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12:26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하느니라
시골과 도시를 오가며 살다 보면 그 차이가 몸에 와닿는다. 처음엔 풍경이 좀 더 자연적이냐, 인공적이냐에 눈이 돌아가지만, 진짜 다른 점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만날 때 체감할 수 있다. 특히 마을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 보면 '나'라는 개인을 그들이 어떤 존재로 인식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경북에 있는 중소도시에서도 살아보고, 경기도에 있는 위성도시에서도 살아봤다. 퍽 작은 시골 마을에서도 지냈고 산업이 발달한 도시나 광역시에도 주소를 둔 적 있다. 가는 곳마다 나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달라서 처음엔 이상했고 나중엔 신기했다. 나는 늘 같은데 어찌 저렇게 다르게 대할 수 있을까?
작은 시골로 들어갈수록 '나'라는 개인이 갖는 가치와 존재감은 크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대가족주의 혹은 공동체주의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어르신들은 말씀하시고 젊은이들은 주로 들었다. 마을 전체를 움직여 가는 것에 큰 비중을 두기에 마을 행사가 있으면 '아직 많이 젊은 나는 의사에 상관없이 무조건 동원'되어야 했다.
대도시로 갈수록 개인주의적 성향의 사람들이 많다. 만나는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을 가졌지만 집중하는 시간은 짧았다. 대화는 '너와 나'에 관해 이루어지기에 재미있다. 하지만 서로를 향한 진정한 사랑과 돌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안전한 공동체 안에서 개개인이 존중받을 때 사람은 가장 행복하다. 집단이 중요해서 각 개인의 욕구를 무시하는 것이나 이기주의적 풍조가 팽배할 때 인간은 불행해진다. 소속된 집단에서 자기 역할에 자족하며 그것을 통해 공동체 전체가 유기적으로 굴러갈 때 참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 이웃, 지역 사회를 넘어 우리나라까지도 한 공동체이다. 하지만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한 몸이라면 아픈 곳이 생길 때 몸 전체가 아픈 것이 당연할 텐데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로 인해 마음에 요동이 없는 건 너무나 슬픈 일이다.
외로울 때 의지할 사람도, 공동체도 없는 것도 안타깝다. 건강한 의미에서 '우리'가 회복되고 그 안에서 '나'라는 개인이 서로에게 힘이 되는 그런 사회에서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