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받을 용기 #day29

2018.03.18

by 오미

#승선한달차


승선한지 딱 한달. 방도, 일터도, 식당도, 세탁실도 제대로 못 찾아 헤매던 내가 이제 제법 돌아다닌다. 시차랑 멀미땜에 골골 거리던 몸은 이제 오히려 일 때문에 피곤하고 지쳐서 골골거린다. 이제 유니폼 바지에 주먹이 두개가 들어가고 명함도 나왔다. 핳


지난 한달 너무 다사다난했다. 평생 살면서 한번쯤 경험 할까말까 할만한 일들이 얼마나 들이 닥쳤는지. 배생활, 문화짬봉, 업무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들에 적응하고 배우는 과정도 있지만, 늘 당차고 강하고 긍정적이였던 내 모습에 너무 익숙해 있다가, 너-무 여리고 약하고 부정적인 나를 마주하며 마음과 정신 붙잡는것 또한 정말로 어려웠고, 여전히 어렵다.

땅 밟고 있는 사진은 감사하게도 참 해맑다. 하지만 일상은 하루에 몇천번씩 어금니부터 앞니까지 잇몸 속으로 박혀 들어가겠구나 싶을 정도로 꽉 깨물고 억지 미소를 띄우며 사람을 상대해야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동료나 메니저는 둘째치고, 최근들어 얼굴에다 침 튀기며까지 소리지르는 고객도 참 많았다. 그런 사람들에겐 나도 종이 쪼가리고 펜이고 컴터고 다 뒤집어 엎고 사라지고 싶지만, 현실은 고이는 눈물을 머금고 웃어 드리며 한뼘씩 성장하고 강해지고 있는거겠지 하며 버텨본다. 이런날엔 엄빠랑 통화하다 억울하고 서러워서 엉엉 울기도 한다.ㅎㅎ

때문에? 덕분에? 나는 미움 받는 용기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두에게 이쁨받고 사랑 받는거에 익숙해서 모두에게 최선을 다했던 지금까지의 내가, 모두에게 잘해주고 사랑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상대방의 입장과 생각을 먼저 고려함으로, 오히려 내 주장과 입장이 배려와 친절에 묻혀서 똑부러져 보이지 않게 되나보더라. 나의 호의를 악용해서 나를 무시하고 만만하게 보는 이들을 통해, 내가 미움 받을 용기를 내야겠구나 깨달았다. 욕먹거나 미움 받을까봐 눈치보는 것이 아니라, 당당해짐으로 어떤 상황에도 휘둘리지 않게 그리고 더 이상 이 세상을 상대로 상처 받지 않도록 나 자신을 지켜야한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중이다. 여전히 아프고도 어렵다.




지난 크루즈중에 기억남는 부부가 있다. 컴플레인을 하러 왔다가 내가 한국인인걸 보고 한국 대학에 대해 묻더니, 7일 크루즈간 데스크로 찾아와 질문을 잔뜩했다. 딸이 한국 대학을 가고 싶어한다며, 혹시 외국인들 많은 대학 추천해줄 수 있냐며. 내가 아는 지식은 당연히 한동뿐이여서 소개했지만, 한편으로는 기독교 색이 강한걸 알기에 조심스러웠다. 기숙사, 외국인 교수님, 영어수업, 등 설명하다 혹시나해서 종교 있냐고 물었더니 기독교란다. 살짝쿵 불편했던 마음이 놓임으로, 더 많은 정보를 드릴 수 있어 감사했다. 너무 신기했다. 카리브 바다 한 가운데서, 순 미국인 부부 그리고 그들의 딸과 함께 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심지어 나를 통해 그들 마음에 한동이 들어섰다는게 너무 신기했다. 연락처를 주고 받았고 제대로 준비할꺼라며 한국에서 보잔다. 신기하고도 감사해.


승선 한달차 기념으로 오늘 하루 고생한 나에게 세상 귀하디 귀한 상을 내렸다. 크루즈 5층에 있는 스시 레스토랑에서 테이크 아웃해온 꼬마김밥 만큼 얇은 스시롤 그리고 컵라면. 한국돈 만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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