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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Jan 28. 2023

부부의 언어

고전 14:11 그러므로 내가 그 소리의 뜻을 알지 못하면 내가 말하는 자에게 외국인이 되고 말하는 자도 내게 외국인이 되리니



<솔로 지옥>과 <결혼 지옥>이라는 프로그램이 함께 방송되고 있다. 솔로가 지옥인 건 '혼자'인 외로움이 너무나 크기 때문일 거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계속 함께 살고 싶어서 하는 결혼 생활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역경이 된다는 것은 인생 최대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결혼에 골인한 사람들 중 적지 않은 비율이 이혼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건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문화 충격의 결과일 수 있다.


최근 상담 중인 지인이 있다. 결혼한 지 2년 3개월 된 신혼부부인데 같이 사는 동안 사이가 좋았던 날을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둘은 관계가 나빴다. 호의로 꺼낸 이야기는 상대의 가슴에 불화살로 박히고, 농담이 대판 싸움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결혼을 한 이상 끝까지 책임지겠다 결심한 지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남편을 바꿔보려고 했다.


남편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줄까 싶어 해달라는 건 다 해보고, 집안일 못한다는 구박이 듣기 싫어 몸이 부서져라 청소, 빨래, 설거지를 했다. 하지만 열심을 내면 낼수록 둘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물건도 집어던지고, 비난과 저주를 퍼붓는 남편 때문에 지인은 자주 절망했다.


결국 2년 만에 자기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닫고 맥이 쭉 빠져버렸다. 근데 희한하게 그런 지인을 보며 그의 남편이 바뀌기 시작했다. 사랑을 베푸는 행위도, 사랑받기 위한 노력도 다 포기하고 '가만히만' 있었는데 지인을 너무 좋아하고 잘해주는 것이다. 사실 지인은 예전부터 '얼음 공주'로 유명했다. 냉기가 흐르고 철벽인 것이 매력이었다. 남편에게 토라진 일이 있어 며칠 떠들지도 않고 살림도 놔버렸는데 남편이 마치 첫눈에 반한 것처럼 돌변한 것이다. 입만 꾹 다물고 가만히 앉아 있는데 남편이 집안일을 찾아서 하지를 않나, 예쁜 말로 조용하게 속삭이면서 말해주고, 다정하게 먼저 다가오는 것이다.


지인은 이제껏 남편을 '미친(?) 남자'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그의 남편을 '지친 남자'로 칭하기로 했다. 돌아보니 남편이 무리한 요구를 했던 모든 순간에 지인이 남편과 소통하고자 '너무 가까이' 다가갔었음을 발견한 것이다. 어떻게든 사랑을 확인받고 싶었던 말과 행동이 직장에서 너무 '지친 남자'에게는 전혀 달갑지 않았음에 지인은 화들짝 놀랐다.


지인은 남편에게 예쁜 말과 존중하는 태도를 원했고, 그의 남편은 조용히 자신을 쉬게 해 줄 시간을 원했다. 그러나 서로가 원하는 것을 알아듣지 못했다. 자신이 자라온 환경에서는 '내가 하는 말이 모국어'이다. 하지만 부부가 함께 살기 시작하는 공간에서는 '내가 하는 모든 말은 외국어'가 된다.


새로운 가정에는 '새 언어'가 필요하다. 부부가 제대로 소통할 수 있을 만큼 상대의 언어를 배우려면 시간이 걸린다. 언어 공부할 때 이해가 되지 않는 어휘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보듯 처음 듣는 말을 서로 물어보고 습득하는 기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좋아하는 마음을 키워가며 유지하기 위해 '사랑의 언어'도 함께 만들어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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