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고질라 vs 콩>인데, 7개월 만에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드디어 베놈 2가 개봉을 한다고 해서!
그런데 왜 제목은 '듄'인가. 영화를 자주 보러 갈 수 있는 사정이 안 되다 보니 영화를 고를 때 매우 신중해져 버린 탓이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더 자주 갔을 텐데 오랜만에 가게 되다 보니 언제 다시 갈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평점을 보고 말았다.
베놈 2는 6점대였고, 듄은 8점대였다. 출발하면서 예약을 하려는데 베놈 2 예매가 꺼려졌다.
듄에 좋은 평점을 준 사람들의 댓글을 읽어봤다. '주인공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화려한 영화'이며, '2탄이 기다려질 만큼 대단하다'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 말을 믿고 듄을 예매한 후 영화를 보러 갔다.
아... 정말 화려는 했다. 진심으로. 모든 장면이 화려하고 웅장했다. 나쁜 놈들이 등장하는 씬도 너무 훌륭했다. 그런데 너무 아름답다.
게다가 괴물까지 멋지다. 이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못 생긴 괴물을 싫어해서 디자인이 잘 된 괴물 영화만 골라보긴 하지만 듄의 괴물은 괴물 같지가 않았다. 심각하게 멋있기만 했다. 그 괴물은 다가올 때까지는 엄청 무서운데, 정체를 드러내고 나니 삼켜도 다시 뱉어줄 것 같은 느낌? 크긴 큰데 너무 크기만 하고 괴기스러운 맛이 없었다. 괴물이 아니잖아.
등장인물들도 너무 잘 생겼다. '너무'란 표현을 자꾸만 쓰게 되는 건 이 영화에 받은 느낌이 처음부터 끝까지 과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결론은 이렇다. 비주얼은 끝내준다. 아니, 음향도 정말 무지막지 멋졌다. 근데 졸린다. 그러나 이 영화가 너무 재밌다길래 언젠가는 재밌어지겠지 하며 허벅지를 꼬집으며 기다렸다.
대체 무엇이 나를 이토록 괴롭게 만드는 걸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건 듄이 내 마음을 울리지 못했기 때문이란 걸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좋은 영화, 재미있는 영화가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눈, 귀, 마음, 몸을 모두 시원하게 하는 영화가 바로 그런 영화인 것 같다. 그러나 듄은 눈과 귀를 만족시키는 데에 지나친 공을 쏟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실제 영화 속 현실에서 주인공들의 움직임이 적고, 예지한 환상에 의해 이야기가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 떡밥만 수두룩 떨어진 느낌이었다.
그렇게 떡밥만 10개 정도 던져놓고 2개만 회수한 채 러닝 타임이 완료되고 있었다. 근데 이야기가 끝날 느낌이 아니라서 화장실에 얼른 뛰어갔다. 근데 돌아오는데 사람들이 막 나오는 게 아닌가! 남편에게 들으니 내가 나가려던 순간 영화가 끝났다고 한다.
하... 좋게 말하자면 2탄이 기다려진다. 대체 뭘 어떻게 하려고 1탄을 주인공과 배경 설명에 올인한 건지 모르겠지만 1탄을 다 봤으니까 2탄도 보고 싶다.
그러나 영화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은 기회비용으로 버려진 <베놈 2>가 그렇게 재미없었을까 라는 것이다. 이왕이면 좀 식상해도 뿅뿅거리는 할리우드 영화를 선택할 걸 그랬나 싶으면 <이건 아니잖아>니까. 최소한 베놈 2를 봤으면 눈, 귀, 몸은 시원해졌을 것이다. 스트레스가 팍팍 풀렸을 것 같고 웃기지도 않은 스토리에 웃음도 나왔을 테니까!
만약 <영화 듄>을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잘생긴 배우들과 최신의 기술이 담뿍 담겨있는 훌륭한 비주얼을 잔뜩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빵빵한 음향도 즐길 수 있고 말이다. 그러나 꼭! 명심해야 할 것은 <듄>의 앞뒤 맥락은 잘 파악하고 가길 바란다. 대체 왜 저렇게 1탄을 시작하고 마무리하였는지 영화 제작자들의 입장을 꼭 알고 가면 졸리지 않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다음 편이 기대되되, 한 편 한 편을 보면서 '이야, 이 영화 보길 잘했어!'라는 감상평이 나올 만한 영화로 만들어 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평점은요? 6점이다. 앞 뒤 설명을 모두 알고 영화를 보는 사람이 영화광이나 영화 평론가가 아니면 많지 않을 듯싶다! 옆에서 제작자들의 설명을 들어야 하는 영화라면 그 이야기 자체에 빠져들 수 없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