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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Jan 18. 2023

나, 너, 해도 되는 일

고전 6:12 모든 것이 내게 가하나 다 유익한 것이 아니요 모든 것이 내게 가하나 내가 무엇에든지 얽매이지 아니하리라




'할 수 있다'라는 말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너무 많은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을 본다면 그 범위는 한계가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심이란 것이 있어 그것의 지배를 받는다.


얼마 전에 진로에 관한 연구를 하여 적성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만드신 분의 강의를 유튜브에서 보았다. 오랜 기간 한국 학생들에게 잘 맞는 진로 설계를 하기 위해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또 여러 차례 프로그램을 수정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하였다. 내 진로가 늘 맘에 안 들었기에 40이 넘은 나이지만 어떤 유형인지 궁금해서 책을 구입해서 검사해 보았다.


검사방식은 사고 유형을 분석해 독특하게 발달한 사고력을 추려내어 적성을 파악하는 형태로 되어 있었다. 나의 대부분의 사고력은 높은 편이었으나 단 하나, 수평적 사고가 너무 낮았다. 충격이었다. 반대로 고정적 사고력은 최고치를 보였다. 내 안에 '이것이 맞고 저것이 틀리다'라는 생각이 강하고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된다'는 관점에 대해 굉장히 배타적인 입장을 최고 있다는 의미. 이와 반대로 수평적 사고력 점수가 높고 고정적 사고력 수치가 낮은 사람은 매사에 융통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솔직히 스스로를 그렇게 꼰대 같지는 않기를 바라고 있었던 터라 검사 결과는 좀 충격이었다. 그러나 늘 유연하게 생각하거나 뭐든 잘 흘려보내는 편인 아니었기에 검사에 신뢰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걸까? 나처럼 융통성이 없으면 다 나쁠까? 늘 모든 일에 열려 있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다 괜찮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12절에는 그 두 부류의 사람들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첫째, 뭐든 할 수 있다고 해도 모든 일이 유익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유연하게 사고하는 사람들은 자신과 이웃에게 해가 되는 행동이라면 자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둘째, 어떤 일을 하든 사사건건 얽매이지는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해야 하고 저렇게 해야 한다'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늘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맞네 틀리네 말이 많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하면 자신과 타인을 그렇게 옭아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너무 개인화되어 있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를 부르고 또한 인간소외 현상을 가져온다. 너무 외롭지만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한 사람이 넘치는 세상이다. 뭐든지 해도 된다고 배우지만 타인을 위해 자제하는 법은 알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인간은 절대 혼자 살 수 없다. 공존하기 위해서는 조금씩 양보하고 조금씩 더 곁을 내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와 다르다고 하여 배척하기만 하다가는 그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없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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