를 해치겠는가! 아들처럼 나를 사랑하시는 분께서!!"

"주.. 주인님, 제 이야기를 좀... 들어..."

"됐네, 그만 하고 나가게! 삼촌에 대해 험담을 하려거든 아예 영지를 떠나게!"

"주.. 주인님,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주인님 몸조심하셔야 합.."

"어허! 그만하래도!"


잊어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버지처럼 모셔왔던 삼촌이기에 늙은 시종을 꾸짖어 내보냈는데, 그때 마저 듣지 못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일이 있고 나서 얼마 후 그 늙은 시종은 이름 모를 이유로 급사했다. 지금에야 자신이 놓쳐 온 것이 무엇인지를 보게 되다니!


갑자기 푸르던 하늘이 붉게 변하고 앞이 캄캄해지면서 또렷해 보이던 사물과 풍경이 눈 앞에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장마 때 유리창을 흘러내리는 물처럼 자신이 흘러내리는 것 같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엇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탄식은 결국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했다.




<아래 내용은 그림 보고 상상하기 활동 순서입니다.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


<그림 보고 상상하기>

1. 그림 보고 묘사하기

- 글로써 다른 사람에게 장면 보여주기

2. 그림 보고 나서 자유롭게 상상하기

- 내가 그림 속의 주인공이라면?

- 주인공을 관찰하는 제3의 인물이라면 어떤 생각, 행동, 미래를 주입할 것인가?

- 어떤 상상도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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