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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Apr 30. 2019

일하기 싫을 때

결단하자

내일이면 근로자의 날이다. 일하기로 결심했다가 다시 쉬기로 했다.팀장이 출근한단다. 사실 쉬는건 장단점이 있다. 리프레시도 된다. 하지만 흐름은 끊긴다. 내가 과연 쉴 때인가 생각해보았다. 육아휴직에서 복귀한지 정확히 3개월이 꽉 차게 지났다. 어영부영 분주하게 하지만 한 일 하나도 없이 지났다. 이젠 더 이상 정신이 못 견디는 것 같다. 나 자신이 짜증 나서 미치겠다. 


'자신에 대해 회고할 시간이다, 정신 좀 차려라.' 그런 시그널을 나 스스로에게 계속 주고 있었던 것 같다. 롭 무어가 쓴 "자수성가 백만장자들의 압도적 성공 비밀, 결단"이라는 책이 말을 걸었다. 새벽 4시. 알람으로 눈 뜨자마자 책을 펼쳤다. 새벽부터 대차게 혼난다. 


당신이 바쁘다는 거짓말에 가장 쉽게 속을 것 같은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적극적 꾸물거림은 바쁜 바보가 하는 전형적인 행동이다. 


적극적 꾸물거림. 이런 걸 하고 있었다.


적극적 꾸물거림은 똑똑하고 기만적이다. 당신에게 바쁘다는 확신을 갖게 만든다. "뭐 해. 하기 싫다는 거 알잖아. 나중에 해" 라고 말하는 것 같다. 다른 이유 없이 바쁜 척하는 걸 당장 중단하라. 중요하면서 우선순위가 높은 일을 즉시 시작해야 한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라. 심오하고 의미가 있는 일을 하라. 


사실 다 아는 얘기다. 원데이 투데이 사는 것도 아니다. 직장 생활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다. 워킹맘 핑계도 있었다.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하기 싫었다. 3개월째 복귀한지 3개월이 지났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내 일? 남의 일


일단 먼저 핑계를 대고 싶었다. 일에 오너십을 가질 수 없었다. 내 일이 아닌 누군가 시키는 작은 일을 할당 받아서 하는 것, 시킨일을 팀장이 스스로 해버리는 것, 그리고 나온 결론이 팀원들이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나온것 처럼 해야 하는것. 이 모든 상황이 짜증났다. 안다. 남의 일도 내일처럼 해야 하는 것이 회사 생활이란걸. 하지만 여태 주도성을 가지고 일하다가 갑자기 팀장이 바뀌어서 작은 일 하나 내맘대로 못하는 상황이 되니까 숨이 턱턱 막혀왔다. 그냥 손을 놓았다. 어차피 일은 팀장이 할 것 아닌가.


우유부단과 꾸물거림은 생존을 보장하고 자존감을 지켜주면서 고통과 두려움을 피할 수 있게 해주는 숨겨진 심오한 명분과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래. 난 생존을 위해 꾸물거린거야. 라고 스스로 위로해본다. 책에 따르면 꾸물거리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1. 실패의 두려움에 대한 방어 

2. 권위에 대한 간접적 저항 

3. 성공과 그것이 가져다줄 기대감에 대한 두려움 


잘 몰라서 하기 싫은 걸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새로운 걸 시도하는 건 원래 내 전문분야다. 잘 몰라도 번지점프하듯이 뛰어드는 스타일이다.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도와준다면서 나를 낮게 평가하는 팀장. 작은 디테일 하나 내맘대로 할 수 있는것처럼 세팅되어 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 이것이 문제였다. 이 부분에 대해 롭은 이렇게 조언한다. 

당신과 당신 일 사이에 명확한 방어벽을 만들어라. 세상이 당신 일을 평가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정의하지는 못한다. 당신은 단호하고 투명하고 위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그래 그만 핑계 대자. 일은 일 아닌가. 아니 정말 일은 일인가.


회피용 오락거리들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기 위해 다른 멀티태스킹 항목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게 문제였다. 시작하긴 했지만 미완성이고, 발은 걸쳐있지만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투성이었다. 나 같은 발산형 인간은 항상 너무 벌리는 게 문제다. 


일 건너뛰기는 습관적 행동이다. 처음엔 악의 없이 일을 건너 뛸지 몰라도 새로운 일을 하다가 건너뛰고 더 새로운 일을 하다가 또 건너뛰고...계속 반복한다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벌려놓은 일은 많은데 마무리 짓는 일은 하나도 없게 된다.


더 문제는 이제 중년의 나이라 체력이 달린다는 것이다. 일을 건너뛸 때마다 일에 몰두할 수 없다. 지난번 워킹맘이 힘든 이유에도 썼지만 통 삼겹살 같은 통으로 된 시간이 있어야 몰두가 가능하다. 일이 방해받으면 원래 일로 되돌아가는데 드는 시간은 평균 23분 15초란다. 사람들은 평균 3분 5초마다 하던 일을 바꿨다고 한다. 사소한 일을 바꿀 뿐만 아니라 10분 39초마다 프로젝트를 통째로 바꿨다고 한다. 그랬다. 나도 SNS를 자주 확인하느라 3분마다 인터럽트가 걸렸다. 일을 하다가 일의 우선순위가 계속 바뀌어서 어떤 것부터 잡아서 해야 할지 헤맸다. 이거하다 저거 하다. 정신만 어지럽고 항상 제자리를 뱅글뱅글 돌다가 하루가 끝났다. 


내가 가진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는데, 도처에 에너지를 뿌리면서 낭비했다. 마치 싼 옷들, 잡다한 생활용품 하느라 카드를 써서 실제 크게 돈 쓴 거 같지 않지만 월급은 하나도 없고, 카드 값은 왕창 나온 것 같았다. 내 돈 쓰는 패턴이 요즘 시간에도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놀랐다. 역시 습관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경력과 생활 양식 속에서도 일을 건너뛴다. 가장 중요한 일에 매진하지 못하고, 몇 가지 부업에 한눈을 팔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서도 발전할 수 있다고 느꼈다. 플랜 A를 성공시키면 플랜 B가 불필요하다.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일하거나 살지 말라. 뭘 해도 좁은 범위 내에서 심도 있게 해야 한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일단 자신을 돌아봤으니. 그 다음에 몰입하는 방법에 대해 좀 더 책을 읽어봐야겠다. (알면서도 계속 이런 책을 읽는것도 꾸물거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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