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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Feb 10. 2022

너와 나의 거리감은 언어가 아니야

"그러니까 제 말은요..."



내 옆 자리 동료는 해외 채용 엔지니어다. 평소엔 한국어로 대화를 잘하는데, 전화하는 그를 보니 전화영어 할 때 단어를 생각하느라 한참 버벅거리는 내 모습이 오버랩된다. 한마디 하고, ‘그게… 음… 그러니까… 제 말은요’가 반복되고 있다.


역시 외국어는 어렵다. 그에게 공감도 되고, 짠하기도 해서 한 마디 건넸다.


“영어로 말하는 게 더 편하죠? 한국어 할 때 답답함이 왠지 내가 영어 할 때랑 비슷할 거 같아요.”

“아뇨.”


윽… 그의 답변은 예상 밖이다. 한편으로 내 영어 수준과 그의 한국어 수준을 동일하게 봐서 미안했다. 그의

한국어는 유창하다!!!


들어보니 다른 부서 사람에게 협업을 요청하는데, 그 일의 담당자가 자꾸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API를 정의해줘야 테스트를 할 텐데, 자기 역할은 그게 아니란다.


고객사는 산출물을 요청하고, 옆자리 동료는 자기 임의대로 할 수도 없고, 약속한 일정은 다가오고 있어 어떻게 해서든 그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자꾸 방어적인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적절한 단어와 표현을 찾느라 그랬다고 했다.(오! 역시 한국말 잘해!)


내가 왜 이런 편견 어린 시선을 가졌나 돌아본다. 최근 거창하게 말하면 언어의 유창함, 쉽게 말하면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영어를 못하면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이해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내 의도를 잘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 생각을 잘 전달하지 못하면 오해가 생기고, 원하는 결과를 줄 수 없고, 나뿐만 아니라 회사 이미지가 안 좋아질 수도 있다. 영어 때문에 이런 꼴?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걱정으로 설 연휴 때 새벽에 일어나 온라인 영어 회화 수업도 등록해서 듣고, 비즈니스 영어 표현을 찾아 공부하고, 가능한 영어 영상을 듣는 등 나름 언어의 유창함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내가 중요하다 생각한 부분이 유창함이다 보니 비슷해 보이는 상황도 그리 보인 거다.


물론 언어의 유창함도 필요하다. 제대로 된 표현을 쓰지 못해 해외 연구소 엔지니어와 소통을 제대로 못해 문제가 커지는 경우도 보았다.


하지만 옆 동료가 겪는 일을 보니 언어는 기본이고(슬프게도 기본이다…) 협업을 위해서는 일을 대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겠단 생각이 든다.


물론 회사에서 일을 더 많이 한다고 월급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다. 여러 비용, 인력, 환경적 제약 속에서 일하다 이리저리 치인 사람들이 방어적인 태도를 많이 보인다. 저 사람도 그 사람의 관점에서 저러는 이유가 있고 들어 보면 대부분 이해할만하다.


이슈를 제기하면 서로 일을 떠넘기려 하고 자신의 일이 아니면 관심 갖지 않는 경우도 많다. 내가 할 일만으로도 너무 벅차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성공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된다. 나는 내 일의 목록에서 일을

빨리 지우는 게 일이 된다.


거창하게 프로젝트 성공까지 아니더라도 몇 년 프로젝트 같이 하는 해당 영역의 담당자들끼리 다른 부서라고 이래야 하나 싶다. 같이 해결할 방법을 찾으면 좋으련만 너와 나의 일이라는 이분법 세계에선 중간은 없어 보인다.


이런 이야기를 외국어를 하며 해야 하는 그를 보니 남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뒤돌아 다시 업무 하는 그의

뒷모습에 다른 프로젝트에서 비슷한 일을 겪게 될 내가 오버랩된다.


난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까?


일단 뇌에게 문제를 던져주고, 오늘은 취침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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