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많은 기업들이 조직을 수평 구조로 바꾼다면서 직급을 없애거나 간소화했지만 여전히 직책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일반 사원과 임원 사이에 2-3단계의 간극 또는 거리가 있다.
1은 임원, 2는 중간 관리자(팀장), 3은 직원이라고 가정해보자. 대부분의 데이터 전달은 1->2->3 또는 1 <-2 <-3으로 흐른다. 지시사항이 있다면 위에서 아래로 흐를 것이고, 주간보고나 취합해야 할 의견이 있다면 아래에서 위로 흐른다. 중간 노드의 역할은 (위 그림에서는 생략되어서 안 보이는) 하위 노드들의 업무 내용을 취합해서 정리해서 보고하는 형태를 띤다. 3번 노드에 속하는 1번 노드와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나? 하면 2번 노드는 어떨까? 왜 안 할까? 꼭 해야 할까?
대부분 조직이 피라미드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다수의 의견을 한꺼번에 들을 수 없는 상위(Root)들은 주로 중간 노드와 대화한다. 어떤 상위 노드는 직접 말단 노드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신의 바로 아래 노드와 직접 소통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편하니까).
1-3의 직접 커뮤니케이션이 없어서 생기는 부작용이 있다. 1이 의도하는 바가 2를 통하게 되면서 희석되거나 자의적인 해석이 덧붙여져서 전달된다. 또는 3의 불만이나 건의가 2를 통하면서 누락되거나 희석되어서 전달된다. 2가 3의 업무를 다 이해하지 못했는데 1에게 보고해야 할 경우 2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2가 다시 1에게 설명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방향성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1번 노드들은 월례회, 간담회나 Open Communication 등의 행사를 열기도 한다. 아쉽게도 소통이 이루어지기보다는 형식적인 것에 가깝다(1번이 노력한다고 보여주는). 다수 중에 한 명으로 이야기를 들으면 집중하지 않는 이상 흘려듣기 쉽다(우린 집중하기 어려운 현대인이다...). 질문자나 질문 내용도 미리 정하는 경우가 많다(짜고 치는 고스톱).
가끔 식사나 회식자리에서 1번 노드는 3번 노드에게 솔직한 생각을 묻는다. 이미 회사 생활을 어느 정도 해본 3번은 순진하게 네 제 불만은 2번의 존재 자체입니다! 라거나 연봉 좀 올려주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고 불만만 많다고 찍힐 위험을 감수하기 싫어서다. 고로 1번 노드는 절대 3번 노드의 생각을 알 수 없다(Blind 앱을 보는 수밖에). 자신의 과거 생각을 더듬어 보지만 이제 '라테(나 때는~)'에 불과하다. 게다가 90년생이 왔다!
가끔 말단 3번 노드가 1번 노드를 1:1로 만나는 경우가 있다. 도저히 2번 노드 밑에서 일을 못하겠다던가, 2번 노드에게 아무리 말해도 안 들어준다던가, 다른 Node의 세계로 조직 이동 또는 퇴사하려고 할 때다. 이때 조차도 2번 노드를 거치고 승인을 받고 형식적으로 만난다.
구조화된 조직 체계에 익숙하고, 순차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2번이라면 그 루틴을 따르지 않는 케이스는 자신의 위치를 흔드는 위기다. 왜 나를 거치지 않는가? 내 존재의 이유는 그것이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효율성이 중요한 세상에서 직접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효율이고,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런 구조로 운영되는 것일 뿐인데, 구조에 따라 사고 체계를 맞춰 일하다 보면 그것이 가장 편하다고 생각한다.
직접 소통하는 걸 선호하는 2번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1번이나 3번 모두 2번을 통해서만 이야기하는 걸 좋아할 수도 있고, 1번이 도저히 다수의 3번을 만날 시간적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시스템이 그렇게 짜여있기 때문에 그걸 따르는 편이 편하기 때문이다.
Agile에서 High Performing Team의 공통 요소 중 꼭 경험해보고 싶은 건 Open and Clear Communication, Mutual Trust, Safe Atmosphere to task risk 다. 다른 요소가 없어도 이 세가지만 있다면 업무 하는데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 세 가지중 가장 중요하고 우선 되어야 할 것은 Mutual Trust다. 신뢰한다면,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고, 피드백에 대해 수용할 수 있고, 궁금한 건 물어볼 수 있다. 필요하다면 어떤 채널로든 다양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신뢰하면 실패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숨기지도 않고, 당당히 시도한다. 결국 신뢰의 문제다.
혼자 일하는 걸 좋아하지만 코로나로 소통이 단절되서일까? 소통이 그립다. 신뢰가 고프다. 바라지 못할 것을 바라는 건가? 왜 갑자기 님은 먼 곳에 라는 노래가 생각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