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의식적으로 한 행동은??
우리의 행동이 의식적인 것은 약 5%이고 나머지 95%는 무의식에 지배된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가고, 양치하고, 커피 내리고 등등 이런 행동 등은 아무런 생각 없이 자동으로 할 수 있다. 심지어 운전도 가끔은 어떻게 그 길을 지나왔는지 생각조차 안 날 때가 있다.
말할 때도 그렇다. 엄마들의 잔소리는 무의식의 영역 같다. 사건이 발생하면 녹음된 음성이 플레이되듯이, 상황에 딱 맞지 않아도 플레이된다.
"그러니까 아껴 써야지"
"그러게 좀 그만 먹어라."
"맨날 000 하더니..."
엄마만 탓할 것도 아니다. 나도 자동 플레이될 때가 있다. 나도 모르게 플레이되어서 말하다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깨닫는다. 오 마이 갓!!!! 아차 아차차!
내 성향 중 하나는 상대의 생각을 알기 위해 질문을 많이 한다는 거다.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자꾸 언급하는 단어는 어떤 의미로 쓰는 건지, 이런저런 다른 경우도 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등등 계속 Deep Dive 한다. 어디선가 찾아보니 ENTP 성향이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많이 한다고...
문제는 나는 그런 의도로 시작하는데 상대방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는 거다. 상대는 자꾸 방어 논리를 펴고 얼굴이 점점 굳어진다. 나는 진심 어리게 집중하며 듣고 있는데 그냥 가벼운 대화나 하려던 상대에게는 논쟁이 된다.
최근에 이런 일이 좀 많았다. 남편이 저녁에 야식 하면서 이런저런 가십(정치...)을 이야기할 때 당신이 말하는 보수와 진보의 정의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해서, 욕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들의 Context에서는 스스로 정당하다 느낄 수도 있다는 등,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할 거냐, 그런 정보는 어디서 얻었냐, 정보의 소스는 믿을 수 있느냐 등 아주 남편을 짜증 나게 만들었다. 남편의 생각 패턴과 사고방식을 이해하려는 의도로 시작했으나, 남편은 '내가 퇴근하고 와서 왜 너와 논쟁해야 하느냐'며 짜증을 냈다. 내 딴에는 관심의 표현이었는데 좀 서운했다.
심지어 어제 최근 옮긴 팀의 팀장이 프로젝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프로젝트들은 검증의 모수가 정의도 안되고, 제대로 한 프로젝트가 하나도 없고, 다들 그런 방법은 없다고 하는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을 때, 내가 실무에서 경험했던 바로는 하고 있는데 어떤 점에서 안되었다고 하느냐, 방법이 있는데 왜 없다고 하느냐 다른 부서에서 모른다는 건 모른다는 게 아니라 귀찮다는 거다, 하나도 안되었다는 것은 그럼 100%가 아니면 0%라는 의미로 말씀하시는 거냐 라는 등 요목조목 반박을 하고 있었다. 중간에 팀장의 짜증 난 표정이 살짝 스쳐갈 때 아차 싶었다.
물론 자신의 의견을 명료하게 표현하고 논의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건 자신의 이야기를 그냥 공감하면서 들어달라는 경우가 많다.
남편은 그냥 하루의 스트레스를 별 이야기 아닌 걸로 풀고 싶은 거다. 내가 보기엔 엄청 편향된 의견이지만, 본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거겠지. 전문용어로 씹기. 팀장도 이전 프로젝트에서 다른 담당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아서 짜증 났다. 앞으론 그런 걸 좀 챙겨달라라는 의미였을 거다.
그걸 아는 나는 왜 그럴까? 이 자동 스위치 때문에 남편과 관계도 회사 생활도 어려워질까 걱정이다. 일단 질문을 멈추고 듣기만 해야겠다.
I am all ears!
이 스위치는 의식의 영역으로 무브 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