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소해 Apr 19. 2019

팀장의 언어

40대 대기업 워킹맘이 말하는 직장생활


어느  그룹, 지역, 나라, 모임, 분야별로 자신들만의 언어가 있다. 그 분야 사람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이다. 해당 Region의 언어를 모르면 상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 오해한다. 

회사에서 언어는 더욱 중요하다. 여행 가서 말이 통하지 않아서 숙소를 못 찾거나, 비행기를 놓치거나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하지 못하는 것보다 백배 천배 더 큰 문제다. 회사 간도 중요하지만 회사 내에서 언어도 중요하다. 결국 일을 하다는 건 사람간에 언어를 통해 소통을 해서 문제를 푸는 것이니까.

회사 생활에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는 커뮤니케이션. 개인적으로는 2013년인가. 회사 생활의 전환점을 맞이했던 조직 이동 이후 윗 사람과 의사소통에 있어서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리더가 아주 말이 없는 사람이거나, 나와 같은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작년 커리어 패스 상 필요한 역량이 있어서 주위 모든 분들을 설득해가면서 팀을 옮겼다. 다들 반대했던 이유 중 하나가 팀장과 대화가 어려울 것이란 것이었다. 난 자신했다. 다른 사람의 의중을 파악하거나, 잘 맞추는 것이나, 눈치가 빠르거나 등등 여러 측면에서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교만했다. 


그분의 스타일


그분의 스타일은 아직 파악 중이지만 몇 가지 내게 어려운 부분이 있다. 주위 사람들이 많이 느끼는 부분이라고 정당화 시키고 싶다. 비난하려는 의도로 쓰는 것은 아니다. 나와 안 맞는 점을 써보는 것뿐. (쓰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분과 나)

1.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계속 반복해서


아마 그 이유는 상대가 내 이야기를 받아들였다는 확신이 없어서가 아닐까, 반복을 통해서 자신의 뜻을 상대가 그냥 받아들이게 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듣기 싫어서라도). 스스로 생각한 방향성이 옳은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의 생각과 의견보다는 자신의 이야기가 중요하다(이 또한 대부분 사람이 그렇다). 

상대에게 의견을 물어도 자신이 듣고자 하는 대답이 아니면 다시 그 대답을 할 때까지 이야기한다.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해서 최소 3번 이상은 들어야 한다(요즘은 구간 반복이 10회 이상되었다). 세뇌 받는 중...문제는 대화가 아닌 일방적 설명이라는 것이다. 좋은 말도 자꾸 들으면 지겹다. 

장점도 있다. 같은 것을 여러 번 물어봐도 여러 번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선생님이나 교수님 하셨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To Do] 

빨리 알아듣고 행한다는 확신을 주는 방법을 고민한다. 

반복해서 말하지 않도록 한번에 잘한다. 



2. 말의 요점을 파악하기 어렵다

대놓고 SSKK (시키면 시키는대로 까라면 까라는대로) 하지 않는 점잖은 리더이다. 문제는 그래서 의중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 이렇게 할까요?'라고 물으면 다시 설명을 시작한다. 한참을 듣다 보면 거의 연설의 말미에 의중을 살짝 파악 할 수 있다 (미괄식을 좋아하시나 보다, 문맥 파악 능력을 더 키워야겠다). 지치다 지쳐서 ‘그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여쭤보면 그걸 꼭 대놓고 말해야 하냐고 하신다.

결론은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팀원이 알아서 스스로 말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자신이 대놓고 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돌려서 말하는 것을 배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야기가 길다 (배려 없는 리더보다 낫다고 생각하기로). 나의 스타일은 아래에서 생각해보겠지만 일단 제가 하겠습니다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여러번의 무시 받음을 통해 이런 말을 해도 되나? 라고 스스로 자신감을 잃고 주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그래도 끊임없이 자발적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자신감을 가지자). 

보스의 말을 해독하는 능력은 듣기 능력이다. 듣기 실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반성한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지! (퇴고하면서 급 반성모드다..) 

[To Do] 

요지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한다.

자발적으로 손들고 한다. 아무리 무시 당해도. 


3. 부정적인 단어를 많이 쓴다.

자신의 방향과 맞지 않으면 '틀린' 것이라 생각한다(윤리적으로). '그래야 한다.', '당연하다'. 그렇지 않고 핑계를 대는 것은 '비겁하다' '스스로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등 표현을 많이 쓴다. 지난번 홍익학당에서 윤홍식 교수가 소크라테스 강의 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소크라테스나 예수님은 자신이 그런 말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신 분들이다. 우리는 죽을것 같으면 안하는데, 이런 분들은 목숨을 걸고 할 말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을 철학자라고 한다고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으면서 팀장이 떠올랐다. 옳은 말(+ 좀 거친 표현)을 해서 일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뭐라고 하든 가는 스타일. 이 분은 이 분야에서는 철학자가 아닐까 생각했다(음....아부 모드는 아니다..) 

