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주 Jan 17. 2023

누룩

고전 5:6 너희가 자랑하는 것이 옳지 아니하도다 적은 누룩이 온 덩어리에 퍼지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을 먹어본 일이 있는가?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은 질기고 딱딱하다. 유대인의 명절, 유월절에 그런 빵과 나물, 양고기를 먹는다고 한다. 어떤 분이 만드신 것을 주셔서 먹어보았는데 설탕, 버터도 없어 맛도 없고 뻣뻣하기만 해서 정말 맛이 없었다.


누룩은 효모, 이스트를 말한다. 술이나 빵을 만들 때 발효가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빵에 넣으면 식감이 부드러워지고 영양가도 더욱 풍부해진다. 그렇게 덩어리는 커지고 처음 재료들과는 다른 새로운 것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에 이러한 누룩이 들어온다면 어떨까? 각각의 마음속에 침범하여 각자 가지고 있던 신념을 무너뜨리고 그 커뮤니티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 누룩은 좋은 것일까?


빵을 부풀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누룩은 전체 양에 비해 아주 일부분이다. 하지만 그 정도만 있어도 충분히 빵은 발효된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모인 모임에도 일부가 변질되기 시작하면 금방 그 연합은 깨어지고 처음의 순수함과 경건함을 잃게 된다.


한국 교회를 보고 있으면 참으로 안타깝다. 모태 신앙으로 평생을 신앙 생활해왔다. 지인이라 밝히는 것이 부끄러운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만났고, 또 신문에서도 접하고 있다. 개독교라는 말을 들으면 참으로 기분이 나쁘지만 가끔은 너무 맞는 말 같아서 한탄이 나온다.


분명히 아직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신앙적 양심을 지키며 꼿꼿하게 자기 믿음을 지켜나가고 있다. 하지만 벌써 많은 부분은 이미 썩어서 도려내야 할 정도로 부패했다. 언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악행에 대해 각 교회, 교단이 확실히 치리 하지 않는 교회 문화가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욕하는 것은 예전 일이 아니라 오늘 우리 옆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것을 하나하나 직시하고 회개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그렇다면 대체 왜 그게 안 되는 것인가? 안타깝게도 교회에는 예수를 믿는 이들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복 받기만을 바라고 와서 앉아 있는 자들, 자기 사업을 위해 인맥을 만들러 와 있는 자들, 명예를 얻기 위해 일하는 자들이 대부분이고 진정 예수가 가신 길을 가는 이가 너무 적다.


나도 그런 인간이었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 잘 나가는 사람, 위대한 업적을 남기는 것에 관심이 있었지 십자가의 길을 가는 건 싫었다. 그러나 작년, 전혀 이해되지 않는 사람을 놓고 기도하면서 내가 얼마나 예수와 상관이 없이 살아왔나 처절하게 보고 말았다.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하기보다 나의 실력과 능력으로 알아서 살려고 하는 죄인이었다. 부모님께서 다니시는 교회에 따라다니며 어쩌다 교인이 된 것뿐이었다.


그나마 어디 가서 욕먹을 짓 하지 않는 나도 이 모양이니, 이제는 교회 안에 누룩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실정이라 하겠다. 교회가 교회 되기 위해 누룩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사회에서도 악하다고 하는 것을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 확실히 매듭짓고 그 행위에서 돌아서도록 권면하고 되지 않으면 끊어낼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은 매우 급진적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루터가 종교개혁을 하려고 하던 사회도 지금의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어나 교회의 본질을 벗어난 것들을 직시하고 회개하며, 각자가 누룩 없이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면 한국 교회에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대세에 밀려 포기하기보단 믿음을 회복하고 시대와 민족을 위해 기도할 사람들이 너무나 필요한 시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랑할 수 있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