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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Apr 19. 2019

또... 시작이다. 이렇게 안맞는다.

수십번 싸워야 부부가 되는걸까

남편 관찰이 웬 말이냐 싸워보자!!!


관찰 내용: 아래... 날짜: 2019-04-07

관찰일: 9일 차

대상 상태: 요즘 새벽 출근, 밤늦게 퇴근 중.

관찰 항목: 관찰 따윈 없다 전쟁이다.

관찰 내용: 아래...


이사 온 이후 관찰대상(관대)은 엄청 힘들어하고 있다. 출퇴근 거리가 편도 10킬로에서 50킬로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와이프가 출퇴근 편도 40킬로여서 운전하다 졸았다. 피곤하다... 말했을 때 잘 모르더니 아마 지금 알게 되었겠지?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한다(쌤통).


암튼 그래서 종종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 둘 다 새벽별 보기 운동 (남편은 출근, 나는 미라클 모닝)은 하고 있지만 마주치는 시간은 5분?


1라운드 - 나도 미니멀하게 살고 싶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SBS 스페셜의 맥시멀 리스트의 삶이 나왔다. 네이버 검색 순위에 맥시멀 리스트가 떴다. 이사 전이었고 이 많은 짐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 포스팅을 했다. 키워드를 맥시멀 리스트로 잡았다. 역시 블로그를 쓸 땐 키워드를 잘 써야 한다. 이 키워드로 검색한 방송작가님이 연락을 하셨다.


안녕하세요, <MBC 생방송 오늘 아침> 제작진입니다.
저희는 다음 주 목요일(11일) 방송으로 <전지적 주부 시점> 코너에서
'미니멀 라이프 도전기' 내용을 준비 중입니다.
혹시 맞춤형 전문가께 솔루션을 받아보실 의향이 있으신지
여쭈려고 연락 남겼습니다.


옹.... 이런 일도 있구나. 신기했다. 블로그를 시작해서 사실 다양한 새로운 일들을 접하고 있지만 (브런치 작가도 되고, 서평단도 항상 당첨되고...) 이런 건 너무 새로운 일이자나!


안 그래도 이삿짐센터 아저씨들이 대충 넣어두고 간 옷장의 옷들.... 보면서 언젠간 정리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신발장은 얼추 정리되었다. 이삿날 아저씨가 넣지 못한 많은 신발들을 보면서 어떻게 할까요 물었다. 잠깐 고민했다. 신발을 좋아해서 이거 저거 사고, 신혼 초 집은 18평이라 신발장이 작아서 내 모닝 트렁크에 10켤레 이상씩 가지고 다녔었다. 그 신발들이 비쌌냐? 아니다. 그냥 3-4만 원짜리였다. 그래도 못 버리고 들고 다녔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 집을 정리하면서 한바탕 버렸는데도, 한두 번 밖에 신지 않은데 살쪄서 (그때보다 10킬로 ) 발이 아픈 신발들. 살 빠지면 입으리라 생각하고 두고 있었던 것이었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고 싶어서 그냥 눈 감고 이렇게 말했다.


안 들어가는 건 다 버리세요


크... 쿨내 나지 않나?

하지만 옷장은 아저씨가 어떻게든 다 구겨 넣으셨고. 일부 옷은 친정에 있었다. 귀찮아서 대충 살고 있었는데, 이번 방송의 기회를 통해서 더 정리 못한 것들을 정리하면 얼. 마. 나. 좋을 것이냐!!


작가님도 얼마큼 버릴 수 있냐 1톤 트럭 가져올 수 있다. 엄마도 잘 됐다 정리 좀 해라. 이사 왔는데도 왜 이렇게 정리가 안 되냐 하셨던 참이었다. 게다가 멘토님은 김유라 엄마 혁명같이 한 동기이신 미니멀 라이프 연구소장님이 해주실 거였다. 완전 모든 게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퉁퉁한 내 얼굴이 미소님과 같이 나오는 것 따윈 이미 안중 없었다!)


그.

런.

데.


이노무 관대가 갑자기 엄청 정색을 하면서 반대하고 나섰다.


2라운드 - 관대에게 물건의 의미

자기 물건은 하나도 안 버려.
자기 방도 안 나와. 자기도 안 나와.
그냥 내 물건만 찍고 버릴 거야.

