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경비를 모은 뜻밖의 방법
‘요리’는 많은 행위와 감각의 집합체이다.
그래서 ‘요리를 좋아한다 ‘ 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요리를 좋아한다는 것은
- 맛보는 걸 좋아하고,
- A 사과와 B 맛을 섞어 새로운 맛을 기대하며,
- 예상한 맛이 나와도 기쁘고,
예상치 못한 맛이 탄생하면 더 짜릿하고,
- 마음에 들지 않는 맛이 나오면
어떻게 고칠지 고민한다.
- 또 손끝으로 느껴지는 감각을 즐긴다.
- 딱딱함, 폭신함, 끈적임, 미끌거림, 촉촉함,
부드럽게 바스러지는 느낌까지.
모든 촉감을 천천히 음미하고 기억한다.
때로는,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익숙한 맛을 통해
그리운 사람을 요리 내내 기릴 수 있다.
익숙한 맛을 새롭게 재해석하거나,
누군가를 낯선 맛의 세계로 초대하는 것도 큰 기쁨이다.
사슴을 요리한다는 것
집으로 가져온 사슴을 요리할 때,
나는 요리의 본질적 재미를 오롯이 느꼈다.
차고에 사슴을 매달고,
관절을 따라 조심스럽게 각을 뜬다.
야생동물 특유의 냄새가 나는 털가죽을
근육으로부터 천천히 벗겨낸다.
지방이 적고, 근육이 단단한 고깃덩어리.
아주 드라이한 싼 와인으로 천천히 연육 한다.
부위를 하나하나 살펴본다.
어떤 부위는 장조림으로, 어떤 부위는 불고기로,
어떤 부위는 갈비탕으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숲을 자유롭게 뛰놀던 생명.
그 생명이 내 식탁의 요리가 되어가는 과정.
삶과 죽음, 그리고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을 살리는 순환.
나는 그 비현실적이면서도 신성한 과정에
몸과 마음을 깊이 담갔다.
그릴에 불을 피웠다.
달콤한 간장 양념에 구워지는 사슴고기 냄새가
겨울밤에 퍼졌다.
로드킬로 죽은 사슴을, 다양한 한국 요리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요리하는 내내 들떠 있었고,
미국 친구들이 한국 음식을 맛보는 모습을 기대했다.
위스콘신의 겨울밤, 우리는 사고가 남긴 선물을
불로 다시 창조해 냈다.
불은, 옛것을 다른 존재로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캠핑장에서, 한국인이라고는 남편과 나밖에 없던 우리.
가난한 유학생이던 우리는
“ Korean Food Day”를 열었다.
죽은 사슴 한 마리와, 친구들과 나눈 음식으로
우리는 여행을 떠날 차비를 마련했다.
그렇게, 추운 겨울밤이 건넨 뜻밖의 선물이
우리 삶에 작은 기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