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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May 17. 2021

6개월의 공백

신글방 3기 16일 차 장면을 글로 스케치하기

<엄마의 이야기>

고 1이 된 큰 딸이 방과 후에 돌아왔다. 교복을 입은 채 책상에 앉아 아무 것도 안 한 지 벌써 6개월 째. 남편에게 말했더니 기다려주라고 한다.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중학교 땐  공부가 그렇게 재밌다더니, 요새는 멍하니 앉아 있기만 하는 딸을 보는 게 너무 힘들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이 되지만 꼬박꼬박 학교는 다녀오는 걸 보니 큰 일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방학이 되자 큰 딸이 조금 밝아졌다. 아무 소리 하지 않고 놀게 내버려두었다. 딸은 방에서 책을 보다가 연습장에 뭘 막 쓰다가 했다. 그리고 거실과 방 안을 걸어다녔다. 잔소리하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았지만 그대로 두었다. 여전히 말은 별로 없다.


방학이 1주일 남은 어느 날, 점심을 먹다가 큰 딸이 말했다.

"엄마, 나 내일부터 도서관 가려고."

"응, 그래. 뭐 할 거 있어?"

"방학인데 너무 논 것 같아. 그래도 암기과목 교과서 좀 보려고."

"그래. 도시락 싸줄까?"

"그냥 뭐 사먹고 싶은데..."

"그래. 그럼 배고프지 않게 사 먹고 공부하고 와. 돈 줄게."

"응."


무뚝뚝한 딸은 씩 웃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무척 안심이 되었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공부하기에 좋은 시기를 놓치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서 딸이 스스로 도서관에 간다는 말이 참 감사했다.


딸은 방학 마지막 자락을 도서관에서 일주일을 보낸 후, 언제 그렇게 힘들었냐는 듯 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 해나갔다. 친구들과 함께 학원에 가보겠다고 해서 보내주었다. 독서실도 가보고 싶다고 해서 보내주었다. 고 1 첫 학기를 지나면서 큰 딸이 많이 성장한 것 같아서 기쁘고, 혼자 아파한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온다.


<딸의 이야기>

학교에 가기가 싫어졌다.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 성적이 자꾸만 떨어진다. 중학교 때 영수 학원 다니고 과외했더라면 성적이 떨어지지 않았을 거고, 특별반에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사교육을 극혐하는 아빠한테 학원다니고 싶다고 말도 못하고 지금까지 버텨온 게 후회스럽다. 지금이라도 영수 과외 받고 싶다. 다시 성적이 올라갔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고민만 하다보니 벌써 방학이 되었다. 일단 학교에 안 가도 되니 맘이 편하다. 성적이 떨어지는 것이 참 싫은데, 집에서는 부모님이 그런 걸로 잔소리를 안 하셔서 감사하다. 중학교 때까지는 성적이 좋아서 '공부하라'는 말을 안 하시는 줄 알았는데, 성적이 떨어졌지만 부모님은 크게 다르지 않으셨다.


크게 할 일 없는 방학이 참 좋다. 하지만 매일 놀다보니 언젠가는 공부를 시작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긴 한다. 그치만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어 놀다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연습장에 공부계획을 세워보겠다는 내용만 써 놓았다. 계획을 세우는 일조차 미뤄버렸다. 방학이 끝나기 전에는 계획이라도 해야 할텐데...


앗! 방학이 열흘 밖에 안 남았다! 생각해보니 영수 학원에 바로 다닐 수 없으면 다른 과목을 공략해서 수능이나 내신 점수를 올리면 되겠다 싶다. 일단 연습장 펴고 계획을 세웠다. 다음 주 일주일 정도 도서관에 다니면서 암기 과목 교과서를 3~4번씩 읽어봐야겠다. 딱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방학 끝날 때 되니까 다시 학교 가고 싶어진다. 실컷 놀아서 그런가. 2학기 때부터는 좀 더 잘하고 싶고, 이왕 영수 학원 못가게 된 건 없었던 일로 할란다. 어쩔 수 없는 게 있잖아.




