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첫 한국인 고객 #day41

2018.03.30

by 오미

#현시각새벽3시40분 #야간근무중


이번 7일 크루징 시작때 명단과 사진을 훑어 보며 한국 가정이 탔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하지만 승객 3000여명 가운데 어떻게 찾으며, 객실에 무턱대고 전화하는것도 예의가 아닌거 같아, 사진으로 얼굴 익혀서 혹시나 데스크로 다가왔을때 먼저 말거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시도때도 없이 사진을 들여다 봤다.ㅎㅎ

유난히 나를 무시하고 얕보고 막말하는 동료가 있다. 하루도 안빼먹고 매일 괴롭힌다. 진짜 싫다. 몇일전 역시나 무시하고 막말했다. 평소에는 그냥 흘려 듣는데 그날따라 너무 화가났다. 어디서 나오는 깡이였는지, 다가가서 눈 똑바로 쳐다보고 ‘너 업무지식 뛰어난건 인정하는데 그딴식으로 사람 대하면 내가 너 어떤일을 책임지게 만들지 모른다’고 말해버렸다. 속은 부글부글했고 한편으로는 말하면서도 쫄아서 손끝까지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두번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다.

속은 너무 벅차지만 아무일 없었다는 듯 감정 다스리며 제자리로 돌아와서 일하는데, 데스크로 익숙한 얼굴이 다가온다. 헐! 사진에서 본 한국인이다. 주책맞게 눈물부터 고였다. 흐잉.

나 한국인이라고 반갑게 소개하고, 일단 프로답게 업무처리 완료. 그리고 한국인에게 도움을 드렸다는게 혼자 너무 신나고 들떠서, 오바스럽지만 저녁에 승무원 권한으로 객실에 와인 한병을 보내드렸다.다음날 데스크로 오시더니 고맙다며 식사 하자고 제안 하시는데 내가 더 감사하더라.

다음날 저녁, 퇴근하고 오션뷰 뷔폐에서 함께했다. 너무 짧았다. 40분만에 밥먹고 미팅으로 뛰어 들어가는데 얼마나 아쉽던지. 하지만 감사하게도 그 다음날 저녁은 레스토랑 예약해둘테니 한번 더 함께 하자신다.


승선 이후 처음으로 크루즈 메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오고가는 얘기들, 맛보라며 접시에 덜어주시는 음식들, 그냥 모든 순간이 따뜻했다. 젊었을때의 엄빠 생각이 많이 났다. 10년전의 엄빠도, 지금 이 분들의 마음 가짐으로 주변 사람들을 알뜰히 챙기셨겠구나 하며.

배에세 매일 치이고 고생하고 깎이기 바빴고, 웃는 시간보다 우는 시간이 훨씬 많았는데, 이 분들과의 시간 덕에 ‘내가 진짜 승무원이구나, 나의 젊음을 누구보다 알차게 살아가고 있구나’를 마음에 굳건히 심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크루징동안 혹시나 한국 음식이 땡길까봐 들고오신 김치 컵라면이라며 내가 더 필요한거 같다고 주셨다. 선교지 같아.ㅋㅋㅋㅋ 컵라면으로 오고가는 정. 참 오랜만이다.

점점 마지막 한계의 끝자락에 달하고 있는 요즘의 나에게 꿀같은 시간이였다. 미국에 올일 있으면 꼭 연락하고 놀러와라고 초대도 해주시고 연락처도 주셨다.


#매일이영화같다

#때로는스릴러 #때로는판타지

#때로는그냥티비코드까지뽑아버리고싶은영화

#내티비코드뽑아줄사람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배'랑 인연이 깊다 #day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