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주 Feb 17. 2022

영덕 산불, 두려움에 떨다!

쿠과과과과 하는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오더니 내가 누워있는 안방까지 쳐들어왔다.

집을 부실 것처럼 달려들더니 서서히 멀어져 갔다.

그러더니  다른 방향에서도 쿠구구구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비비며 귀를 쫑긋 세우자 눈앞에 헬리콥터가 떠올랐다.


맞다, 산불!

어디까지 내려왔을까.

갑자기 잠이 깬다.




올해 유난히도 건조했다. 영덕에 2  살고 있지만 작년과는 확연하게 다를 정도다.   가습기를 켜는데 작년에는 1 정도면 충분히 숨을 쉬기 좋았다. 하지만 올해는 2칸을 켜주어야 숨을 겨우   을 정도. 평균 습도가 15~20%밖에  되는 이번 겨울, 불이 나면 큰일   같다는 예감이 자주 들었었다.


게다가 작년에 가까운 안동에서 크게 산불이 나서 며칠 동안 산과 동네를 마구 휘갈겼던 것을 <불타는 지구>에서 생생하게 보았기에 늘 불안했다.


산불이 났다는 기를 듣고 큰일 났다 싶었다. 영덕은 바람이 거센 지역이기 때문이다. 어느 계절   없이 1 내내 강풍이 동반되는 곳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기억하는 '영덕' 포항 위쪽의 바닷가일 것 같. 불이  곳은 내륙에 있는 산이다. 바다에서 내륙으로 불어온 바람, 굽이쳐 흐르는 강에서  부는 바람이 섞여서 휘몰아친다. 바람이  강한 곳에 산불이라니!


불씨가 잡히지 않으면 매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에 본 사진도 떠올랐기 때문이다. 남편의 지인들이 사진을 보내주었는데 불이 난 산 근처에 살고 있어서 많이 걱정이 되었던지 밤늦게까지도 톡방이 난리였다.

영덕군민운동장에서 불이 난 곳을 바라보고 찍은 것이다. 어젯밤 9시에서 10시 사이였던 것 같다. 운동장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사는 주택들이 보이는데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밤새 잠을 한숨도 못 주무셨을 것 같다.


왼쪽은 비슷한 장소에서 어제 낮에 찍은 사진이다. 아직 불은 보이지 않았고 매캐하고 흰 연기가 가득한 하늘이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내가 집에서 직접 찍은 것이다. 하루 종일 헬리콥터가 집 위를 많이 지나갔는데 어제는 지역 근처에 있던 총 66대가 동원되었다고 뉴스에서 발표했다. 오늘은 전국에 있는 섭외 가능한 모든 헬리콥터를 동원하여 산불 진화에 힘쓸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도 지붕 위로 쿠과과과 소리가 들린다. 사방에서 헬리콥터들이 진화작업을 위해 날아오고 있다.


위의 사진은 어제 산불이  지역 근처에서 찍은 들이다. 시간적으로는 점심시간을 조금 지난 때라 밝아야 하는데 산이 타면서 만들어낸 연기들이 자욱하게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급히 지인들을 만나러 갔던 남편은 경찰 단속으로 산불 근접 지역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왔다.




영덕 하면 바다, 대게를 떠올리게 마련이라 영덕이랑 산불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덕의  다른 특산품은 '송이버섯'이다. 그만큼 산이 많고 은근히 경사진 곳이 많은 곳이다. 산에서 내려오면서 작은 마을들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산불이 잡히지 않으면 대형화재로 이어질  있어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창문을 열면 오늘도 피어오르고 있는 하얀 연기구름이 보인다. 어제 오후에 진화되었던 불씨가 살아나 저녁과  내내 산을 태웠다고 한다. 오늘 안으로  해결되면 좋겠다.  피부가 이렇게 버쩍버쩍 마르는데 산에 있던 나무들은 얼마나 건조할지,  창문을 때리던 강풍은  오늘 얼마나 불지 몹시 근심스럽다.

매거진의 이전글 얼음 땡 놀이가 변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