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reason; fault]. 주로 좋지 않은 일이 생겨난 까닭이나 원인
탓하다 [blame, lay the fault to]. 핑계나 구실로 삼아 나무라거나 원망하다.
아이는 뭘 하다가 원하는 대로 잘 되지 않아 짜증이 나거나, 아이스크림을 떨어트리는 등 실수로 하던 작업이 망가져서 짜증이 나면 '엄마 때문에'라는 말을 하곤 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아직 정확한 말의 의미를 전달하기 어린 나이라 '엄마가 도와주었으면 잘 되었지 않겠냐'는 말을 이렇게 하나보다 했다.
하지만 여러 번 듣다 보니 '엄마 때문에'라는 말이 약간 거슬리기 시작했고, 왜 엄마 때문이냐고 따져 묻다가 심지어 다른 사람을 탓하는 건 옳지 않다고, 도와달라고 하거나, 속상하다고 하라고 했다.
아이는 내 말에 '탓'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자신이 혼나거나 나무람을 들을 때 "엄마는 왜 탓하는 거야?" 라며 받아치기 시작했다.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이 한 행동으로 물건이 망가지거나 어지럽혀져 있을 때 그걸로 자신을 나무라니 탓한다라고 느꼈을 거다. 하지만 엄마 된 입장에서 그건 아이를 탓하며 비난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아이에게 잘잘못을 가르치고 행동의 한계를 알려주기 위해 혼내는 거니 탓하는 것은 아니다. 혼내다 또는 꾸짖다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사용하는 말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알고 쓰고 있는 말이라 생각했는데 다시 그 뜻을 생각해보고 뜻을 찾아보니 더 헷갈리기도 하다.
"일상 언어가 말로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는 명시적 지식보다 무의식에 내면화된 암묵적 지식에 바탕을 두기 때문"이고 "그렇기에 언어에서는 말의 느낌과 맛, 즉 '어감'의 차이를 익히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안상순 저자가 <<우리말 어감 사전>>(유유)에서 한 말에 깊이 공감한다.
부모 된 입장에서 아이의 말과 행동을 간섭할 수밖에 없지만 나 또한 제대로 알고 있을까? 언어를 한참 배워가는 아이가 하는 질문들은 당연하게 알고 있다 생각해왔던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할 소중한 기회를 준다.
참고로 위 문장에 쓴 간섭은 <<우리말 어감 사전>>에서 간섭과 참견의 뜻을 참고하여 썼다.
"간섭과 참견은 같은 맥락에 쓰일 수 있지만, 둘의 의미가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중략)
간섭은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상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을 뜻하고, 참견은 별다른 영향력 없이 공연히 상대에 이에 끼어드는 것을 뜻한다. 전자는 제 주장을 관철하려는 의지가 강한 반면, 후자는 그런 의지가 약하다.
(중략) 참견은 주로 개인 간에 이루어지지만, 간섭은 개인뿐 아니라 집단 사이에서도 이루어진다." (p.30-31)
언어는 어렵고 이런 언어로 상대와 대화하는 것은 더 어렵다. 그 놀라운 것을 매일 하고 있는 우리도 참 놀랍다.
그래서 말하지 않아도 알길 바라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