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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Feb 22. 2023

내가 머리형이라고?

2번이 아니라 6번이라고? 헉...



MBTI처럼 사람의 심리적 유형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간단한 검사들이 있다. 전부터 이런 것에 관심이 많아 강의도 듣고 책도 읽어보고 했었다. 새롭게 만난 사람을 더 빨리 알고 싶은 궁금증과 왜 나와 다른 행동과 말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도 있어서다.


그 중 에니어그램이라는 것도 있는데 사람이 주로 쓰는 에너지가 어디에서 나오느냐 하는 것으로 유형을 나눈다. 종류는 머리형, 가슴형, 장(배)형 이렇게 3가지가 있고 각각 3가지로 나눠져서 총 9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순서는 가슴형 2번, 3번, 4번, 머리형 5번, 6번, 7번, 장형 8번, 9번, 1번 이렇게 붙인다.


2010년대 초반에 검사를 했을 때 2번이 나왔고 계속해서 2번이었다. 가슴형인 2번은 '나는 다른 사람을 돕는다'라는 명제를 지니고 사는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 큰 기쁨을 얻는 유형인 것이다. 몇 년 전까지도 계속 2번이어서 당연히 그런가보다하고 이제껏 살아왔다.


그런데 어제 스텝으로 있었던 강의 중 간이로 머리형, 가슴형, 장형을 구분하는 테스트를 하는 시간이 있어서 나도 해봤다. 근데 '머리형'과 '가슴형' 비율이 거의 똑같이 나온 것이다. '내가 머리형일 수도 있다고?' 충격이었다. 내가 머리형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다. 예전에 에니어그램을 해본 사람들과 오랜 기간 만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었고 아주 강한 머리형, 아주 강한 장형들 틈에 있을 때 나는 확실히 가슴형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강의가 끝나고 식사 시간에 그 주제로 이야기를 꺼내봤다. 거의 10년 넘게 가슴형인지 알았는데 오늘 검사에 머리형이 나와서 놀랐다고 했더니, 그들이 보기엔 완전 머리형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충격을 받았다. 이번 행사를 위해 만난 정말 생판 나를 모르는 분들인데 이틀 지내보면서 '머리형'인 사람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에 '내가 나를 잘 모르나보다.' 싶었다.


사실 이상하긴 했다. 일기를 쓰거나 편하게 글을 쓰면 주로 '생각'한 것을 적고 있는 나를 알고 있어서다. 그래서 왜 이렇게 쓰지? 하면서 궁금했는데... 답을 알게 되었다....ㅠㅠ


강의 중에 강사님은 애니어그램도 MBTI처럼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언급하셨다. 함께 일하는 그룹이 머리형이 많다면 자신은 장형이어도 머리를 주로 쓰는 사람들처럼 사고하거나 말하게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몇 년 사이 거의 가슴형들과만 지낸 것 같다. 주변에 INFJ나 ENFJ, INFP가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그럴수록 '나'만의 스펙트럼이 더 돋보였던 건 사실이다. 나는 말싸움을 잘하는 INFP니까.(이게 말이여 방구여....ㅠ)


이왕 머리형이 나온 김에 확실히 몇 번인지도 궁금해서 간단하게 검사를 해봤다. 그랬더니 6번이 나왔다. 이 유형은 '충실한 사람'이라고 한다. 친구, 자기가 믿는 신념에 가장 충실하단다.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읽어본 내용 중에 '왜 내가 스스로를 가슴형이라고 여겼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6번 유형은 자신의 주의와 에너지에서 내면과 외면을 모두 향하고 있으면서도 내면 깊이 불안을 느끼는 유형이다. 그래서 외부의 활동에 적극적이며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실수를 해서 벌을 받거나 다른 사람들의 요구 때문에 지쳐 버리게 될까봐 드려워한다. 그래서 내면으로 뛰어들어온다. 그러다가 자신의 감정에 겁을 먹고 주의와 에너지를 외부로 돌린다. 결국 불안 때문에 이들의 주의는 마치 탁구공처럼 안팎으로 튀어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것이다.

마음 속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기에 이런 걸 잠재워줄 수 있는 무언가를 늘 찾아다녔고, 그럴 때마다 찾아온 심리적 평안이 참 좋았다. 타인에게 헌신하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자신의 독립성을 추구하는 편이라 방어적인 태세를 취하기도 한다는 설명도 이해가 되었다.


에니어그램 중 '머리형'은 가슴형이나 장형에 비해 에너지가 적은 편이다. 이것은 체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삶을 움직여가는 에너지라고 표현하고 싶다. 에너지가 많지 않은 머리형은 혼자 머리를 굴려 계획을 세우고 가장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방향으로 산다. 그래서 게으르게 보일 수도 있고 아무 일도 안 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는 잘 먹는 편이다. 하지만 거의 집에서는 앉아있다. 그렇게 가만히 있는 게 너무 좋다. 일할 땐 점심을 먹고 나면 기운이 나서 잘 움직이긴 하지만 집에서는 그렇지 않다. 돕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는 2번 유형이 나올 때 나는 ENTJ였다. 2번이나 ENTJ는 직장에서 일하며 사람들을 많이 만날 때 내가 쓰는 가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은 INFP인데 6번이다. 뭔가 말이 안 맞는 일이 내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


쉽게 머리형, 가슴형을 구분하는 방법에 대한 주제가 있다고 한다. 만약 어떤 친구가 발을 절뚝거리면서 교실로 들어온다고 하자. 가슴형이라면 '어떡해, 많이 아프겠다!'라고 반응할 것이고, 머리형이라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그래?'라고 한다는 것이다.


앗! 나는 '왜'가 정말 많은 사람인데 생각없이 가슴형일 거라 믿었다니! 하하하하하


나를 제대로 마주하기로 작정한 요즘, 주변에서 너무 재미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하하하하 머리형이면 어떻고 가슴형이면 어떤가. 그냥 그런 거다. 그치만! 머리형인 나는 그런 모든 게 다 재밌다. 하하하하하 설명충이자 질문충인 내가 스스로를 머리형으로 여기지 않았던 것이 하루 종일 너무 재밌었다.


테스트로는 사람을 다 알 수 없다. 사람은 겪어봐야 정말 제대로 알 수 있다. 왜냐면 사람들은 자기 마음을 잘 모르고 말을 할 때가 많기에 시간이 지나 패턴이 분석이 될 정도가 되어야 조금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제부턴 나를 테스트 결과에 맞추지 말고 직접 겪어보고 판단하려고 한다.


별 거 아닌 일에 충격을 받는 것도 웃기고 44살 먹어서야 나를 제대로 알아보겠다고 하는 것도 너무 웃긴다. 풉.



(간단한 에니어그램 테스트를 하실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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