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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May 13. 2021

얼음 땡 놀이가 변했다!

물총이라니! 도망 다니는 얼음이라니!

요즘 아이들이랑은 놀고 싶지가 않다.


어릴 적 살던 안동에선 얼음 땡 놀이가 얼음 물 망치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규칙은 똑같다. 놀이 공간을 지정하고 술래를 정한 후 나머지 아이들이 술래를 피해 달아난다. 혹시 술래가 너무 가까이 와서 잡힐 것 같을 때 '얼음'하고 움직임을 멈춘다. 그러면 아직 얼음이 아닌 상태로 뛰고 있는 아이들이 얼음이 된 친구들을 터치하며 '물'을 외친다. 또 하나의 규칙은 '얼음일 때 절대 멈춰 선 곳의 자리에서 발을 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얼음이 도망가면 술래가 된다.


 작년부터 1년 5개월째 같은 아이들을 6~10명 정도 주 1회씩 돌봄 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얼음 땡은 이상하다. 왜냐하면 규칙이 굉장히 모호하기 때문이다. 첫째, '물총'이란 것이 등장했다. 쉽게 말해 리모컨 기능이 추가된 것이다. 직접 다가가서 '땡'을 해주지 않고 멀리서 '물총'을 쏴버리면 얼음이 녹는다. 황당했다. 아이들은 더욱 자유롭게 술래를 따돌리고 도망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술래에서 벗어나는 일이 힘들어지게 되었다. 둘째, '얼음' 상태로 발을 떼고 도망가는 아이들이 나타났다. 그걸 보는 순간, '저 친구들과 얼음 땡 놀이를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다. 놀이가 가장 재미있는 순간은 규칙이 제대로 살아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셋째, 규칙을 어기는 아이를 강제로 술래를 만드는 방법이 등장했다. '얼음'인 채 도망 다니는 아이 곁에 술래가 다가가면 술래에게 잡히도록 하려고 일부러 근처에서 물총을 계속 쏘거나, 땡을 계속해서 '얼음 도망러'를 술래로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어려서 그럴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1년 이상 보다 보니... 세월이 많이 흘러서인가 싶다. 그 놀이를 해봤던 시기로부터 30년이 넘게 흘러있다. 세대가 바뀌고 세상이 달라지면 얼음 땡 놀이도 달라지는 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1년 넘게 지켜본 그들의 '얼음 땡'은 규칙이 흐려, 늘 잡히는 사람만 잡히고, 나이가 많고 힘이 센 아이들이 약하고 어린아이들을 주로 때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속적으로 술래가 되는 아이들이 맘 상해서 혼자 앉아있거나 울기도 했다. 또 다른 건 같이 하면서도 그 놀이(2021 얼음땡)만은 절대 참여하지 않는 아이도 생겨났다. 아이들이 같이 노는 것은 함께 즐겁기 위해서다. 그러나 특정 인물들만 즐겁기 위한 이상한 규칙 속에서 노는 아이들은 위태로워 보였다.


내가 어릴 땐 그렇지 않았다. 놀이에서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은 함께 어울리는 아이들의 마음을 지켜주고 몸을 보호한다. 규칙을 어기는 것으로 인해 술래가 되면서 즐거운 놀이를 위해서는 같이 한 약속을 잘 지켜야 함을 배우기도 했다. 공동체를 세우는 재미난 활동이었다. 그러나 요새 아이들의 놀이는 다분히 개인적이고 약육강식적이다. 재미있을 것 같지가 않은 것들이 많아서 걱정스럽다.


돌봄 시간 동안 나는 오직 도우미로 존재한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눈을 크게 뜨고 그들을 관찰한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면 그냥 기다린다. 문제 상황도 아이들끼리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꼭 이루어지길 바라는 한 가지는 아이들 스스로 규칙이 더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다. 나만의 쾌락을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모습에서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며 함께 즐거운 활동을 해 나가는 아이들로 자랐으면 한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Alexas-Fotos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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