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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Oct 26. 2020

그 남자 그 여자의 사건


사건 개요:

2020년 10월 25일 저녁 8시경 염모 씨와 염모씨의 아내는 저녁 식사 중 크게 싸웠다. 평범한 대화로 시작된 싸움은 약 10분간 지속되었다고 한다. 엄마 아빠가 싸우는 것을 목격한 4살 아이는 '엄마 아빠 제발 제발 좀 조용히 얘기해! 옆집 할머니가 시끄럽다고 혼내!'라고 외쳤다. 두 사람이 싸우게 된 계기는 부동산 정책과 정부에 대한 이야기로 알려지지만 감정의 격해진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다.


대화가 어려운 이유는 청자가 화자의 의도와 맥락을 알기 어려워서다. 가족끼리 대화가 싸움으로 번져 극단적으로는 칼부림까지 되는 경우는 의도와 맥락뿐만 아니라 그동안 쌓인 감정, 감정을 건드리는 말투와 태도, 순간을 참지 못하는 욱함의 결합 때문이다. 압력밥솥에 압력이 쌓이다 한 번에 폭발하는 것과 같다.


위 사건 속의 남자는 대화 내용만으로는 정치인과 부동산 정책을 욕하면서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아내에게 화를 내는 것을 보인다.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자신이 안 먹고 안 쓰면서 힘들게 벌어서 산 집에 세금이 많이 붙어 속상한데,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알아줄 아내가 공감하지 않아서 더 속상해서 화낸 거다.


남자는 본인도 공감능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연애할 때 당시 애인이었던 현재 아내를 공감하지 못해 심각하게 싸워 몇 번 헤어졌다 다시 만나기를 반복했었다. 그 아픈 기억으로 자신의 행동을 교정하고 가능한 공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되었다. 남성 호르몬이 줄어드는 나이가 돼서 공감을 잘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어찌 되었든 밤늦게 퇴근해서도 아내가 화내면서 누군가에 대해 불평할 때 잘 들어주고 공감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감정이 풍부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났던 여자는 변했다. 모호하거나 불명확한 말이나 글이 잘 허용되지 않는 일을 오래 했기 때문에 감성보다는 논리력을 키우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살았다. 일 탓도 있겠지만 공감할 에너지가 바닥나서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모든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는 총량이 있다. 당연하게도 에너지가 바닥나면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반응이 어렵다. 어떻게든 반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기 위한 방법을 찾을 것이다. 위 사건에서는 남편의 불평을 없애는 것이 공감의 에너지를 절약할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생각 없이 다른 논리와 관점을 이야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이 문제의 핵심은 공감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공감할 수 없는 휴식의 부재가 그 원인이었다. 쉬고 싶은데 쉬지 못하는 것. 이완과 휴식을 못하는 것, 그것이 문제이다. 물론 이런 경우 다른 다양한 방식 (식기 세척기 활용, 가사 도우미 활용, 아예 더러움을 참기, 빨래 안 하고 새로 사기 등....)을 대안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더 쉽고 편안한 방법을 찾았다.


"인간이   있는 가장 화끈한 방법을 소개하겠다. 그 비결은 바로, 주기적으로 인간이기를 그만두는 것이다. 어떻게? 문명의 핵심은 언어. 고도의 언어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인간이 엄청난 에너지를 쓴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간의 언어를 포기하는 이 인간이기를 그만두는 가장 화끈한 방법이다.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는 누가 뭐라고 하든 인간의 말을 쓰지 않고 짐승의 말을 쓰는 거다. 누가 맛있는 디저트를 먹고 있는데 방해하거든 마치 물어뜯을 것처럼 저음을 내는 거다. "으르르!" 그리고 아랑곳하지 않고 디저트를 퍼먹는 거다. 누가 다가와서 남의 험담을 늘어놓거든 꺼지라고 소리 지르는 거다. "카오!" 세상으로부터 오는 어떤 귀찮은 자극에도 다 이렇게 으르렁, 왈왈, 으르르, 카오로 반응하다 보면 어느덧 피곤이 풀리는 것을 느낄 것이다. (p.158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김영민 저, 사회평론)"


무릎을 탁 쳤다. 그리하여 다음부터 여자는 남편과 대화에 이렇게 대응하기로 결심한다고 한다. 앙앙!!


굿 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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