남편은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심할 정도로. 결혼 전 혼자 살 때 (부모님과 같이 살다가 어머님 돌아가신 이후 혼자 살았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쌓아놓은 짐들이 혼자 살 때까지 그대로 있었다. 발 디딜 틈이 없이 짐이 많았고. 좁은 집에서 힘들게 살고 있었다. 세탁기가 베란다에 있었는데, 짐이 많아서 쓰기 어려워서 손빨래를 하고 있었다 ㅡㅡ;) 부터도 그랬다.


아끼고 절약하지 않으면 살 수 없었던 이유도 있었을 거터였다. 관대는 물건을 사는데 신중하고, 산 물건에 대한 애착이 많다. 그래서 작은 물건 하나 잃어버리면 난리가 난다(물론 휴지나 이쑤시개는 버린다. 쓰레기통이 아니어서 그렇지).


 사람에게 물건은 추억을 담은 과거인 것이다. 어느 정도 심한지 아주 대충 감만 있었다. 그 사람의 물건을 버리려면 몰래 버려야 했다. 아니면 이걸 왜 버려? 하면서 다시 가져온다. 구멍 난 양말, 팬티, 오래된 바지 (안 입은 지 몇 년 된) 것들은 티 안 나게 몰래몰래 버렸다... (지금도 구멍 난 와이셔츠를 집에서 입고 있다... 머 집에서도 셔츠 입는 드라마 주인공 같아 보이긴 한다. 얼굴과 몸매 빼고, 그럼 남는 건 셔츠?!)


그러다 알게 되었다. 어느 정도인지. 워니 낳기 전에 집 치운다고 정리 정돈 전문가를 불러서 정리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물건을 재배치하고, 옷을 새롭게 걸어준 것. 그거 하나로 이혼할 뻔했다. 자신의 물건에 남이 손대는 것도 싫고, 정리하는 것도 싫고 다 싫은 사람인 것이다. 그 이후로 그 사람 물건은 방 하나에 넣어두고 문을 닫는다. 동굴 하나 파 준 것이다. 거기서 살아라.라고... (곰은 백일 지나면 사람이 되는데, 결혼한 지.... 8년 차인데, 백 년 지나야... 하나?)

이런 관대의 특성을 알기에 그 사람 동굴은 노터치 영역이라고 초반부터 선언해주고 평화 협정 제안을 한 것이다.


당신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당신 물건은 안 버려.
난 내 것만 버려. 내 것만 버리는 걸 찍는데 무슨 상관이야

"우리 집이 나오는 게 싫어."


단호박이다.

어떻게 구워삶아야 하나 고민하는데, 갑자기 대형 포탄을 던진다.


즘 주말에 사람들 만나고 다니고 하더니
무슨 바람이 불어서 티브이 못 나가서 안달이야?

3라운드 - 드디어 드러난 관대의 불만

이건 뭐지? 갑자기 훅 들어온다. 일단 반대하는 건 이해했는데, 나의 주말 비즈니스에 대해서 걸고넘어진다. 그 전날 스피치 수업 듣고 미친 듯이 수다 떠느라 오래간만에 늦게 (새벽 1시) 들어온 게 불만인가? 맨날 나갔다? 맨날 같은 사람들 만나는 줄 아나? 알지도 못하면서. 애는 내가 볼게 이러더니 정말 배신이다.


갑자기 열 받았다. 부부 싸움의 불씨가 화르르 불타올랐다. 미니멀 라이프가 문제가 아니라 이건 워킹맘의 주말 삶에 대한 공격이었다. 내가 퇴직 이후의 삶을 꿈꾸면서 내 자기 계발하느라 주말 하루 쓰는 걸로 지금 시비냐?


공격력 상승. 포탄에 불이 붙었다. 관찰 따윈 웬 말이냐. 그런 건 없다. 진흙탕이 되었다.

그의 요지는 이렇다.


"휴직할 때 머라 했냐 쉬겠다고 하지 않았냐. 일할 때보다 휴직하고 더 바빴다. 잠도 잘 안 자고. 매주 같은 사람들 만나고 다니면서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 아니냐. 가정보다 그 사람들이 중하냐. 왜 방송에 나가려고 하냐. 헛바람 들어서 그런 거 아니냐. 그냥 좀 쉬어라. 왜 이렇게 나다니냐."


갑자기 미친 듯이 울음이 쏟아졌다. 이건 배신이다. 뒤통수치기다.

고요한 일요일 낮. 싸움이 시작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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