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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Feb 16. 2023

나를 시작하다

브런치 시작한 지 2년 2개월.

나처럼 힘든 사람을 위해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작가 신청 버튼을 눌렀던 기억이 납니다. 많은 분들을 만나고 글로 소통하며 서로를 통해 저의 세상이 확장되어 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200편의 글을 낳고 이제 201번째 글로 들어갑니다.


브런치를 잘 운영해서 어떤 성과를 달성하고자 했던 마음도 있었고,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글은 무엇이고, 많이 찾는 글은 무엇인지 최근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방향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뭘 쓰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죠.


며칠 전, 한 지인을 만나 깨달았습니다. 대학 입시를 실패했던 20살의 심정으로 지금도 살고 있다는 것을요. 20년이 넘은 지금에도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라는 근원적인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했더라고요.


왜 지금도 그 상태에 머물러 있었을까요?


먼제 어릴 적 꿈은 대법원장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칭찬을 늦추며 양육하시는 부모님 탓에 큰 인물이 되면 그때는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하며 살아왔던 거죠. 그것이 지금까지도 저를 아프게 하는 근원이었답니다.


맛난 것을 먹는 게 너무 좋고, 예쁜 옷 사는 것도 좋아하고, 미용실에도 2~3개월에 한 번씩은 가고 싶습니다. 책도 마음껏 사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와 만화도 무척 좋아해서 매일 봅니다. 그러나 그런 것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강박관념에 눌려있었더라고요.


아들 아들' 노래하시는 할머니와 '열 아들 부럽지 않은 딸'로 저를 키우고 싶으셨던 엄마로 인해 인생의 초반부에 '나는 할머니를 슬프게 하는 사람'이며 '엄마의 짐'이 되는 인간으로 스스로를 각인한 듯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여성스러운 것을 취하는 것에 굉장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결국 '나로 사는 삶'이 불편해서 자꾸만 다른 것을 하려고 하는 습성이 생겼고, 그것은 '나의 욕구'를 무시하는 방향으로 살아왔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브런치에 쓰려던 많은 기획들을 다 미루기로 했습니다. 그냥 '나'에 대해 쓰기로 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 영화, 만화 등에 대한 것들을요. 있는 그대로의 나.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가면'이 아닌 '진짜'를 만나러 가려고요.


오래 함께 했지만 정작 가장 잘 모르는 '나'를 드디어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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