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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뢰딩거의 나옹이 Nov 09. 2019

나는 회사 체질일까?

자신이 회사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알아보는 법

본 글은 회사 체질이 아닌 제가 7년간 회사원 코스프레를 하며 고생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언론사(1년)와 공공기관(6년)에서 총 7년간 회사생활을 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대학생 때 나는 내가 직장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한다는 생각을 아예 안 해봤다. 아니, 못 해봤다. 언론사 기자를 지망했는데, 만약 기자가 안 된다면 막연하게 일반 기업에  취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업은 무척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집안 분위기도 영향을 주었다. 아버지를 비롯해 대부분 회사원이었다. 회사원이 되는 것이 당연시되다 보니 '회사원'이 나의 성향이 맞는지 살펴볼 기회가 없었다. 지금도 대부분의 청년들이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우선 취업은 기본적으로 '회사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알고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회사는 돈을 받고 다니는 곳이기 때문에 누구든 힘든 것이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회사원이 적성에 딱 맞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와중에, 그나마 회사가 체질에 맞는 사람과 정말로 맞지 않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었다.



회사 체질이 아닌 사람


1) 자아 정체성이 뚜렷한 사람


회사원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유형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과 관념이 뚜렷하고, 거의 모든 상황에서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자아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내면의 힘이 강하고 자신을 독립적 존재로 인지한다. 일할 때도 자신만의 방식이 있고, 인간관계에서도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


이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회사의 수직적인 분위기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정체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튀지 않는 것을 강요하는 회사 분위기에 잘 맞지 않는다. 회사에서도 이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을 좋게 보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을 좋아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옛 속담이 아직까지 유효하게 작동하는 곳이 바로 회사다. 업종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회사는 기본적으로 튀지 않고 순종적인 사람을 원한다. 자아 정체성이 뚜렷한 사람들은 자칫 이기적인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주장을 굽힐 줄 모르는 사람, 양보하지 않는 사람으로 오인받기 십상이다. 사실 자아가 강한 것과 이기적인 것은 완전히 다른 층위의 이야기인데, 회사에서는 그렇게 본다.


그러다 보니 자아 정체성이 뚜렷한 사람들이 회사생활을 하는 경우 몸이 아픈 경우가 있다.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가 몸으로 간다. 회사에서는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많이 일어나는데, 이런 꼴을 보고 있으면 내 몸이 아파진다.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에서 자아 정체성이 강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까? 어렵게 취업한 뒤 얼마 안 돼 퇴사를 고민하는 후배들을 보면 마음이 안 좋다. 개개인은 전혀 잘못이 없는데, 수직적인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탓이다. 자아 정체성이 뚜렷한 사람은 회사원으로서는 힘들 수 있지만, 회사 외적으로는 살아가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는 생존하기 위해서라고 보는데, 철학적 사고의 깊이가 깊을수록 생존의 질과 양을 높인다. 쉽게 말해, 이런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단지 회사원으로 살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힘든 길을 가야 할 뿐이다.


2) 잘못을 지적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틀린 말을 안 한다. 맞는 말만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맞는 말일수록 더 반감을 갖는다. 폐부를 찔렸기 때문일 것이다. 불합리한 점을 지적해 개선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면, 특히 그 대상이 상사라면, 직장인으로서 잘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회사는 순종적인 사람을 원한다.


이 같은 유형의 사람이 '프로 불편러'는 아니다. '프로 불편러'는 매사에 불편함을 그대로 드러내어 주위 사람의 공감을 얻으려는 사람을 가리킨다.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님에도 습관적으로 비난하고 보는 사람이다. 2의 유형은 '프로 불편러'와는 달리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반응한다. 불법과 탈법을 지시하는 상사에게 지적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나의 경우 문제 상황에서 나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우려는 팀장에 크게 반발하여 국장 방으로 쳐들어간(?) 경험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이 회사에서 인정받고 빠르게 승진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보수적인 조직일수록 이런 유형의 사람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 공공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튀는 행동에 대한 제약이 심한 곳이다 보니 의견을 내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비판은 들으려 하지 않고, 비판을 가하는 사람을 비판한다. 참으로 씁쓸하다.


다만, 일반 기업과 달리 언론사는 이 부분에서 좀 더 자유롭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 걸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 만큼, 불합리를 지적하는 사람에 대해서 특별히 차별하지 않는 분위기다. 할 말은 하는 성격인 분들은 언론사를 입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문직이 되는 것도 이 문제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 이러나저러나 사무직 직장인의 고충이 심하다.


3)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나는 솔직히 회사에서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회사원 코스프레에 실패한 이유다. 회사생활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일에 투입하는 에너지와 일 외적인 부분에 투입하는 에너지가 나뉘어 있었다. 애초에 그렇게 생각해서 분배를 하는 것이다. 나는 회사는 일하러 가는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일에 투자하는 에너지를 100으로 두었다. 그러다 보니 일 외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내 예상에 없던 에너지를 써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것이 나에게는 큰 스트레스였다. 내가 다니던 공공기관은 일이 10, 일 외적인 부분이 90이었다. 그만큼 이상한 사건들이 많았다. 일 외적인 부분을 거의 염두에 두지 않았던 내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의전'에 대해 오해한 것도 회사생활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요인이었다. 나는 내가 의전을 잘하는 편인 줄 알았다. 상사에게 깍듯하고 예의 바르게 대하는 것이 의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할 일 하고, 예의를 갖춰서 상대방을 대하면 회사생활이 완성되는 줄 알았다. 나도 상사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손으로 문 잡고 다 했다. 하지만 큰 착각이었다. '의전'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범위가 넓었다.


내가 의전에 대해 몰랐던 것들


나는 사람들이 명절마다 간부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줄 몰랐다. 업무시간에 국장 방에 들어가서 말동무해드리는지 몰랐다. 팀장 흰머리 뽑아드려야 되는 건지 몰랐다. 팀장 딸 크리스마스 선물 직구해줘야 하는건지 몰랐다. 결혼하기 전 술자리를 마련해 부인될 사람을 국장한테 소개해줘야 하는지 몰랐다. 새로운 '대가리'가 오면 회사 발전 방안 페이퍼를 들고 찾아뵈어야 하는 건지 몰랐다. 주말에 팀장님이랑 캠핑 가는지 몰랐다. 김영란법 안 지켜도 되는 건지 몰랐다. 승급 심사 전에 간부 술자리에 가야 되는 건지 몰랐다.  '대가리' 환갑잔치 참석해야 하는 건지 몰랐다. 사내 메일로 "사랑하는 국장님께"라고 편지써야 되는 건지 몰랐다.


일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은 회사원으로 살아가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 외적인 부분이 회사생활을 완성한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원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회사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괜찮아요, 이제 도비는 자유예요.

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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