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 키팅 같은 너를 말이야
친구가 있었다. 만난지 몇 개월 되지 않았지만 마치 10년도 더 된 것처럼 잘 맞는 그런 친구. 그와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마치 정말로 우리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것처럼 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의.
그런데 그 친구와 헤어졌다. 좋은 기억도 멋진 추억도 많았지만. 나는 그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나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었으나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나를 멀리하였던 그 친구를. 자신에게 소중하다고 나에게 늘 고백했으나 나의 소중한 것들을 아무 가치없는 것으로 여기던 그를.
그렇지만 나는 그녀를 이해하고 싶었다. 왜 우리가 이렇게 되었을까 알고 싶었다. 그런 채로 5년이 지났다.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조금 더 좋게 헤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도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던 걸까 가끔은 고민하면서.
그런 나의 앞에 애널리스 키팅이 나타났다. 애널리스는 너무 그녀와 닮았다. 화려한 모습, 확실한 직업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모습, 지켜야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싸울 줄 아는 자세. 첫 시즌 첫 장면에서 대학 강의실에 들어와 칠판에 'How to get away with a Murder'를 갈겨 써대는 키팅 교수에게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애널리스 키팅을 이해할 수 있다면 너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시 우리 관계를 회복할 수는 없어도 더 이상 너를 미워하지 않고 축복하면서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니 정말 그러고 싶어서.
나의 'How to get away with a Murder' 정복기는 이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