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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Apr 21. 2019

면접의 추억 - 취준생에게 조언하다 나를 돌아보다.

40대 대기업 워킹맘이 말하는 직장생활

블로그에 어쩌다 쓴 이력서 취미 특기 관련 글이 조회가 많이 되어서 유튜브 영상도 찍고, 다음 편 주제를 면접으로 잡았다. 면접을 잘 보는 방법에 대해 정리하기 위해 글을 쓰다 보니 지원자로서 보았던 면접의 추억이 떠올랐다.


면접을 보러 다니던 입장에서 처음 면접관이 되어서 신입을 만났을 때의 기분을 잊을 수 없다. 내가 벌써 이렇게 나이와 경력이 많아진 건가부터 저때는 저랬지. 나는 왜 저때 저런 생각을 못했을까 등등 다양한 생각이 스쳐갔다. 막 입사한 신입이 정말 병아리 같아서 지원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도 지었다.



면접 - 그 뒷면의 프로세스

회사에서는 신입 사원이 실제 전공과 무관한 부서로 배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주 특별한 전공이 아닌 이상 연구직의 경우 거기서 거기라고 판단하고, 실무에 필요한 역량은 키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서이다.


다수의 신입이 연구소 레벨로 입사하면 TO를 기준으로 해당 신입사원의 전공, 역량에 가장 적합한 부서로 먼저 배치하고, TO가 없거나 역량이 부족한 경우 다른 부서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이든 실무 담당자들이 면접을 진행한다. 신입의 실무 지식에 대한 판단도 하고 실제 같이 일할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임원 면접은 좀 더 상위 레벨에서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인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하면 실무 면접은 나랑 이제 곧 일할 사람인데, 우리 업무에 대해 얼마큼 알까, 우리랑 같이 잘 일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면접을 진행한다.


물론 면접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대부분 사전에 먼저 가이드라인에 맞는 사람이 선발되기 때문에 실제 실무 면접은 가장 크게 저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춘다.


좀 더 질문을 구체화해보면 다음과 같다.


업무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나?
일 하는 태도는 어떨까?
주어진 업무를 잘 해낼 수 있을까?
내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을까?
본인이 업무를 잘 모를 때
어떤 태도를 취할까?


면접관이 갖는 저런 가장 기본적인 궁금증에 대해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합격이다. 물론 당사자는 너무 떨려서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무슨 말을 하다 나왔는지 기억도 안 나겠지만...



면접의 추억 1 - 운이 좋아 잘 본 면접


일단 나의 에피소드 먼저 이야기하면 첫 번째 직장에 처음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약간 실험 정신과 신기함으로 갔다. 대기업인 이 회사는 내가 면접을 보는 시점에 집단면접, 기술면접, 영어면접 등... 다양한 새로운 면접 단계가 추가되었다.


집단 면접 때는 여러 사람들이 들어가서 (전형적인 면접)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사실 너무 재미있었다. 나는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고민하고 준비해온 사람들을 보면서 감동했다.


기술면접은 사실 운이 좋았다. 3가지 주제 중에 하나를 택해서 1시간 준비하고, 15분 동안 프레젠테이션하는 것이었다. 다른 친구들을 자신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에 대해 답을 해야 했지만 나는 내가 개략적인 이론을 아는 부분에 대한 주제였기 때문에 두렵지는 않았지만 구체적인 솔루션을 생각하긴 어려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문제 해결 능력을 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땐 부족하지만 내 나름의 논리로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다지 잘하진 못했는데, 버벅거리지 않고 말했던 것이 유효했던 게 아닐까 한다.

임원 면접 때는 당당한 표정과 말투가 긍정적인 피드백을 낸 것이 아닌가 한다. 나중에 내가 소속된 연구소 전무님께서 내 학부 학점을 보시고 왜 이렇게 학점이 낮냐고 물으셔서 아주 당당하게 놀았다고 말씀드렸다. 어떻게 놀았는지 그 경험에 대해 말씀드렸던 것 같다. 5년 동안 열리지 않던 과의 연극부를 살려서 공연을 해낸 경험에 대해, 몸치인데, 댄스를 시작하게 된 경험 등... 돌아보니 과제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역량과 스스로 자기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어필하지 않았나 싶다.


아주 열심히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동아리에서 연극도 하고, 댄스도 배우고요.



그래서 그런가 잘 놀았다는 말에 임원분이 하신 말씀이 기억이 난다.


잘 놀 줄 아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면접의 추억 2 - 압박 면접으로 자존감 바닥이었던 면접

두 번째 회사는 비슷한 분위기였는데, 세 번째 회사는 정말 눈물 쏙 빠지게 힘들었다. 임원 면접 끝나고 나와서 정말 엉엉 대성통곡을 했었다. 신입이 아니고 경력으로 다시 Job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무 면접 때는 내가 한 일에 대해 좀 특이해 보이도록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갔다. 발랄하고 톡톡 튀는 이미지로 포장했다. 대부분 이 분야 사람들은 진중하고, 조용하고, 꼼꼼한데, 좀 반대로 강한 인상을 주려고 준비했다.


문제는 임원 면접이었다. 이 분이 첫 번째 회사에 있을 때 더 높은 곳에 계셨던 분이라 내가 했던 일들, 그곳의 분위기를 다 알고 계시는 분이었다. 그래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면접을 예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뭐 할 줄 아는데, 니가 다른 사람보다 무엇을 더 잘하는데, 그 일을 다른 사람보다 얼만큼 잘하는데, 어떻게 잘하는지 증명할 건데,


그 질문 앞에서 사실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너무나 막연하게 OOO를 해봤습니다.라고만 했지 그게 내 업무 역량이 타인과  다르게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명확하게 말하지 못했다.


니가 다니는 회사의 수준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
연봉도 점점 떨어지게 되고,
여기 떨어지면 더 안 좋은 회사
가게 될 거 아냐.
커리어가 망가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워.
신경 많이 써야 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씀이었는데, 그때는 그 말이 안 뽑겠다는 말로 들렸다. 실무 담당자와 미리 다 이야기가 된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압박 면접에서 내가 하염없이 무너지자 실무 담당자도 당황한 기색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너무나 자존감이 낮아지고 내 선택에 후회하고 온갖 생각으로 괴로워했다. 긴 기다림 끝에 합격 메일이 왔을 때 느꼈던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금 그분은 대학교로 가셨지만 그분의 업무에서 보여주셨던 (전해 들었던) 인사이트와 무엇보다 내게 면접 때 해주셨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벌써 10년이 흘렀다.


구본형 선생님의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일자리를 가지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지 마라. 급여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마라. 선택의 기준은 그 일자리에서 내가 얼마나 기량을 쌓을 수 있으며 재능을 계발할 수 있는가이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그대는 1인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1년을 단위로 재계약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은 조건으로 재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실업은 지금 봉급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부를 가져다 줄 자신의 재능을 자본화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을 10년 전에 만났으면 달랐을까? 아니 내가 이 글귀의 의미를 뼈 때리게 알 수 있었을까?


40대 중반. 대기업에서 워킹맘으로 나는 어떤 서비스를 회사에 제공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회사라면 나라는 업체와 계속 계약을 지속해야 하는 구체적이고 정량적인 수치가 존재할까? 정신 차리지 않으면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로 그저 바쁘게 하루를 일주일을 보내기만 하게 된다. 취준생들에게 쓸 조언을 쓰다가 스스로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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