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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May 29. 2020

너의 췌장의 좌표를 말해줘, 먹진 않을게

내 몸의 지도를 그리자


넷플릭스 <<슬기로운 감방생활>>에 보면 제소자가 갑자기 심장 마비로 쓰러지는 장면이 나온다. 후배 교도관이 놀라 선배 교도관을 불러온다. 급하게 달려온 선배 교도관은 한눈에 재소자의 거짓말을 알아챈다. 후배 교도관이 놀라 어떻게 알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저 새끼 멍청해서 심장이 오른쪽에 있는줄 알아."


난 다행히 심장이 왼쪽에 있다는 건 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

살면서 장기에 대해서 가장 민감했을 때는 임신했을 때다. 내 몸속의 세포가 분열을 해서 심장 소리가 났을 때 경이로움은 잊을 수 없다. 하나씩 장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며 생명의 신비와 경이를 느꼈다.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것을 자라나는 새 생명을 보며 깨달았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그런 경이감은 곧 잊힌다. 몸은 아파야 겨우 존재함을 깨닫게 된다.


"무지는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무관심하게 있으면 모르는 사이에 뭔가 망가진다."


<<내 몸의 지도를 그리자>>의 저자는 의학박사이자 인기 작가인 가이도 다케루이다. 다케루 박사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간호대, 도쿄대 등에서 병리학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장기의 위치를 잘 모른다는 사실에 놀랐는데, 중학생들이 2시간 수업만으로도 몸 지도를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라고 한다.


내 몸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


저자가 말하는  책의 목적은 독자가  책을 다읽었을  '몸의 지도' 그릴  있게 하는 "이다. 왜 몸 지도까지 그려가며 몸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걸까? 그 이유는 "몸은 우리에게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몸 지도 그리기는 자신을 알기 위한 방법이다. 외모, 스타일, 마음에 이어 장기까지 자신을 잘 알고 있으면 인생이라는 긴 모험에서 고난을 만나더라도 잘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우리 자신에 대한 사용설명서, '내 몸의 지도'이다. 몸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아는 것이고, 우리 자신을 알면 쉽게 절망하지 않게 된다. 우리가 슬퍼할 때도, 괴로워할 때도, 우리의 몸은 묵묵히 우리를 지지하며 계속해서 일하고 있으니까."


이 책의 특징


이 책의 차별점은 "몸의 구조를 요약해서 '한눈에 모두'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다른 책을 보면 주로 각 장기별 이름, 특징, 기능 등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이다. 기능별 설명은 각 장기에 대한 상세 정보를 얻기엔 좋지만 몸이라는 전체 구조 관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저자는 각 몸의 장기를 항상 몸이라는 전체 시스템에서의 위치와 역할을 강조한다. 이런 맥락으로 목차도 서론, 총론, 각론, 개론 순이다. (심지어 서론, 총론, 각론, 개론이 무엇인지도 설명한다... 설명을 차암 좋아하시는 작가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책의 내용을 더 재미있게 해주는 것은 그림이다. 자칫하면 딱딱해질 수 있는 어려운 설명을 작가는 다양한 쉬운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이 책의 그림작가는 <<있으려나 서점>>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다. (간략 감상평: https://brunch.co.kr/@naomi-chun/98) 그의 위트 넘치는 글과 그림을 좋아하는 나는 이렇게 작가의 그림을 볼 수 있어 반가웠다.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몸의 토폴로지를 막대 어묵으로 표현한 것이다. 몸의 토폴로지를 변환해서 설명하는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몸의 구조를 계속해서 단순화해 가면 가운데 구멍이 뚫린 막대 어묵과 같은 형태가 된다. 사람의 몸은 형태에 있어서만큼은 구멍 뚫린 막대 어묵과 같은 종류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의 목적에 맞게 몸 지도 그리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자주 나온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몸 지도 그리기 노래' 부분이다. ‘아침 먹고 땡, 점심 먹고 땡, 저녁 먹고 땡’ 노래처럼 그림을 그리면서 노래를 부르면 더 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중학생들이 2시간 만에 몸 지도를 잘 그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노래 때문이 아닐까 한다.

 


마치며


이 책은 몸이라는 중요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쉽고 재미있다. 복잡한 의학 용어나 어려운 설명 없이 위트있는 예시로 쉽게 쓰여져 있다.


장겨울, 안정원 - 출처 tvN

 <<슬기로운 의사 생활>>에 장겨울 선생이 아이 장기 수술할 때 부모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아이 엄마에게 아들의 수술 상태를 어려운 용어를 써서 설명했다. 보호자는 무슨 말인지 몰라 힘들어했다. 전문의인 안정원 의사가 엄마가 이해하기 아주 쉽게 설명해 주자 아이 엄마가 안도했다. 수술 후 보호자가 다시 어떤 수술이었는지 장겨울 선생에게 물어본다. 장겨울 선생은 종이에 그림을 그려가며 어떤 부위이고 어디를 수술했는지 쉽게 설명해 준다. 보호자는 안도하며 장겨울 선생을 와락 안으며 감사해한다. 그 장면을 보며 이 책의 저자가 떠올랐다. 이 책은 배려 많은 의사 선생님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책이다.


“우리 몸의 작은 공간 안에 이렇게 다양한 장기들이 그득히 채워져있다는 것을 알고 새삼 놀랄 터. 우리의 몸은 굉장하지 않은가? 그러니 구석구석까지 이해하고 소중히 사용하자."


이 책을 읽고나니 갑자기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영화가 보고 싶다. 췌장의 위치는?? 노래부르며 그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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