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팀장을 하세요?"
우연히 옆 팀 팀장과 티타임을 가지게 되었을 때 다짜고짜 한 질문이었다. 이유는 이랬다. 팀장이라고 돈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고, 임원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다는 이유로 위로 아래로 유관부서와 풀어야 할 여러 문제를 해결하느라 하루 종일 뛰어다닌다. 돈도 아니고, 확실한 미래도 아니라면 팀장이라는 권력? (있다면), 팀장으로서 살아야 한다는 사명감? 팀장이 아닌 나는 너무 궁금했다. 그냥 그 자리가 주어져서 최선을 다한다고 말하기엔 너무나 열심이었다.
사실 그 팀의 배경은 이랬다. 이전 팀장이 팀원들의 요청으로 면 팀장이 되었다. 정확한 사유는 알 수 없으나 이전 팀장의 성향으로 추측해보면 자신의 성과에 관심이 많으나 팀원들 개개인에 대한 관심과 관리가 부족했던 것 같다. 여러 상황을 거쳐 조직이 개편되고 새로운 사람도 유입되어서 새로운 팀이 꾸려졌다. 지금 팀장은 한 번도 팀장을 해 본 적이 없는 조용하고 자신의 일만 열심히 하는 엔지니어 스타일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 전체적인 업무 방식을 바꾸어서 각 개인의 업무 상황을 알 수 있도록 가시화했다. 팀장은 언제든 개인의 업무 진척을 시스템을 통해 알 수 있었기 때문에 팀원들은 따로 주간보고 등 보고를 할 필요는 없었다. 언제든 시스템을 통해 소통할 수 있었다. 누가 어떤 일이 많은지 업무 로드도 파악이 가능했고, 어떤 이슈로 괴로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대신 팀장은 매우 바빴다. 각 개인의 업무를 하나씩 들여다보고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타인에게 큰 관심이 없이 자신의 일만 열심히 하던 엔지니어가 팀장이 되자 사람들과 소통이 많아졌다고 한다. 소통은 잘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뭐랄까, 팀원들과 대화를 하면서 이 사람이 이런 사람이구나 알아가고 이해하고 그 과정 속에서 서로 맞춰가는 것이 좋아요."
이 사람의 배경과 생각, 경험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오해도 생기고,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하기도 한다.
"그 사람이 어떤 경험으로 인해 상처가 있는 거예요. 대화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건드려져서 폭발하는 거죠.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 왜 저렇게 화를 내고 예민하게 구나 이해가 안 되지만 오래 대화하다 보면 이해가 돼요. 이렇게 시간을 들여가면서 대화하는 게 그래서 중요한 것 같아요."
타인의 반응에 대해 이렇게 인지하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 반가웠다.
"문제가 있거나 필요할 때 바로 이야기를 해야 해요. 오래 두면 쌓여서 나중엔 풀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팀원들과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 오래 이야기하고 서로 이해하게 되고, 팀에 필요한 방향으로 본인에게 필요한 방향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죠."
인지하고 있던 아니던 옆 팀장은 코칭을 하고 있었고 스스로도 좋아하고 있었다.
"팀장이 아니었으면 이런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이 팀장의 모습을 보면서 나름 좋은 팀장의 모습이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구글의 데이터 분석 결과 '최고의 팀장의 8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1. 최고의 팀장은 좋은 코치다.
2. 코치는 구성원에게 권한을 넘기고 간섭하지 않는다.
3. 구성원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구성원과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한다.
4. 생산적이며 결과 중심적이다.
5. 직원이 경력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6. 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명확한 비전과 전략을 가진다.
7. 팀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언을 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직무상의 스킬을 가진다.
8. 팀원 개인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개인적인 상태에 대해서도 관심과 걱정을 표현한다.
<<요즘 팀장은 이렇게 일합니다>> (p. 30-31)
그의 모습을 보며 팀장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기술적 능력도 있어야 하고 관리 능력도 있어야 하며, 팀원들의 고충도 잘 이해하고 해결해줘야 한다. 조직이 성공하고 조직 내 팀원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팀장이 필요하다는 걸 그를 보며 알 수 있었다.
어떤 리더십을 보여야 할까? 팀장이 갖춰야 할 자질도 많고 리더십 스킬도 많다. 답은 무엇일까?
<<요즘 팀장은 이렇게 일합니다>>라는 책에 따르면 팀원의 상황과 성향에 따라 각각 다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한다. 요즘 말로 부캐가 하나가 아닌 여러 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팀장의 부케는 크게 3가지로 매니저, 멘토, 코치다.
매니저는 조직에 할당된 리소스를 최대한 활용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권한을 사용하는 사람이다. 성과와 목표 달성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이에 필요한 목표를 수립하고 실행에 최선을 다한다. 성과를 달성하면 적절한 보상을 해준다.
멘토는 전문 분야에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조언하는 리더로 이슈 해결을 위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이슈를 해결하기 요구한다.
코치는 목표 달성을 위해 팀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스스로 해결하도록 돕는 리더다.
하나의 부케만으로는 모든 팀원과 상황에 따라 대응할 수 없으니 필요하 때마다 부캐를 바꿔가면서 리더십을 발휘하라고 한다.
책을 읽고 옆 팀장을 보니 역시 좋은 팀장이다. 팀원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나중에 기회 될 때 살짝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