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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Mar 07. 2020

내 안의 자율주행, 습관 (1)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 - 실험 중

습관은 두 번째 천성이다.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새해가 시작되었다. 새로운 습관과 목표를 세워본다. 하지만 또, 작심삼일이다. 의욕과 의지를 불태우지만 지속되지 못한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출산 후 몇 년간 나를 계속 괴롭히는 것은 살이다!


작년부터 집 근처 운동할 곳을 찾고 있었다. 먹는 것을 줄이지 못하면 운동이라도 해야 하니까. 그때 마치 운명처럼 킥복싱 안내 전단지가 현관문 앞에 붙어 있었다.


오.. 킥복싱. 호신도 되고, 건강해지고, 단증도 딸 수 있단다. 바로 가서 단장과 상담을 했다. 원래 비싸지만 특별 이벤트 기간으로 할인 중이란다. 새로운 운동은 한 달 해보고 나와 맞는지 확인부터 해야 한다. 하지만 단장은 운동은 최소 6개월은 쭈욱 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흔들린다. 돈을 쓰면 없던 의지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를 걸며 6개월에 60만 원. 결제 완료를 했다. 반전이 없기를 바라며.


처음 배우는 운동이라 흥미가 생겨 처음엔 일주일에 2-3번 갔다. 하지만 그때뿐 그 이후 두 달째 못 갔다. 또? 왜 일까?


<<HABIT(핸디 우드 지음, 김윤재 옮김, 다산북스)>>에 따르면 습관이 설계되는 원리는 단순하다고 한다.


특별한 계획이나 심사숙고 없이 어떤 행동을 반복적으로 지속할 때 습관은 형성된다.
상황에 통제권을 넘겨주면 행동(반응)은 신호에 자동으로 반응하게 된다.
삶의 다양한 상황에서 마찰력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제거하면 좋은 습관은 촉진되고 나쁜 습관은 억제된다.
이것이 방치된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이다.(p.233)


이 관점에서 이유를 분석해보았다. 운동을 가야지 일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방해하는 다양한 상황이 있었다.


- 저녁마다 퇴근 후 엄마~를 외치며 달려드는 딸이 나를 가로막았다. (마찰 1)

- 어린이집에 아이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엄마가 계시는데, 퇴근하고 나 좋자고 운동 가자니 좀 눈치도 보였다. (마찰 2)

-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운동까지 가려니 귀찮았다. 요즘따라 회사 업무 스트레스가 최대치다. (마찰 3)

- 글로브를 끼고 쫓아다니면서 누군가를 때려야 한다. (마찰 4)


저녁 운동을 습관화하기엔 마찰력이 너무 컸다. 극복하기 위해 의지가 많이 필요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의지력과 인내심을 다 쓰고 온 나에게 더 이상 쓸 의지는 남아있지 않았다. <<HABIT>>의 저자는 의지력으로 버티려는 우리에게 안쓰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여전히 적지 않는 사람이 칭송해 마지않는 의지력 숭배 문화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것이 인간 행동의 퇴보 가능성을 과소평가한다는 데 있다. (p.49)


한마디로 의지력 만으로 체중 감량을 지속한다는 등의 새로운 결심과 목표는 힘들다는 것이다. 내 의지력이 부족해서라던가,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 의지력은 한계가 있다. 지속하기 너무나 어렵다. 저자가 고마웠다.


HABIT

 <<HABIT>> 저자의 실험에 따르면 우리 삶에서 습관 영역이 차지하는 영역은 43%이다. 효율성을 좋아하는 뇌는 가능한 에너지를 쓰지 않고 행동할 수 있도록 최적화되어 있는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긍정적인 활동이 습관 영역에 들어선다면 힘 들이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웬디 우드는 자동화된 무의식이 만드는 습관 설계의 법칙을 소개한다.


잠재된 43%의 무의식이 만드는 강력한 습관의 법칙 5단계
1단계 - 늘 동일하게 유지되는 안정적인 상황을 조성하라
2단계 - 좋은 습관으로 향하는 마찰력은 줄이고 나쁜 습관으로 향하는 마찰력은 높여라
3단계 - 행동(반응)을 자동으로 유발하는 자신만의 신호를 찾아라
4단계 - 언제나 기대 이상으로, 신속하고 불확실하게 보상하라
5단계 - 마법이 시작될 때까지  이 모든 것을 반복하라.


우선 늘 동일하게 유지되는 안정적인 상황이 필요했다. 퇴근 후 시간에는 늘 변수가 많았다. 아무래도 외적 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일단 운동 종목을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나에게 익숙하고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해야 했다. 발레는 나름 지속적으로 하던 운동이다. 게다가 좋아한다. 하지만 시간이 안 났고 가까운 곳에 학원 찾기가 어려웠다.



회사 근처 발레 학원을 찾아보았다. 하늘이 도왔는지 가까운 곳에 학원이 생겼다. 일단 수업을 들으러 갔다. 화이트 톤의 발레 학원 분위기, 피아노 반주 발레 음악, 반복되는 동작들. 엄청나게 나는 땀! 이 분위기가 주는 익숙함과 편안함에서 안정감을 느꼈다. 운동했다는 성취감과 오전 근무 스트레스 해소도 되었다.


시간은 점심시간을 활용하기로 했다. 회사에서는 당연히 점심시간이 존재한다. 애쓸 필요가 없다. 어차피 밥을 먹기 위해서라도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때 가방을 들고 나온다. 그리고 운동하러 간다. 밥 먹고 마시던 커피를 운동하고 커피를 마신다. 습관화하기에 좋았다.


이 루틴으로 운동하는 날을 하루 씩 늘렸다. 일주일 한두 번 가다 일주일 내내 갔다. 그러다 보니 주말에도 그 시간에 운동을 하고 싶었다. 자율주행 모드가 된 것이다. 그래서 주 5일 운동을 할 수 있는 체제로 만들었다.  


이런 체제가 한 2-3주 지속되었다. 근육이 다시 살아나고, 그 많던 입맛이 저절로 사라졌다. 이렇게 몇 달 지속하면 결혼 전 습관 체제 (1일 1식, 저녁 잘 안 먹음, 간식 잘 안 함, 운동 많이 함)로 쉽게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살 빼기 드디어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코로나가 온 것이다.


(다음에 계속...)


*사용된 이미지는 depositphotos에서 구매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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