위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어머니께만 있고 제게는 없는 기억입니다. 고등학교 첫 학기, 저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6개월을 보냈다고 합니다. 기억에 남은 것은 방학 때 열심히 놀았다는 것과 그러다 갑자기 도서관에 가겠다 한 것 뿐입니다.


돌아보니 부모님이 그 시기의 저를 견디시느라 무척 괴로우셨을 것 같네요. 갑자기 도서관에 갈 수 있게 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학교에 다시 돌아갈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의 오래 참으심에서 왔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엄마와 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조명해 보았습니다. 아무 말 없이, 그러나 곁에서 계속 지켜봐 주시는 것이 얼마나 큰 사랑인지 새롭게 알게 된 오후입니다.


<아래 내용은 장면을 글로 스케치 하기 활동 내용입니다.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장면을 글로 스케치하기>

1. 첫 번째 영상 감상: 청각적 요소 집중 & 노트

슬픔 외로움 낮고 울리는 처연한 실제로 부르는 연습이지만 감성 가득한 노래가 빨라지면서 신난 느낌이 더 살아나는 더 많은 음악 첨가 사람들의 목소리도 더 많이 들어감, 춤추는 소리, 스텝 밟는, 함께 춤추는, 사람들이 무대 위에 많이 나올 거 같은, 흑인 여자 배우가 있을 것 같은, 주인공의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을 만큼의 큰 코러스 소리 등장, 한 사람의 소리 또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을 움직이는, 아예 새로운 노래, 새로운 느낌의 장르가 되어도 괜찮은, 어떤 소리든 다 포용하는, 어떤 음역대의 소리도 다 포용하는, 누구든 받아주고 누구든 함께할 수 있는 느낌의, 자유로운, 신나는, 새로운, 같이 춤을 추고 싶은, 음에 맞추고 싶기도 하고 아무 소리나 질러보고 싶은, 주인공의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은, 연습의 합이 잘 맞아 기분이 좋아진

2. 두 번째 영상 감상: 이야기 구성, 요소에 집중

인물: 슬퍼하는 주인공,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특이하게 생긴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어떤 남자, 혼자가 아닌 함께 중의 하나인 남자, 새로운 시작을 노래하는 남자, 방향을 바꾸는 남자와 함께 즐거워하는 사람들, 집으로 돌아오는 모든 이들, 언제나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첫 만남과 시작을 다시 생각하는 사람들, 병원에서 눈을 뜬 남자와 간호하던 여자, 위태한 시기를 넘긴 두 사람, 일반적인 사람으로 수용되지 못하는 사람들, 카페에서 힘을 얻어 새롭게 시작하는 남자

배경: 공간- 미국, 아담하고 팬시한 술집---> 시내로 뛰쳐나가는 주인공, 카페에서 화음 맞추며 춤을 추는 동료들, 기차에 오르는 주인공, 자신이 사는 곳을 벗어나 먼 곳으로 떠나는 남자,
시대- 근대, 서커스가 있던 시기, 복장이나 건물, 마차, 술집에 걸린 사진 등을 보고 추리할 수 있음

전체 이야기에서는 위기, 결말 직전의 느낌, 가진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시작해야할 때 돌아오는 곳, 생각나는 사람들, 주인공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 시작했던 사람들(사회적으로 소외될 수 밖에 없는 외모를 가진 사람들)을 버리고 자신만 성공하려다 실패한 후 다시 그들을 찾아 에너지를 얻고 새롭게 시작하려함

집이라는 것. 돌아올 곳. 돌아올 사람, 다시 시작하게 하는 사람들

3. 두 영상 감상 후 메모 조합하여 이야기 구성하기

세상적 기준으로 인해 실패를 겪은 사람. 좌절한 곳에서 떠나 자신의 가장 소중한 곳에서 안식을 경험하고 다시 일어서는 주인공. 그러나 그 안식이란 것이 사실은 크게 대단한 것이 아닌. 그러나 실패한 자가 다시 일어나게 만드는 큰 힘을 주는. 그래서 자신이 하려던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해주는.

(Pixabay로부터 입수된 jmexclusives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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