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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효주 May 11. 2021

영혼의 자유를 얻는 비결

신글방 3기12일 차 감정의 파고 속으로 잠행하기

2014년 가을, 그와 첫 만남이 있던 날. 설렘과 두려움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무실 앞에서 잘못 찾아온 것은 아니겠지 하며 조심스럽게 똑똑똑 노크했다. 안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린다. 그가 문을 열고 나를 맞는다. 어색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는 미리 준비된 곳에 앉으며 맞은편에 내가 앉도록 해주었다. 상담이 시작될 때엔 과연 내가 그를 믿고 상담에 응할 수 있을까, 나를 충분히 받아줄 수 있을까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그의 경력과 상담 이력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와 공유할 만한 어린 시절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서히 마음을 열 수 있었다. 첫 회기라 1시간 반이 넘도록 과거와 현재의 슬픔과 괴로움에 대해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러나 그는 어떠한 의심이나 반론도 제기하지 않고 묵묵히 들어주었다. 간혹 이해가 안 되는 부분에서 백 트래킹 할 뿐이었다. 상담을 받으러 오기 전까지 그 누구에게도 이러한 경청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너무나 감격했다. 그날 밤 최근 몇 년 중 가장 가벼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새벽에는 소리를 지르면서 일어났다. 무슨 꿈인지는 기억나지 않았으나, 잠꼬대를 절대 하지 않던 내가, 내 소리에 놀라 깼다는 것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제까지 느껴왔던 모든 고통과 아픔을 들어줄 사람이 생겼다는 것, 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쉴 수 있게 된 환희와 감격이 그렇게 표현된 것 같았다! 더 이상 억누르지 않고 마음을 열어도 될 것 같다는 기쁨에 무척 흥분되었다.

그러나 상담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일에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했다. 플래시백 현상을 만들 정도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오래 억압했으므로 풀어내는 게 많이 힘들었다. 그는 온전히 집중하여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가 느낀 감정이 '무력감'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어린아이였던 내 연약함과 그 일을 해결할 수 있을 만함 힘이 없던 시절에 대한 혐오로 고통받고 있었다. 이제는 어른이 되었고 그 일을 해결할 힘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시기에 멈춰버린 어린 나에게 찾아가 주라고 상담사는 권했다. 그리고 계속된 트라우마가 '비 용서'로부터 오는 것임도 알게 되었다. 오랜 기간 나를 힘들게 한 것이 사실 가해자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사건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가해자와 나 자신을 용서하는 시간을 가졌다. 20년 넘게 괴롭혀 온 플래시백 현상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살면서 그 상담사를 자꾸 떠올리게 되는 건 세상에 온전히 나를 위한 듣기를 해줄 사람이 적다는 반증일 것이다. 상담자인 그로부터 받은 사랑, 용납은 내가 무엇인가를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나 자신으로 살아내기 위해 애쓴 모든 일들을 그대로 인정받는 것이었다. 그건 방황하던 마음속 풍랑을 잠재우고, 내 안에 심긴 생명의 씨앗 그 자체를 품고 살아가도록 격려해주었다. 일생 동안 찾아 헤맨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공감해줄 사람, 내 이야기가 아무리 말이 안 되어도 그냥 받아줄 사람. 그것이면 족했다. 또한 이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열심히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일은 사람을 살려내니까. 어떤 문제가 이상한 말이라도 충분히 들어주면 말하던 사람이 스스로 판단한 후 올바른 길을 가는 것을 자주 보았다. 평온함 가운데 거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따스함을 전하며 살고 싶다.

(아래 내용은 12일 차 미션 진행 방법입니다.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감정의 파고 속으로 잠행하기>

1. 에세이 읽기 : 김진영의 <아침의 피아노> 중에서

2. 문단별로 느낀 감정 찾기

3. 감정 그래프 그리기

4. 에세이 한 편 쓰기(작가의 흐름과 비슷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