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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Jan 25. 2023

친하게 잘 지내라는 이유

고전 11:18 먼저 너희가 교회에 모일 때에 너희 중에 분쟁이 있다 함을 듣고 어느 정도 믿거니와



어릴 때 나는 크게 혼나 본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꼭 주기적으로 혼나는 일이 있었으니, 바로 동생과 싸우는 거였다. 인형 하나를 두고 다투거나, 장난감을 먼저 가지고 놀겠다 투닥거리다 소리가 커지면 혼이 났다. 목소리를 높여 말씀하지 않는 아빠가 유일하게 버럭 하실 때도, 잔소리는 많이 하셔도 벌은 잘 안 세우시는 엄마가 팔이 후들거릴 때까지 손을 들고 있으라고 하시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둘이 마음이 안 맞으면 좀 툭탁툭탁 할 수도 있지 뭘 그리 때마다 화를 내고 벌을 세우시는지... 어릴 적엔 잘 이해가 안 되었다. 왜 우리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않고 혼내고 벌을 세우는지 억울하기도 했다. 둘이 그러다 말 수도 있는 건데 대체 왜 자꾸 부모님이 끊어버리는지 맘에 안 들었다. 선생님이 되고 나서야 왜 부모님들께서 형제들 간에 잘 지내길 원하시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교실에 앉아 있으면 학년 상관없이 하루에도 몇 번씩 '선생님~ 00가 ~했어요!!'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대부분 같이 놀다가 벌어진 일들이었다. 아이들의 다툼을 중재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아이들도 자기들 세계에서 어른 못지않은 복잡한 인간관계를 하고 있으며, 자주 부딪치는 친구들에게는 원수에게 보일 법한 강한 분노의 감정을 서로에게 뿜어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면 학급 전체가 분열이 되어 수업 분위기를 집중시키기 무척 어려웠다.


다투지 말고 잘 지내라고 하는 이유!


첫째, 싸우는 모습을 볼 때 괴로워서다. 가정이나 직장, 학교에서 불화가 일어날 때 당사자도 무척 힘들지만 보는 사람들 역시 괴롭다. 왕따, 따돌림이 일어나는 현장에 있던 가해자, 피해자 외에 방관자들까지 심리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자녀들이 다투거나, 학생들이 서로를 싫어할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의 마음도 찢어진다.


둘째, 다툼이 지속되면 관계의 골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약 20여 년 전, 두 남자아이가 우리 반이 되었다. 둘이 다투었다고 해서 불러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두 아이 모두 그날 있었던 일보다 더 심각하게 화가 나 있길래 그전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4년 전, 1학년 때 있었던 일을 꺼내면서 그때부터 서로를 싫어했다고 말했다. 용서하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미워하고 계속 싸워온 두 남자아이사이의 골은 좀처럼 메워지지 않았다.


셋째, 적절한 순간 중재하지 않으면 관계는 완전히 깨어져버린다. 사실 자주 부딪친다는 것은 서로에게 관심이 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하면 이런 마음은 상대에게 올바르게 전달되지 않고 급기야 서로가 원하지 않는 큰 싸움을 일으킨다. 정말 친한 아이들일수록 작은 일에 크게 상처를 받고 서로를 고자질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너무 친밀해서 자기 맘대로 상대방을 주무르고 싶은 두 여학생이 있었다. 하루 동안 말하지도 말고, 만나지도 말고 집에 갈 때까지 있어보라고 했더니 집에 갈 땐 서로가 없으면 안 되겠다면서 손을 잡고 돌아갔고 다시는 싸우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 관계적인 문제는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각자 자기 세계에서는 자신이 옳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상대방의 세계에서는 상대방만이 옳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분쟁은 해결되지 않는다. 각자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 절대로 남의 세계에서 내가 옳을 수가 없다.


'상대방이 나와 완전히 다르다'라는 걸 받아들이는 것.그것이 타인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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