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소해 Dec 10. 2020

책 육아는 어떻게 하는 거지?

아이의 '창의력 향상'하면 항상 책 육아가 손꼽힌다. 검색해보면 부모 가이드부터 아이들 책이 한글 책부터 영어, 중국어 책까지 다양하다. 책 읽는 걸 좋아하고, 특히 사는걸 더 좋아하는 나는 아이 책을 이것저것 구입했었다.


아이는 아기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눈만 뜨면 책을 펴 보았고, 차 타고 이동할 때도 책을 보았다. 엄마 닮아서 책을 좋아하는 것 같아 좋았다. 

책 속의 알록달록한 그림들을 보며 즐거워하던 아이는 커가면서 영상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집안일을 한다는 핑계로, 아이가 운다는 핑계로 엄마 아빠가 영상을 보여주기 시작해서다. 핑크퐁으로 시작해서 뽀로로에서 타요였다가 엄마 까투리였다가, 폴리였다가 마샤였다가 슈퍼 심플 송이었다가, 바다나무에서 지금은 퍼피 구조대까지... 영상은 질리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만 3살. 영상을 한 개만 더 보여달라고 떼쓰고 우는 아이를 보며 너무 영상만 보여준 건 아닌지, 책 육아에 힘쓰는 다른 엄마들에 비해 너무 아이를 방치하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핑계를 대자면 시간이 없어서였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할 일이 많았다. 어린이집 가방을 정리하고, 도시락 통을 닦고, 빨래할 것들을 분류하고, 아이를 씻기고 재우기에 바빴다. 아이 재우면서 나도 잠들 때가 많았기 때문에 저녁에 모든 걸 미리 다 준비해두기 위해서였다.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조정하지 못했다. 눈에 보이는 일을 빨리 해치우려고 하다 보니 정작 아이와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진 못했다.


시간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니고, 짧은 시간이라도 엄마와 함께 하는 밀도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육아서를 읽으며 위로받았다. 하지만 자기 전 15분이라도 열심히 책 읽어주면 된다는 육아서의 이야기는 실천하지 못했다. 빨리 재우고 할 일을 마저 하거나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코로나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짐에 따라 재택근무 기간이 길어지고, 운동도 할 수 없게 되어 아이와 함께 하는 물리적 시간의 양이 늘었다. 그럼에도 아이와 함께 책 읽는 시간은 늘지 않았다. 집안일하는 시간만 늘어 주부습진만 생겼다.

 

다행히도 아이는 아직 책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영상의 캐릭터가 나오는 책도 좋아하고, 새로운 이야기들, 그림들이 가득한 책도 좋아한다. 그런데 천천히 보지 않는다. 일단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한번 넘겨본다. 그다음에 다시 처음부터 관심 있는 부분만 본다. 읽어주려고 해도 아이는 틈을 주지 않는다. 호기심을 채우고 난 후에야 읽는다.


아이가 책을 보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책을 그렇게 보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내용이 궁금해서 빠르게 훑어본 후 다시 천천히 내용을 음미하면서 읽거나, 궁금하거나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본다. 아이와 함께 서점에 자주 가는데, 그때마다 내가 했던 행동을 따라 하는 걸까? 내 성향을 닮은 걸까?


빨리 책장을 넘기는 아이 옆에서 책을 읽어주기는 쉽지 않다. 그저 지켜봐야 한다. 아이는 책장을 넘기다가 관심 있는 부분에서 멈춰 한참 본다. 그리고 질문한다.


"엄마 얘는 왜 이러고 있어?

왜 달리는 모습을 하고 있어?

왜 똥을 안 싸?

집에는 언제 가?

내가 양치하면 쟤는 뭐라고 해?

내가 예쁜 드레스를 입고 있으면 쟤는 뭐라고 해?"


책 속의 친구는 왜 그런지, 자신의 외모, 행동, 말 등에 대해 책 속의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한가 보다. 항상 상황을 만들고 친구들의 반응을 묻는다. 책 내용을 읽어주는 건 포기하고 아이가 원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가 체계적으로 책을 읽는 법, 책 읽고 정리하고 기록을 남기는 걸 잘 못해서 아이는 잘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책을 읽어주고, 주인공이 왜 그렇게 했을지, 혹은 책 속의 상황을 실제 해보는 독후 활동에 대해 가르쳐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도 잘 못하는걸 아이에게 가르칠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강요한다고 느껴서 아이가 책을 싫어하게 될까 걱정된다. 나이가 어려 아직은 시기상조일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스스로 좋아하게 그냥 두고 싶은 마음과 가르칠 건 가르쳐야 한다는 마음이 시소를 탄다. 그 강약을 조절하기란 쉽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서점에 같이 나들이 삼아 자주 가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 걸 보여주는 것뿐이다. 아이는 서점에 가는 걸 좋아한다. 알록달록한 장난감이나 좋아하는 초콜릿을 살 수 있어서겠지만.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있으면 아이는 영상을 보다가도, 놀다가도 다가와서 내가 보는 책에 관심을 가진다. 글자가 가득 찬 책을 요리조리 살펴보고 넘겨본다. 그리고 몇 시간 후, 혹은 며칠 후 엄마를 따라 한다. 소파에 앉아 책을 펼쳐 읽는다. 가끔은 책을 읽어주겠다고도 한다. 마치 진짜 그렇게 쓰인 것처럼 한 자 한 자 짚으며 자신이 창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가 읽어주는 책은 재미있다.


부족한 엄마라 자책하며, 나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오늘도 책을 산다. 아이가 읽을 책과 내가 읽을 책을. 



작가의 이전글 1년 동안 어린이집을 4번 옮기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