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 발레 콩쿠르를 보며
로잔 콩쿠르(Prix de Lausanne)는 15-18세 어린 댄서들을 위한 국제 발레 콩쿠르로 1973년부터 지금까지 약 50년간 쭈욱 이어지고 있다. 콩쿠르에 우승하면 파트너 학교와 회사를 골라 갈 수 있고 학비와 생활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콩쿠르의 특이한 점은 2분 정도 되는 작품을 한번 보여주는 걸로 시상하지 않고 약 8일간 바 워크부터 Contemparay 댄스까지 유수의 선생님들로부터 레슨을 받아 기량을 향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선생님의 피드백을 빨리 받아들이는 학생들은 다음날 레슨 때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거다.
올해는 1월 30일부터 2월 6일까지 진행되었으며, 총지원자는 70명이고, 이중 한국 학생들은 10명이었다.
추석 연휴와 함께 진행되었고, 발레를 취미로 한지도 어언 3년 차가 되다 보니 이런 콩쿠르에도 관심이 생겨서 유튜브에서 찾아서 보게 되었다. 라이브로도 혹은 기록된 영상으로 매일매일의 진행 과정을 볼 수 있다. 이런 투명성이 이 콩쿠르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한다.
첫날 오전 바 워크 영상부터 보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표정으로 선생님이 지시하는 순서를 빨리 캐치해서 따라 하는 어린 학생들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거기까지 뽑힐 정도면 실력은 정말 대단하겠지만 그래도 아직 어린 학생들이고, 자신들이 하는 모든 몸짓이 다 심사위원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매 순간마다 얼마나 떨릴까 싶었다.
추운 날씨에 레오타드만 입고 해야 하는 것도 안쓰러웠다. 물론 취미로 하는 나도 바 워크 한두 개만 해도 땀은 뻘뻘 나서 결국 위에 입었던 티셔츠나 땀복, 워머 등은 벗기 마련이지만, 처음 그 자리에 섰을 때 긴장과 추위로 떨릴 텐데, 아직은 아마추어인데도 시작만 하면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하는 모습에 대단하다 싶었다.
그들의 강한 정신력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피드백을 한 번에 알아듣고 바로 고쳐서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보니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피드백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만 빠르게 교정해내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얼마나 많은 연습과 노력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한가... 취미 발레인이지만 그 고통을 조금이나마 알기에 더더욱 감정 이입되었다.
아쉽게도 한국 학생들은 한 명도 우승하지 못했지만, 진행자들이 한국 학생들은 강인하고, 아름다운 폴드 브라를 가지고 있다고 극찬하는 코멘트를 종종 들을 수 있었다. 한국 발레의 위상이 꽤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꿈을 향해 한발 한발, 여태까지 쌓아놓은 땀 위에서 또 한발 한발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를 돌아본다.
발레를 취미로 시작하면서 참 열심히 했다. 남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 가는 발레를 하루에 두세 번가고, 거의 일주일 내내 발레에 매달렸다. 직장인에 워킹맘이다 보니 가능한 시간이 많지는 않아서 최대한 가능한 시간을 마련하고 그 시간에는 발레를 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캘린더에 발레 갈 시간을 스케줄링하느라 고민도 많이 했다.
거울 속에 비치는 내 모습은 엉망진창이어서 매번 좌절하고 좌절하지만 그래도 몰두할 수 있고,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내 모습에서 성취감도 느꼈다. 그렇게 열심히 하는 내 모습이 가끔 발레 선생님들에게는 신기했나 보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 묻기도 하시고, 대단하다고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
나는 그저 재미있어서 열심히 했을 뿐인데, 그게 전혀 대단한 일이 아닌데도 대단해보기이도 하나보다. 내가 로잔 콩쿠르에 나온 저 어린 친구들을 바라보며 느꼈던 그 기분을 다른 사람이 나를 보며 느낄 수 있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이고, 타인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 올해 6살이 된 딸을 보며, 이 아이가 앞으로 단단해지기 위해 겪어야 할 긴 여정을 그려본다. 그리고 나도 남은 인생 동안 항상 초롱초롱한 열정을 가지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