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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Jan 23. 2023

강한 사람에게 필요 없는 것

고전 10: 23-24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은 아니니 누구든지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말고 남의 유익을 구하라



교사 시절, 재미난 현상을 많이 관찰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건 '욕설'에 관한 것이다. 어떤 아이(A)가 쪼르르 달려온다.

A: 선생님, B가 저에게 욕설을 했어요.

나오미쌤: 그랬구나. 가서 B를 데리고 올래?


잠시 후, 억울한 얼굴을 한 B가 온다.

나오미쌤: B야, 선생님이 왜 B를 오라고 했는지 아니?

B: (심퉁한 얼굴로 바닥을 보며) 아니요.

A: 네가 나한테 욕했잖아!

B: (억울해하며 말이 없다.)

나오미쌤: B야. A가 와서 네가 욕을 했다고 하더라고. 그건 맞니?

B: (너무 억울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네...

나오미쌤: 그렇구나. 근데 그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A: 아무 일도 없었어요. 갑자기 B가 저한테 욕했어요.

B: (눈을 부릅뜨고 A를 쳐다보며 억울해한다).....

나오미쌤: A는 아무 일도 없다고 하는데, B한테 물어보자. B야. A가 너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래?

B: (어렵게 입을 열며) 아까 A랑 놀고 있었는데요, A가 저한테 '이 놀이 못하지?' 하면서 놀렸어요. '나도 할 수 있다'고 했더니. 아니잖아, 못하잖아 하잖아요 계속 그래서... 욕을 했어요.

나오미쌤: 아, 그랬구나. A가 놀려서 기분이 많이 나빴겠네. A야, B가 한 이야기가 있었던 일이 맞니?

A: 네, 맞긴 맞는데 저는 욕 안 했어요.

B: (화를 겨우 참으며 씩씩 거린다)...


수많은 B들이 있었다. 욱하는 성격이 있고, 말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며, 자신을 우습게 여기거나 놀리는 것을 잘 못 참기에 더욱 자주 놀림감이 되는 그런 아이들이다. 기분이 좋을 때는 세상 명랑하고 즐거운데, 기분이 나쁘면 참지 못하고 욕을 한다. 초임 때는 욕이 나쁘니까 하지 말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비슷한 일이 계속해서 관찰되자 B들은 왜 욕을 하는 것인가에 고민하게 되었다.


B들이 욕을 하는 이유는 다음의 몇 가지로 분석된다.

1. 어휘가 약해서

2. 성격이 급해서

3. 상대방의 입을 다물게 하고 싶어서

4. 자신이 더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하고 싶어서

 

'힘 센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욕보인 상대방보다 더 크고 위협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욕설'을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욕설을 하는 B들에 대해 많은 A, C, D, E들은 다른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규칙을 지키지 못하는 아이, 학급의 평화를 깨뜨리는 친구, 좋은 말로 못하는 녀석, 욕설만 하는 친구 등. B들이 아무리 욕을 해도 그들이 원하는 '강한 자'로서의 이미지는 생성되지 않았다.


'강한 사람'에 대해 학급 전체적으로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 반 아이들 중 가장 강한 사람은 누구일까 생각해보도록 했다. 자기 힘을 남을 지키는 데 사용하는 아이들. 학급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규칙을 가장 잘 지키는, 존재감이 없는 듯 하지만 친구들과 선생님을 사랑하고 아끼는 몇몇 학생들에게 주목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말하는 강한 사람'이 의외의 인물임에 굉장히 놀라했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고 해서 그것을 자신만을 위해 사용한다면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렇듯 '강한 사람'에 대해 잘못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남을 괴롭히고 그 위에 군림하는 것이 강한 것이 아니다. 나보다 약하고 불쌍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그들을 돕고 위할 수 있는 것이 참된 강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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