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비켜! 메니저 불러와!! #day43

2018.04.01

by 오미


크루징이 끝나는 날, 즉, 7일 크루즈를 마치고 3000명 승객이 내리는 날 (disembarkation), 그리고 새로운 크루징을 위해 한시간 뒤에 바로 새로운 승객 3000명이 타는 날 (embarkation)은 진짜 상상 이상으로 미친듯이 정신이 없다.

이 날 만큼은 승무원들이 걸어다니는걸 본적이 없다. 정신없이 승객 접대하고 폭풍 질문에 답한다. 내가 속해 있는 Guest relations 부서를 요술램프 지니인 마냥, 요구하는 즉즉 대안과 대책을 그 자리에서 풍성하게 충족 시켜주는 존재로 생각하는 승객이 얼마나 많은지. 하아. 우리도 사람인데...

이런 날에는 내가 바다에 뛰어들면 하나님이 요나처럼 거대한 물고기를 보내주시지 않을까? 그럼 나를 땅으로 데려다 주지 않을까?하는 미친 생각도 든다.ㅋㅋ

암튼 이런 와중에 제일 반갑지 않은 승객은 다짜고짜 ‘메니저 불러와!’하는 승객들. 어제 승객이 다가오더니 엄청 심각한 표정로 지금 엄청 화나있으니까 메니저 당장 불러와란다. 내가 메니저한테 보고할테니 나한테 얘기 해달라는데, 절대 싫단다. 메니저 풀네임 안다며 이름까지 언급하면서 불러와란다. 그 메니저 나도 잘 못 보는 높은급인데. 심장 철렁했다. 최대한 찾아볼테니 나한테 얘기 해달라고 어떤 부분이 불편하셨냐고, 사건을 알아야 내 선에서도 제대로 보고할 수 있다고 얼마나 타일렀는지. 참고로 내용 없이 다짜고짜 메니저 불러오면 욕 이빠이 먹는다. 그래서 나한테 먼저 얘기해달라고 타이른거다. 내가 살려고. (낑겨사는 망할 샌드위치 인생)

끝까지 메니저 불러와란다. 목소리도 커지고 가까이 다가온다. 무섭고 모르겠고 미쳐 돌아버릴 지경이였다. 니가 나한테 조금이라도 뭘 얘기를 해야 내가 그 메니저한테 보고하고 불러올수있다고 승객아.

이쯤되니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게 되고, 승객도 점점 화가난 태도로 나를 대한다. 나도 지치고 답답해서 그냥 욕먹고 말자 나도 모르겠다 메니저한테 잡혀 죽자는 심정으로 그냥 다짜고짜 메니저 오피스 찾아 들어갔다. 한편으로는 없기를 바라며. 다행이다. 오피스에 없다. 승객한테 당당히 전했다. 메니저 없고 지금 전화도 안받는다고. 너 이제 빼박 나한테 말해야하는 상황이다 하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

메니저 없어? 에이 어쩔 수 없지. Have a good day, 나중에 다시 오겠단다. 뭐지? 그러면서 오늘 만우절이란다. Sorry to alert you 하면서 방긋 웃으며 간다. 와.... 진짜 완전 기가 차디 차고 세상 벙찌더라. 나 진짜 승객 한대 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진짜 짜증났다. 이 상황에서도 웃으면서 인사 빠이를 해줘야 한다는게.

어쩜 단 하루도 평범하게 지나가는 날이 없을까.ㅋㅋㅋㅋ 지친다 진짴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이렇게 기록하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다 추억이 되어 있겠지? 나의 젊음이 매일 더 화려해지고 있다 주문을 걸어본다.

하아. 진짜 생각할수록 화나네...ㅋㅋㅋ 미쳐 환장한다는 단어가 왜 존재하는지 알겠어...


#만우절

#주7일근무자에겐

#날짜개념없다는걸아셨나

#덕분에4월이란걸깨달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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