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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Oct 31. 2020

오랜만에 시를 읽다


시를 정말 오랜만에 읽었다.


빠르게 스크롤하며 읽거나

논리와 내용 파악을 위해 읽기만 하다가

시를 읽으니

시는 아직 이야기 하는데,

눈동자는 시 끝에 가있었다.

아무 것도 머릿속에 남기지 않은채.


너무 빨리 달려 아무것도 보지 못한 바깥의 풍경처럼

시가 지나갔다.

한줄 한줄, 한단어 한단어 곰씹어 읽기 위해

눈동자의 속도를 줄였다.


"슬픈 고양이 눈동자를 지닌 그대는 방드르디지역의 올빼미 당원 태양을 버리고 오롯이 밤과 밤을 이어가는 그대를 위해 나는 한편의 시를 들려주려 한다.

알타이 계곡 깊숙이 숨겨두었던 시

너무 아름다워 자신만 알고 싶어 먼 옛날 세상을 떠돌던 보부상들도 보석처럼 몰래 숨겨두었던 마을 정선 같은 시

그곳엔 아직도 시가 많으니

세상이 아무리 어두워져도 궁극적인 아름다움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시는 무엇인가

끝없는 어둠을 타개하기 위한 한점의 불씨, 불씨를 물고 가는 한마리의 새일지도 그럴지도"

(폭풍우 치는 대관령 밤의 음악제 - 박정대)


시인의 말처럼 궁긍적인 아름다움의 조각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는

눈으로 마음으로 그림 한폭을 그려낼 수 있는 시

한줄 한줄 읽다보면 흰 도화지에 풍경이 그려지듯

다 읽고나면 그림 하나가 완성되고

그 마음으로 그린 그 그림을 감상할 찰나를 주는 글

그 찰나에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게 하는 시


"산그늘 내려와 저수지에 발목 적시듯

어스름 기척도 없이 슬며시 숲길 어루만질 때

바다는 어느새 붉은 노을방석 깔아놓고

달마는 애저녁에 어둠경전 펄쳐놓았다."

(달마의 슬하 - 김경윤)

한 생각을 일으키는 순간을 일념

일념은 0.018초

그 찰나의 순간에 나는 시인이 만든 또 다른 우주에 다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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