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어쩐지 기분이 나쁜 이유
만나자고 난리를 쳐서 나가보면 어쩐지 기분이 나쁘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멱살 잡는 P씨
예전 직장 동료 P씨는 쾌활하고 새로 만난 사람들을 대할 때도 어려움이 없어 신입 직원들과 잘 지낸다. '우리 회사는 P씨를 거치지 않고 적응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할 정도로 친화력은 대단했다. 동갑이었던 P씨는 나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동년배가 회사에 들어오지 않아 외로웠다며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고 했다. 처음에 P씨는 새로 들어온 나에게 굉장히 호의적이었고 예의 바르게 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점 그 모습이 사라져 갔다. 시간 약속을 어기는 건 물론이요, 약속 장소에 아예 나타나지 않기도 했다. 또한 자기주장이 강했던 P씨는 자신과 의견이 다를 땐 억지로라도 강요하는 경향이 있었다. 자기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회사의 동료 직원이든 관리자든 누구든 붙잡고 멱살잡이를 하는 것이다. 늘 달고 사는 말은 '선을 넘지 말라고!'이지만 정작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남의 말은 귓등으로 듣는 H
이모의 친구 H 아줌마는 우리 이모를 무척 좋아한다. 우울증으로 신앙과 삶에 회의를 느끼던 순간에 이모가 깊이 공감해준 것으로 인해 늘 감사함을 전한다. 여기까지 보면 괜찮은 것 같다. 그러나 아줌마는 심각하게 이모에게 밀착되어 있다.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혼자 감당하기 힘든 이야기를 이모에게 너무 많이 쏟아놓는다. 그러면서 생긴 미안함을 과한 선물을 자주 보내 털어버리려 한다. 한 번은 이모랑 H 아줌마 네 집에 초대받았다. 아줌마는 손님을 초대한다며 몇 주 전부터 극진이 대접하겠다 했지만, 가보니 환영받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자신이 만든 요리, 이제껏 있었던 일들, 자신이 힘든 이야기를 하느라 손님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줌마가 생각하는 손님에 대한 대접이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만, 심각하게 무거운 이야기들, 자신만의 고집,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 거부하고 듣지 않으려 하는 태도로 인해 집에 가고 싶었다.
가스라이터 M
지인들의 친구 M은 자기 주변의 모든 사람을 통제하려 드는 희한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자기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의 스케줄을 다 꿰고 챙기려 든다. 만약 계획성이 없고 게으른 사람이라면 M과 지내는 것이 굉장히 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인 1은 자기 친구 M을 무척 좋은 사람으로 여겼다. 그러나 M을 알고 있는 지인 2는 M으로 인해 큰 괴로움을 겪고 있었다. 두 사람의 반응이 너무 달라 이야기를 들어보니 M의 성격과 말투의 특이성으로 인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M는 자신이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비난과 반박, 거부의 말을 사용한다. 심지어 자녀들과 남편에게도. M의 남편은 제발 그러지 말라고 하지만 M은 바뀌지 않았다. 지인 2의 충고에 따라 M의 근처에 가지 않고 있다. 나까지 통제하며 비난 섞인 맹공격의 말을 퍼부을 것이 당연한 그의 언사를 생각하면 몸서리가 난다.
누구에게나 밝게 친절하며 앞에 나서서 말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고 잘하는 그들을 볼 때면 멋지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자기 의견을 관철하려 하고 조종하려고 하는 면모로 인해 눈살이 찌푸려진다. 도가 넘는 간섭과 통제, 거친 말투를 당연한 듯 여기는 그들과 만나고 돌아오면 내 이야기를 다 못한 것 같아 기분이 나빠진다. 대체 그들이 사람을 만나려는 의도는 무엇인지, 혹시 타인을 불러 실컷 떠들고 나서 지인들의 에너지를 빼앗아 가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