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hit a deer” ep.3

로드킬 그 이후

by surpriseme



“we hit a deer”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슴이 누워 있었다.


최후를 맞이한 비련의 주인공처럼.


차가운 위스콘신 겨울 길이라는 무대 위, 헤드라이트라는 핀 조명을 맞을 채.


자다 깬 상태에서 예상치 못한 일을 겪으면 뭔가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리는 순간이 온다.

상황을 알아차리려고 급하게 집중하면 피가 상반신으로 몰려 머리가 핑 돈다.


빨간 턱수염이 덥수룩하게 기른 친구가 차에서 내려, 동그란 조명에 떠오른 사슴을 바라보며 수염을 문질렀다.

아무도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조용하게 충격받은 얼굴들. 그래서 일 수 있었다.

이건 꿈이 아니구나.


사슴은 머리를 부딪혔는지, 생각보다 몸은 멀쩡했다.

상처 하나 없이, 곱게 죽어 있었다. 암사슴이었다.


위스콘신의 밤은 가로등조차 없다. 오로지 자동차 불빛과 달빛만 세상을 밝힌다.

이런 밤, 갑작스레 차가운 빛을 맞닥뜨린 야생동물은 본능적으로 얼어붙는다.

그래서 로드킬이 자주 일어난다.



경찰에서 신고하면 간단한 절차를 밟고, 가던 길을 계속 갈 수 있다.


그런데 사슴은 너무 멀쩡했다. 상처 하나 없이.

그대로 지나가기엔 아숴웠다.

우리가 물었다.


“이 사슴, 가져가도 될까? “


차에 탄 이들은 캠핑을 인턴십을 함께하는 친구들이었다.

1년 동안 공동주택에서 캠핑을 배우는 이들이라, 이런 일로 호들갑을 떨 이들은 아니었다.


경찰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받은 우리는 타프를 껴내 죽은 사슴을 브리또처럼 둘둘 말았다.


10명이 타고 있던 밴에, 우리는 고요히 11번째 승객을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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