그리고 사람이 처음부터 그랬으랴? 이곳에서는 서로가 안하려고 하기 때문이다(이미 하고 있는 일이 포화다. 너무나 제약이 많은데, 이를 뛰어넘어야 하는 미션이 크다. 개혁은 늘 어려운 법이다).  변화에 대해 제안하면 다들 안하려고 한다(어디까지 희생을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건 알지만.... 이라는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다. 

"건강에 좋은건 알지만 지금 스트레스가 쌓이니 운동 안하고, 대충 먹고, 술, 담배하고... 어쩔수 없어"

비슷한 상황이다. 

이렇게 일이 핑퐁 치면서 결국 뒷단에서 이 일을 수습해야 했던 팀장은 이미 선입견이 생긴 것이다. 상대가 해야 하는 의무에 대해 바로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면 들어주기보다는 핑계라고 느낀다. 그래서 사용 언어가 상대를 질타하는 부정어가 나올수 밖에 없다. 

또한 자신이 해당 분야에 대해 상당한 '내공' (무공이라는 단어를 쓴다) 이 있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규정한다. 스스로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스스로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고 자부할 정도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 그래서 나같이 먼지같은 실력을 가진 사람은 계속 실력에 대해 의심받고 무시당하고, 그래서 너를 챙겨야 하니 니 맘대로 하지 말라라는 피드백도 받게된다. 

"내가 살아보니 넌 이렇게 하면 되. 아빠가 시키는대로 해, 하지만 스스로 공부도 하고, 적극적의로 의견도 말해. 하지만 내가 정한 범위 내에서만 해"

약간 이런 모드다. 갑자기 자유에 대해 규정한 말이 얼핏 떠오른다. 방종이 자유는 아니다. 엄격한 습관과 규율로 제어되는 삶이 오히려 자유롭다(나 지금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중인것 같다) 

[To Do]

원하는 스타일대로 하면 긍정적인 피드백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일단 시키는대로 하자.


4. Risk에 대해 강조한다.

이 또한 경험 때문이다. 리더는 Risk에 대해 민감해야 한다. 인정한다. 업의 특성상 변화와 그로 인한 리스크는 항상 발생한다. 환경 변화는 uncontrollable 하다. 안정적인 업무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다. 팀장은 현재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은 편이다. 자라보고 놀랬기 때문에 솥뚜껑보고도 놀라는 것이다. 빌딩업 하고 진행하면 무산되고, 취소되고, 리소스를 뺏기고, 직원이 떠나고 등등 일이 많았다. 그 결과 사물의 긍정성보다는 걱정과 우려가 많아졌다. 그래서 긍정어보다 부정어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면 그것이 브레인스토밍 단계인데도 POC (Proof of concept)을 하지 않은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일을 자신이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비용적인 측면이나 새로운 것 자체가 Risk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스로 검토하지 않은 새로운 아이디어는 증명해오라고 한다.

[To Do]

듣고 흘리자. 걱정은 그 사람의 Role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증명해본 후에 보고한다. 


결국 아랫사람이 맞춰야 하는 것


결국 누가 머래도 맞춰야 하는 것은 아랫사람이다. 잘 맞추는 것도 아랫사람의 역량이다. 내가 힘들다면 그 역량이 딸리는 것이 아닐까? 

회사어로 말하라 (김범준 저) 에 보면 회사어를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 


"긍정어, 세심어, 겸손어, 음성어, 조심어, 순차어, 정치어, 유희어, 공감어, 비전어"


이 책에 나온 회사어를 적용해보면 내가 할일은 다음과 같다. 


"팀장이 원하는 것은 끝까지 잘 들어주는 것(겸손어), 팀장의 걱정을 함께 공감해주는 것(공감어), 그리고 내가 잘하는 긍정적인 프레임으로 비전을 가지고 같이 가는 것. 그리고 팀장이  원하는 수준만큼 실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내가 조언을 해주신 30년 가까이 조직 생활을 해오시는 부장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정말 힘들지? 하지만 죽으면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조금 떨어져서 봐"


받아들이고 그때마다 스트레스받으면서 살던가, 준비해서 내가 리더가 되거나. 아무런 걱정 없이 진정한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어진다. 아주 간절히.


내 아이와의 시간을 포기하고 투자하는 시간인데,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 참을 수 없다. 작은 것을 보지 말고, 큰 것을 보자. 그리고 이를 악물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자. 그리고 회사에서는 회사어를 쓰자. 아니 팀장어를 쓰자. 




작가의 이전글 워킹맘이 더 힘든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