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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Nov 02. 2021

오징어게임과 어린이

오징어게임이 국내외에서 핫하다. '심하게 잔인하다, 가학적이다'라는 말도 들려온다. 문제는 어른들이 오징어게임에 열광할수록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그것에 노출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주 2회 어린이들을 돌보는 봉사를 하고 있다. 하루는 3명(A, B, C)의 저학년 아이들이 '오징어게임 놀이'라는 것을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나이가 젤 많았던 A가 게임 진행자를 맡았다.

", 이제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첫번째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입니다." 그러더니 A 스스로 술래가 되었다. B, C  명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참여자가 되어 놀이에 흡수되었다. 금새 움직임이 발각되어 죽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죽었던  아이가 일어나 다음 게임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게임은 뽑기 입니다.""두 번째 게임은 달고나입니다." B와 C 두 아이가 동시에 말했다. 싸우기 시작하길래 얼른 중재했다.

"달고나도 맞고, 뽑기도 맞아." 그랬더니

"두 번째 게임은 달고나 뽑기입니다."하더니 서로 진행자를 하겠다고 다투었다. 그러자 첫 번째 게임을 시작했던 아이 A가 구석에 가서 세 번째 게임을 시작했다.


 다른 일이다. 6 짜리 꼬마가 어린이집에서 오징어게임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러자 1학년 여학생이 말했다. 아까 오징어게임 놀이을 하던 C.

"어후, 선생님! 저렇게 어린 아이한테 오징어 게임을 이야기하다니 어린이집 선생님 이상한  같아요."


그 말을 듣는 나, 함께 봉사하시는 다른 선생님이 입이 딱 벌어졌다. 겨우 2살 차이인데 6살 짜리에게 오징어 게임 이야기를 한 어린이집 선생님을 비판하는 모습이 어이가 없었던 거다. 왜냐하면 C는 이미 몇 주 전에 엄마와 오징어게임 드라마를 이미 완주했던 것이다. 드라마 안의 내용은 가짜라고 하며 다 보여주었다면서.


이후로도 아이들은 시간이  때마다 오징어게임 이야기를 했다. 드라마 안에 나오는 게임을 따라해보기도 하고, 게임 진행자처럼 말하기 놀이도 했다. 2020 초반이 떠올랐다.  아이들은 작년 초에 코로나 놀이를 다. 마치 좀비 게임처럼  친구를 보면서 

"얘들아, 쟤 코로나 걸렸대! 놀지마!"

이렇게 게임이 시작되고 갑자기 지목된 아이는 어이없어하며 아니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그러면 나머지 아이들은

"진짜 진짜? 우리 도망가자!"며 코로나에 걸린 것으로 결정된 아이에게서 달아난다.


아이들이 총을 가지고 노는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노는 거니까 괜찮다, 그래도 총은  아니지 않나 하면서 말이다.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교실에서 손가락 총으로 친구를 쏘는 아이들을  봤을 , 나도 엄청 놀랐다. 친구에게 어떻게 그럴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대학원에 가서 '노는 , 놀이' 대한 배움을 통해 '아이들의 총놀이' 대한 시각을 새롭게   있었다. 교수님은 이렇게 설명해주셨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을 가지게 됩니다."

(물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게임에 중독되어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제외다.)


오징어게임이든 코로나든 어린이들 앞에서 피해갈  있는 콘텐츠는 없다. 아이들은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모든 것을 소화시키기 위해 놀이를 한다. 충격적이거나 그냥 넘어가기 힘든 을 만날 때 아이들은  오래 그걸 곱씹으며 논다. 그러나 오징어게임처럼 잔인하고 가학적인 내용을 담은 콘텐츠들이 어린이들에게 놀이로써 치유할  있는 수준의 것인가를 따져볼 ,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나 걱정스럽다.


날로 어두워지고 악해져가는 세상 속에서 어린이들의 영혼을 위해 건강한 콘텐츠를 선정해주고 시청하도록 해주어야할 부모와 어른의 역할이 점점 줄어드는  같아 무척 아쉽다.



이미지출처: 오마이뉴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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